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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진핑은 왜 선전을 다시 찾아갔을까

최고 지도자의 현지 시찰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신호다. 어느 지역을 방문하고, 누구와 동행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발언을 하는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10월 14일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세 번째로 광둥성 선전을 방문했다. 당 총서기 취임 이후 2012년 12월 7일 첫 방문,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 이후 2018년 10월 24일 다시 방문, 그리고 이번에 다시 선전을 찾았다. 세 번이나 선전을 방문했다는 것은 이곳에 메시지가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1978년 12월 11기 3중전회에서 경제건설로 노선을 변경했다. 사회주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부강한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없다는 자기 부정의 결과였고, 중국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발전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과감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라는 것은 바로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의미한다. 덩샤오핑은 매우 실용적인 사고로 사회주의 중국에 자본주의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흑묘백묘’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겠다는 새로운 세계관이었다. 중국이 자본주의 속으로 깊이 들어가 새로운 발전의 길을 찾겠다는 결기였다. 새로운 세계관은 선전, 주하이, 산터우, 샤면 등 경제특구에 투사되었다. 이들 지역에 자본주의 방식을 공식 허용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여러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경제특구는 '중국의 지나온 길이 옳았으며, 앞길도 옳을 것이다'는 성과와 비전을 보여 주었다.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인 인연도 선전 방문에 한몫했다. 바로 아버지 시중쉰의 발자취 때문이다. 광둥성 개혁개방에서 시중쉰의 역할은 덩샤오핑 못지 않다. 그는 11기 3중전회에서 현대화 발전 노선을 결정하기 이전, 이미 광둥성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홍콩, 마카오, 대만과 광둥성과의 지리적 이점에 주목했다. 당시 시중쉰은 ‘무역협력구’를 제안했다. 화교, 홍콩과 마카오 주민, 외상 투자자 등이 자유롭게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독립 관리가 가능한 지역을 조성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으로 광둥성에 ‘수출특구’가 만들어지고, ‘경제특구’로 발전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선전 등 경제특구 방문은 덩샤오핑을 만나는 길이요, 아버지 시중쉰을 만나는 길이다. 역사적 의미가 뚜렷한 지역에서 선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체현하는 것이니 지도력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선전이 쌓은 성공과 발전의 이미지를 체현하고 덩샤오핑과 시중쉰의 역사 이미지를 체현하기 위함이다. 선전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로 간주되는 기술과 혁신이 집약된 역동적인 젊은 도시다. 화웨이, 비야디 전기자동차, DJI 드론 등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화창베이'에는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젊고 혁신적인 인재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도 시진핑 주석에게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운신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 기술혁신을 통해서 부강한 사회주의를 만들어 가겠다는 국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가 절실하다. 선전의 이미지가 바로 이를 보여주기에 최적이다. 시진핑 주석이 세 번에 걸쳐 선전을 방문한 이유다.

특파원의 시선

무서운 한국인 이미지를 벗자

"틀루르, 틀루르(달걀, 달걀)!" "수다(이미 넣었어요)." "사투 라기(하나 더)!" 얼마 전 아내가 자카르타 떡볶이가게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한국인 노인이 윽박지르고 화를 내자 현지인 직원이 마지못해 계란을 하나 더 넣어주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창피했다고 아내는 부연했다. 사소한 듯한 노인의 행동은 사실 2년 가까이 이 땅에 살면서 수없이 목도한 한국인의 현지인 무시와 하대의 한 사례다. 욕하고 소리지르고 반말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같은 한국인인 게 절로 부끄럽다. 현지인을 만나면 한국인의 인상이 어떠냐고 꼭 묻는다. "성실하다"와 "늘 화나 있다"가 정해진 답처럼 묶음으로 돌아온다. 타인을 순박한 웃음으로 맞는 현지인들 보기에 무표정한 한국인의 낯은 '무섭게' 느껴질 법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넘치는데 '개XX' 같은 욕이 현지인들 뇌리에 박힌 것도 안타깝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 조사(2018년)에서 '긍정한다'는 답이 96%로 세계 1위였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다. 한류 덕이 클 게다. 인도네시아는 못사는 동남아 국가라는 편협한 인식이 무례한 언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값싼 노동력 덕분에 많은 교민과 주재원이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를 부리는 고용주가 됐지만 그에 걸맞은 덕목을 갖췄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들은 당신의 일상을 돕는 귀한 존재다. 다행히 "직원들이 저를 먹여 살린다" "직원을 아껴야 저도 아낌 받는다"며 직원들의 한국여행 비용을 대고 가이드까지 자처한 박스회사 사장님 등 현지인들을 살뜰히 챙기는 교민이 훨씬 많다. 인도네시아인 경시는 비단 교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명동 거리에 온통 화난 사람만 있더라" "출입국 직원이 '왜 또 왔냐'고 불친절하게 소리지르더라"는 한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의 증언은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우리에겐 소중한 친구요, 동반자다. 상대의 단점을 들춰내고 얕보는 건 진정한 친구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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