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축구협회 '무리수'에 망신살 뻗친 한국 축구

2024.04.26 14:21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이 40년 만에 무산되면서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협회가 그간 해온 깜깜이, 무리수 행정이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깜깜이 선임 때부터 이미 꼬였다 협회의 헛발질을 되짚으려면 작년 1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때로 돌아가야 한다. 협회는 재택 근무 및 무전술 논란으로 정평이 나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을 임명하면서도 왜 클린스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대신 그의 '치어리더십(선수단을 포용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리더십)'을 칭찬하며 "이게 바로 리더다"고 엉뚱한 설명만 했다. 정몽규 회장이 자신의 친분을 이용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실제 훗날 클린스만 전 감독은 자신의 선임 과정을 더러 "이 모든 것이 (정 회장에게 한) 농담에서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깜깜이 선임은 우려를 절망으로 키웠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클린스만호는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졸전 끝에 2-0으로 패했다.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협회는 떠밀리듯 그를 경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협회 차원의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대신 클린스만 전 감독의 황당무계한 행위나 발언들을 밖으로 전하며 비난의 화살을 그에게 돌렸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갈등에 대해서도 "대표팀 운영에 대해선 감독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켜섰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협회와 나에게 있다"면서도 향후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4선 연임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도 끄떡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이유다. 무리수 행정의 끝은 40년 만의 올림픽 최종예선 탈락 협회는 이후에도 한국 축구 행정 및 회원 단체를 총괄하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막무가내 행보를 보였다. 태국과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공석이 된 A대표팀 감독 자리에 부랴부랴 K리그 현역 감독 모시기를 하려다 뭇매를 맞은 것. 궁지에 몰린 협회의 눈길은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향했다. 황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감독을 '투잡'으로 뛰게 한 것이다.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어떤 책임을 어떻게 질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협회의 무리수 행정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40년 만에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탈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황 감독도 협회의 무리한 요구 탓에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사령탑으로 남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몽규 때문에 한국 축구 암흑기"... 항의 댓글 쏟아져 한국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26일 현재 협회 공식 SNS 게시글에는 항의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정몽규 때문에 대한민국 축구 암흑기다" "정몽규 회장 당장 나가라" "정몽규 OUT! 한국 축구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젠 정말 책임을 져야 할 때" 등으로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이강인 기용에 "재능만으로 판단해선 안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은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벤투 전 감독은 25일(한국시간) FC 온라인 유튜브 영상에서 "팬이든 감독이든 미디어든 이강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고 칭찬하면서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그보다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재능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고백했다. 벤투 전 감독은 재임 시절 이강인 기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시 이강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교체 명단에만 이름을 올린 채 벤치에 머물렀다. 특히,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는 일부 팬들이 이강인의 출전을 간절히 원했지만 이강인은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해 이강인 출전 논란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벤투 전 감독은 "월드컵 직전까지도 이강인을 대표팀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요르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의 실력을 무시할 수 없었고 마인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벤투 전 감독은 "이강인은 마인드의 변화와 마요르카에서 활약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마요르카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며 "그의 변화를 이끌어준 중요한 두 사람은 본인과 클럽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일 것이다. 이강인은 스스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인정한 것 같고, 아기레 감독은 그런 변화에 대한 확신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한 한국에 대해 벤투 전 감독은 "우리가 비록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언제나 한국 팀을 지켜보고 있다.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줘서 안 된다"라며 "그 누구보다 국가와 팀을 위해 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선홍호, 신태용 인도네시아에 '충격패'... 올림픽 진출 좌절

황선홍호가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 120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이로써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한국이 올림픽 예선을 넘지 못한 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조별리그 때부터 발목을 잡아왔던 저조한 경기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지면서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맞는가 하면, 텅 빈 뒷공간으로 향하는 상대팀의 역습을 막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도 잇따라 연출됐다. 공격면에서도 중앙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사이드를 맴돌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볼 점유율에서 인도네시아(53%)에 밀린 건 물론이고, 슈팅 수도 인도네시아(21개)가 한국(8개)보다 13개 많았다. 유효슈팅의 경우 한국은 2개에 그쳤지만, 인도네시아는 5개를 기록했다. 롱볼만 뻥뻥 차며 패스미스를 유발하다 보니 패스 성공률도 79%로, 인도네시아(81%)보다 낮았다. U-23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5전 전승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한 이영준(김천상무)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으나 상대 센터백 저스틴 허브너의 발목을 걷어차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황 감독이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악재도 발생했다. 한편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승자와 29일 오후 11시 준결승을 치른다. 이 대회 상위 3개 팀은 파리행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하게 된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이겨야 파리행 막차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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