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맛빠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꼽은 '새로운 발리'들은 어디?

'자연과 인공의 조화.' 5년 전 미국 40개 주(州), 100여 개 국립공원 등 북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누린 일관된 느낌이다.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포장 도로, 잘 정돈된 환경, 꼼꼼한 안내와 흥미를 유발하는 각종 프로그램은 대자연과 역사 현장을 돋보이게 한다. 요즘 같으면 논란이 됐을 관광지 개발을 오래전 끝낸 미국의 여유는 대대적인 자연 보호 구호에 녹아있다. 인도네시아 34개 주 중 16곳을 취재하면서 주변 관광지를 돌아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절경은 비할 바 없지만 뭔가 산만하고 투박하다. 더딘 개발 탓인지, 느슨한 관리 탓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나마 국제 관광지 면모를 갖춘 곳은 우리에게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보다 친숙한 발리 정도다. 정부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나온 게 '10대 뉴(New) 발리+1' 사업이다. 세상에 자랑할 만하지만 발리만큼 알려지지 않은 관광자원을 최소한 발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하지만 꿈을 접은 건 아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최우선으로 4곳(토바호수, 보로부두르, 만달리카, 코모도)을 콕 집기도 했다. 다행히 그 4곳은 코로나19 사태 전 직접 다녀왔다. 새로운 발리 10곳을 소개한다. 언젠가 자유롭게 오가리라는 희망을 담아. 수마트라섬 북부수마트라주(州)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큰 화산호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7만5,0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성됐다. 넓이 1,130㎢에 수심은 최대 900m다. 물결마저 파도처럼 밀려와 넋 놓고 바라보면 바다라는 착각에 빠진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주변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긴 시피소피소(sipiso-piso) 폭포(120m)가 있다.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과 낚시하는 노인들이 단조로운 풍경을 채운다. 호수 안에는 서울(605.5㎢)보다 넓은 사모시르섬(630㎢)이 있다. 섬의 원주민 바탁토바족이 사형수를 공개 처형한 뒤 시신의 특정 부위를 나눠 먹었다는 풍습이 전한다. 이 사실에 살이 붙어 인육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전설도 있다. 약 200년 전(1816년)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식인 풍습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인구의 87%인 무슬림이 요직을 장악한 나라에서 기독교 신자가 원주민의 75%를 차지한다. 사모시르섬 시베아베아언덕에 만들고 있는 높이 61m의 '축복하는 그리스도' 조각상은 완공되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예수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기 750년부터 존재한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1만4,165㎡)이다. 불상 500여 개, 종탑 모형(스투파·stupa) 73개 등 200만 개의 돌로 불교의 우주관을 건물 9층 높이(현재 35.3m)로 꾸민 피라미드 형상이다. 4㎞에 이르는 2,672개의 부조(浮彫) 판은 '세상에서 가장 긴 사원 부조'다. 반경 30㎞ 내에 사원 축조에 사용한 돌을 전혀 발견할 수 없어 세계 8대 불가사의라 불린다. 1991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일출 전 입장해야 사원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연기를 내뿜는 므라피(merapi)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원 곳곳에서 명상을 하는 관광객들이 눈길을 끈다. 대낮에 가면 무더위에 지칠 수 있다. 행정구역상 중부자바주 마글랑에 속하지만 욕야카르타(족자)의 유산으로 더 알려져 있다. 족자특별자치주는 프람바난 사원(힌두교)까지 더해 인도네시아 문화의 중심지다. 조코위 대통령 등을 배출한 인도네시아공화국의 첫 국립대 가자마다대가 있는 교육 1번지다. 1945년 8월 일제 패망 뒤 네덜란드연합군과 4년간 치른 독립 전쟁에서 공화국의 임시 수도이자 결사 항쟁의 격전지였던 족자는 인도네시아의 완전한 독립 이후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현재도 술탄이 종신 주지사를 맡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공화국 속 왕국'이다. 발리 바로 동쪽 옆, 제주도 넓이의 2.5배인 롬복섬(4,739㎢) 남쪽에 있다. '때 묻지 않은 발리'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섬 베스트 3'라 불리는 롬복에서도 아직 개발이 덜된 곳이다.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덕에 유명해진 길리군도 부근의 섬 서쪽 호텔 밀집 지역과는 풍경이 다르다. 비취색과 청록색이 어우러진 바다가 넘실댄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여정 중에 전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삭(sasak)족 마을도 방문할 수 있다. 섬 북쪽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화산 린자니화산(해발 3,726m)이 있다. 만달리카는 본디 공주의 이름이다. 주변국 왕자들이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자 만달리카 공주는 직접 신랑을 정하겠다며 스그르(seger)해변에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이어 섬의 평화를 지키겠다며 바다로 몸을 던졌다. 주민들이 샅샅이 뒤졌지만 공주를 찾을 수 없었고 얼마 뒤 형형색색의 동물들이 나타났다. 원주민들은 이를 냘레(nyale·갯지렁이)라 이름 짓고 공주의 화신으로 여겼다. 지금도 매년 2~3월 만달리카 공주의 희생을 기리며 갯지렁이를 잡는 '바우(bau) 냘레' 축제가 열린다. 