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현대가 며느리'의 브리지 사랑...김혜영 "태극마크 달아 영광"

2023.09.28 10:02

브리지(Bridge) 국가대표이자, '현대가 며느리'인 김혜영(63)이 예열을 마치고 예선 둘째 날 일정을 소화한다. 김혜영은 28일 중국 항저우 기원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혼성 예선 4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은 전날 싱가포르전에서 17.77-2.23으로 대회 첫 승을 신고했지만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브리지는 2대2로 팀을 나눠 52장의 플레잉 카드로 두뇌 싸움을 벌이는 게임이다. 아직 저변이 부족해 일부 애호가만 즐기고 있다. 한국은 지난 대회 이 종목에 선수를 파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엔 남자, 여자, 혼성 3개 종목 모두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부인 김혜영이다. 브리지에 강한 애정을 보여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2010년께 브리지를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는 '팀 서울'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브리지협회 부회장도 10년 넘게 맡고 있다. 김혜영은 종합스포츠 국제대회가 처음인 탓에 예선 첫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너무 긴장된다"며 "(경기 중)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팀에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단 소감에 대해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이후에는 젊은 분들이 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브리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선 "입문 기간이 조금 길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실내에서 하기 좋은 팀 스포츠"라고 소개하며 "게임 방식도 다양하고 훈련할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선수촌 생활 경험도 신선하다. 김혜영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일반 차량도 안 다니고 일반인들도 안 계신다"며 "선수들만 다녀서 너무 놀랐다"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독] 산불 피해 아픔 딛고 날았다...늠름한 12세 '산골 꼬마 보더' 문강호

강원 산골 출신의 ‘꼬마 보더’가 산불 피해로 집을 잃은 아픔을 딛고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가운데 남자 최연소이자, 초등학생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인 문강호(12·강릉 율곡초)는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수준급 실력을 뽐냈다. 나이가 어리고, 체구도 작지만 두려움 없이 선보인 대담하고도 화려한 기술은 대회장 하늘을 수놓았다. 상위 8명이 겨루는 25일 결선에서 8위에 자리했지만 스케이트보드 불모지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이 결선을 통과한 자체만으로 엄청난 성과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이겨냈다는 점이 큰 울림을 준다. 2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문강호의 가족은 지난 4월 강릉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살던 집이 모두 전소됐고, 문강호가 아꼈던 보드 관련 물품도 모조리 다 불에 탔다. 당시 문강호는 외부 소집 훈련 일정으로 산불 피해 전날 집을 나가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서 잃어버린 터전을 보고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항저우에서 연락이 닿은 문강호는 “갑자기 난생처음으로 불이 났다고 하니까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다”며 “가족들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사 간 지 1년도 안 된 집이 불에 타니까 슬펐다”며 “집 안에 보드 장비를 쌓아놓은 방이 있는데 아끼던 물건도 다 탔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아픔을 겪었지만 문강호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임시 보호시설에 지내면서도 꿈의 무대 도전을 위해 당차게 보드를 타고, 실력을 갈고닦았다. 23일 대회 개회식 때는 3x3 농구 국가대표 이원석의 목말을 타고 해맑은 모습으로 입장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강호의 아버지 문기주씨는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라면서 “본인이 성장하고 싶은 욕심도 많아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보드를 탔다”고 설명했다. 문강호가 태극마크를 다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그의 가족은 강릉 주문진의 산골에 터를 잡고 지냈는데,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부모님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총 5개월이 걸려 집 마당에 ‘산골 파크’를 지은 것이다. 문기주씨는 “강호가 9세 때 처음 보드를 탔는데 재주가 있었다”며 “그런데 불모지, 더구나 강릉에서 보드를 탈 방법이 없어 마당에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산골 파크에서 좋아하던 보드를 마음껏 탄 문강호의 실력을 쑥쑥 늘었다. 2년 차에 처음 출전한 공식 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3년 차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4년 차엔 국제스포츠 종합대회까지 밟았다. 문강호는 “아빠가 산속에 살 때 만들어준 게 스케이드보드 실력을 키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마워했다. 이후 문강호의 가족은 산속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강릉 시내로 이사 갔다. 이번 대회에서 쏟아지는 큰 관심에 문강호는 기뻐하면서도 비인지 종목인 스케이트보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랐다. 그는 “이번에 갑자기 관심을 많이 받고 스케이트보드를 알릴 수 있어 좋긴 한데, 씁쓸한 부분도 있다”며 “평소에도 우리 종목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기주씨도 “이런 스포트라이트도 며칠 지나면 사라질 거다.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딱 예선 한 경기 뛰고 안 보이는 페이커, 결승은 볼 수 있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의 '월드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T1)의 경기를 보기가 쉽지 않다. 예선 한 경기만 빼고 결장 중이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었던 4강 한중전 역시 이상혁은 없었다. 한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중국과 준결승에서 세트 점수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중국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고, 금메달을 향한 중요한 일전이었지만 이상혁은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전에 이어 또 주전에서 제외됐다. 이상혁이 경기를 뛴 건 무관중으로 치러졌던 카자흐스탄과 예선 2차전이 유일하다. 이상혁은 후배들의 활약으로 결승행을 확정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몸살과 독감이 와서 의무실에 갔다가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태극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이상혁은 "몸 상태가 안 좋아 썼다"며 "몸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니 조금 괜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몸 상태로 인해 이날 경기는 뛸 수 없었지만 e스포츠 팬들은 월드 스타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실제 경기장에는 이상혁 응원 문구를 든 중국의 팬들도 곳곳에 보였다. 미디어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믹스트존에선 보기 드문 이상혁의 미니 팬사인회가 열리기도 했다. 사인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중국 미디어다. 대망의 결승전은 29일 펼쳐지는데, 다시 한번 이상혁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상혁은 "컨디션 상으로는 출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미 '쵸비'(정지훈)가 잘하고 있고, 우리가 중국을 이렇게 잘 꺾은 상황이어서 출전 여부를 내가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김정균 대표팀 감독은 "목표는 금메달"이라며 경기력에만 초점을 맞춰 주전 멤버를 정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은 전날까지 폐쇄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고, 이날 처음으로 메인 경기장을 경험했다.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팬들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다. 이상혁은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2-0으로 이겨 굉장히 뿌듯하다"면서 "중국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한 팀인데 우리가 이기는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금메달까지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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