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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멕시코 수교 지난 60년, 새로운 60년

작년 10월 31일 멕시코 세르반티노에서 열린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폐막식에선 '꼬레아(한국)' 단어에 환호성이 울렸다. 올해 50주년 페스티벌의 주빈국으로 한국이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또 멕시코 최대 기념일 중 하나인 '죽은자의 날'이기도 했는데, 멕시코시티에선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은 청년들이 대형 캐릭터 인형과 함께 레포르마 대로를 점령했다. 1905년 1,033명 한인이 멕시코에 도착해 처음 정착한 메리다는 '대한민국로'에서 매년 5월 4일 '한국의 날'을 기념한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지만, 이처럼 그 관계는 예사롭지 않다. 멕시코는 한국에 중남미에서 중요한 파트너이며 중남미 유일의 직항로를 통해 관문 역할을 하는 나라다. 1962년 1월 26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양국은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올해 세르반티노 축제 주빈국 참여와 국내 최초 아즈텍 문명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60주년을 앞두고 기념 책자가 지난달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발간됐다. 다양한 이벤트를 계기로 양국은 또 한 걸음씩 다가서게 될 것이지만, 앞으로의 60년엔 어떤 협력을 지향해야 할까. 격화하는 미중 경쟁과 코로나19에 따른 기회를 포착, 양국 관계의 강점을 활용하고, 물리적 거리 극복을 위한 3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지난 60년간 이룬 협력의 심화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협력 제도화가 대표적이다. 필자는 멕시코 부임 이후 한-멕 FTA 홍보 책자를 발간, 중앙·지방정부, 의회, 경제계 등에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지난달엔 대사관 주최 한-멕 경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협력을 강화할 제도 기반이 만들어지면 양자 관계 강화는 물론 국제통상에서 양국이 아시아와 중남미를 잇는 지역대표가 될 수 있다. 둘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협력분야의 발굴이다. 우선 보건분야 협력 지점이 적지 않다. 멕시코에 코로나 진단키트, 소아용 항암제로 진출한 우리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 등 첨단산업 분야에도 협력거리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컬리즘 시대에 대응한 동심원적, 중층적 협력이다. 국제사회에서 지방정부 기업 소지역 기구의 역할이 커진 데 착안한 것이다. 대사관이 멕시코 주별 통상투자환경 보고서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방국가 멕시코의 32개 주와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중남미 사무소와의 협력사업, 미주개발은행(IDB),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의 자금을 활용한 지역문제 해결에도 한국이 기여한다면 관계는 더 끈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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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대선의 달콤한 배신

'루리웹, 클리앙, 에펨(FM)코리아, MLB파크, 오늘의유머, 82쿡…' 고백하자면, 온라인 세상을 제1의 출입처로 삼기 전까지 몇몇은 이름조차 몰랐다. 정치부에서 2012년, 2017년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반 년 애를 좀 먹었다. 두 동강 난 커뮤니티 여론을 서성이다 보면 가끔 속이 뒤집어질 만큼 현기증이 났다. 건강한 공론장이 될 수도 있지. 정치에 무관심한 것보다는 낫잖아. 다독여봐도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과연 이게 모두의 민심일까. 언론사 종사자를 제외한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 MZ세대, 만나면 정치 얘기 빼놓지 않는 정치 고관여층을 선별했건만, 10인(남녀 5명씩)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들어는 봤지만(전혀 모르겠다는 경우도) 가본 적은 없다"(8명)는 무관심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정치색이 너무 짙어 피한다"(1명)는 적극적 회피형과 "양쪽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일베(일간베스트)부터 보배(보배드림)까지 다 본다"(1명)는 적극적 소통형은 소수였다.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거리를 두려는 건 "극단성이 싫어서"였다. 우리 편만 절대선이고, 나머지는 절대악으로 돌려버리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겠다는 나름의 의지. 적극적 소통형은 말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멘털 끌려가는 건 한순간이야." 시민들은 이렇게 알아서 경계하는데, 정치인들은 너무 쉽게 혹한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의 숙원사업을 떠받든 제1야당 대선후보. 그가 적은 단 일곱 글자는,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더라도 강성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치러보겠다는 '커뮤니티 대선'의 출정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다만 그 달콤함 뒤에 얼마나 큰 함정이 도사리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목소리 큰 집단이 똘똘 뭉쳐 있으면 더 세 보인다. 착각이다. 한 이용자가 온라인 여론의 허상을 꼬집으며 올린 글을 인용해보겠다. 출판사에 절판된 책을 찾는 전화가 한 달 새 4통이나 날아든다. 긴가민가하던 사장은 고민 끝에 500부를 다시 찍는다. 대박이 났을까? 딱 4부만 팔렸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그걸 목소리가 많다로 해석하면 큰코다친다는 거다. 지지층의 딜레마도 있다. 시시각각 출렁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서 영원한 주군은 없다. 20대 논객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씨는 인터뷰 때 이런 예언을 했다. "이준석 대표는 2030 남성들의 아바타예요. '롤'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버려질 겁니다." 집토끼가 토라질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산토끼는 저만치 달아난다. 멀어져 가는 숫자를 따져보니 비교 불가다. 코앞에 보이는 것만 매달리면, 더 큰 걸 놓칠지 모른다. 대선은 우리 사회에 잠복한 고질적 과제들을 한데 끄집어내 해법을 찾아가는 5년 단위 시험이다. 그런데 어려운 건 제쳐두고 지지층 입맛에 맞춘 쉬운 문제만 공략한다면,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 당장 연금개혁, 인구절벽, 불평등, 기후위기 같은 골치 아픈 문제는 '밈'과 '드립'에 밀렸고, 대선은 갈수록 하향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 후과를 3월 10일부터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한다는 건, '커뮤니티 대선'의 가장 두렵고도 치명적인 함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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