자카르타에서 직항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모도국립공원의 관문 라부안바조는 2022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회담 장소로도 뽑혔다. 화산 폭발로 생성된 코모도(390㎢), 린차(198㎢), 파다르 주요 섬과 26개의 작은 섬을 거느린 코모도국립공원은 멸종위기동물 코모도왕도마뱀이 서식하는 유일한 곳이다. 1980년 국립공원으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은옥색이 희롱하는 청록 바다, 세상에 일곱 군데밖에 없다는 가슴 황홀한 분홍 모래톱(핑크비치·Pink Beach), 영혼이 흔들리는 황금 별빛을 만끽하고 있으면 '죽기 전 반드시 가야 할 곳'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코모도국립공원의 별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9년 코모도왕도마뱀 보호를 위해 섬 폐쇄가 검토된 바 있으나 취소됐다. 이 밖에 △2억 년 된 화강암들로 색다른 백사장 풍경을 선사하는 방카블리퉁제도의 탄중클라양(Tanjung Kelayang) △꽃들이 지천인 초원과 일출이 압권인 '구름 위 낙원' 동부자바주 브로모(Bromo·해발 2,393m)화산 △다양한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반튼주 탄중르숭(Tanjung Lesung) △세계 산호 종류의 90%가 발견돼 2012년 유네스코의 8번째 지구생물권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동남부술라웨시주 와카토비(Wakatobi)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품은 '태평양 끝의 진주' 북부말루쿠주 모로타이섬(Pulau Morotai) △약 110개의 섬으로 이뤄졌지만 '1,000개의 섬'이라 불리는 자카트라 북쪽의 스리부제도(Kepulauan Seribu)가 '10대 뉴 발리'에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조코위 대통령은 별칭이 '천국의 조각'인 북부술라웨시주 리쿠팡(Likupang)을 추가했다. 반대에 직면한 곳도 있다. 코모도는 환경단체에 이어 최근 유네스코가 개발을 잠정 중단하라고 요청했고, 만달리카는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차피 코로나19 사태로 사업 진행이 더딘 만큼 긴 안목으로 '조화와 공존' 틀 안에서 지혜롭게 꾸며가길 기대한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어업 쓰레기 방치가 어민들 탓? 둘 곳도 버릴 곳도 없다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16>폐어구 처리 비난하기는 쉽다.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바다 문제가 대두될 때면, 폐어구를 함부로 버려온 어민들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늘 뒤따랐다. 그러나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어촌 현지를 찾아 확인한 결과, 폐어구를 일반 쓰레기로 내놓을 수 없는 시스템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염분이 있는 쓰레기는 소각시설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수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환경부는 "어업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로 내놓아도 된다"는 현실을 모르는 말만 하고 있다. 현실과 괴리된 해양폐기물 처리 시스템으로 인해 어민들은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고, 정부의 해양 쓰레기에 대한 무지는 문제를 키워왔다. 바다에 인접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문업체에 별도로 돈을 주고 바다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이다. 어민들은 폐어구를 대체 어디에 버려야 할까. 어업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부재를 짚어봤다. “이 끈이오? 양식장에서 (채취) 작업할 때 (끈까지) 칼로 잘려서 나온 거죠.” 지난달 23일 경남 통영시 선촌마을의 한 해변. 오전인데도 벌써 31도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밀려온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부서진 스티로폼 부표, 조각난 그물과 밧줄 등 어구에서 나온 잔해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플라스틱 병과 비닐, 먹다 남은 양파와 고추까지 눈에 띄었다. 이 쓰레기들은 어디서 왔을까. “양식장에서 작업하다가 쓰고, 먹고 버렸을 거예요.” 주민 이미자(63)씨의 설명이다. “정화 활동을 하다 보면 신발, 장갑도 나오고 페트병도 굉장히 많이 보여요.” 이씨가 덧붙였다.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의 60%는 해상에서 유입된다. 대부분이 유실된 폐어구 등 어업 쓰레기로 추정되지만, 선박이나 양식장에서 나오는 일반 쓰레기도 많다. 해양 쓰레기는 열심히 주워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하다. 폐기물관리법을 관할하는 환경부는 ‘해양폐기물은 해양수산부 업무’로 돌리며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폐어구가 시행규칙으로는 사업장 폐기물이지만, 시행령상 1일 300㎏을 넘지 않는 경우 생활쓰레기로 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쓰레기 처리는 지자체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만약 어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이용해 어업 쓰레기를 버린다면 지자체가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어민들은 장갑이나 그물 조각 같은 소량의 해양쓰레기도 생활쓰레기로 버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자체가 자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은 대부분 해양 쓰레기를 반입해 처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염분 때문에 소각 중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발열량도 높아 폐기물 소각시설이 고장날 수 있다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일반 쓰레기라 할지라도 어민이 작업 중 쓰거나 해수욕장에 버려져 바닷물이 닿았다면 기피 대상이다. “육지 쓰레기와 바다 쓰레기를 모아 놓으면 수거를 안 해 가죠. 바닷가 경계의 마을들은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정옥 선촌마을 부녀회장의 설명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상 어망과 부표, 패각(굴·조개 등의 껍데기) 등은 사업장 폐기물이다. 원칙대로라면, 폐어구를 사용한 어민은 사업장 폐기물 전문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폐기물관리법 18조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스스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적정 처리시설이 갖춰진 경우에만 해당한다. 대부분 개인 어업을 하는 상황에서 이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다. 김정규 통영시 해양관리팀장은 “해양 쓰레기를 개인이 민간 폐기물 처리시설에 위탁 처리하려면 톤당 단가가 40만 원이 넘는다"며 "법대로 처리하는 어민들은 1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무게가 가벼운 어구를 개별 어민이 톤 단위로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다. 더욱이 어구 폐기물은 진흙이나 따개비가 붙는 등 손상이 심하다 보니 처리 비용은 심할 경우 1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러니 보는 눈을 피해 바다에 어구를 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영ㆍ거제 등 해양도시들은 폐기물 방치를 막기 위해 예산을 들여 해양 쓰레기 처리시설을 갖춘 민간 업체에 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지자체, 특히 도서지역은 여전히 어업인이 직접 처리하도록 지도하는 실정이다. 해수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말 뒤늦게 해양폐기물 전처리 시설 설치를 결정했다. 염분과 진흙, 따개비 등을 제거하고 소각, 재활용 절차까지 각 지자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 현재 경남권(통영)과 충남권(태안)에 한 곳씩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해 준공 목표인 2022년까지 사업 완료는 요원한 상황이다. 해양폐기물의 복잡한 처리구조는 영농폐기물의 경우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농민이 직접 분리 배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과 상반된다. 김경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간 상충돼 지자체의 해양폐기물 관리 사각지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어업인이 직접 해양 쓰레기를 분류ㆍ배출할 수 있는 처리 지침과 적정 시스템이 갖춰져야 수거비용도 덜 들고 재활용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에서 쓰레기와 폐어망이 많이 나오는데 수거하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둣가 앞에 두다 보니 해안가가 더러워 질 수밖에 없죠.” (이지준 목포근해유자망협회장) 해양 쓰레기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도 어민들의 공통된 호소다. 당장 처리하진 못하더라도 어딘가 모아두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조차 어렵다. 보관장소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폐어구는 수분이 많고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침출수 배수구 등을 갖춘 곳에 보관해야 한다. 실제 해수부가 이 같은 시설을 갖춘 해양 쓰레기 육상 집하장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다. 정부의 해양 쓰레기 대응이 한참 뒤늦은 것이다. 그전에는 어촌 한구석에 쌓아두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육상 집하장은 지난해 52개가 생겼고 올해 계획상 30개가 더 지어진다. 하지만 지역별 어민 협동조합인 어촌계 수가 2,000여 개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어구 중 유난히 부피가 큰 스티로폼 폐부표도 한때 보관조차 어려운 골칫덩이였다. 통영에서 굴 양식을 하는 어민 박모(62)씨는 “10년 전만 해도 다 쓴 부표는 부피는 큰데 둘 곳도 없어 바다에 방치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폐부표가 2011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자체가 생산기업이 낸 EPR 분담금으로 폐부표를 수거하고 전용 처리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스티로폼 부표의 EPR 분담금은 ㎏당 19원으로, 가전 포장이나 생활용 완충재로 쓰는 스티로폼 분담금(㎏당 3.5~8원)보다 높다. EPR 제도상 폐부표의 재활용 책임은 지자체에 있는 만큼 지자체는 재활용한 양만큼 분담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폐부표는 다른 스티로폼 폐기물에 비해 손상도가 높아 생산량의 절반도 회수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자체에 제시하는 양식용 부표의 재활용 의무율이 29.1%로 낮게 책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폐부표 회수량을 늘리기 위해 시행하는 의무회수제도 지지부진하다. 의무회수제는 지자체가 친환경 부표를 구매하는 어민들에게 싸게 살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존 폐스티로폼 부표의 일정량을 가져오도록 하는 제도이다. 일부 지자체는 수거에 드는 작업비나 운송비도 지원해 준다. 하지만 아직까진 친환경 부표의 부력이 스티로폼보다 낮아 어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데다 친환경 부표 공급을 하는 지자체별 예산 규모에 따라 시행수준이 천차만별이라 회수율은 40%도 안 된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해수부 차원에서 올해 시작하려 했던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반납 시 보증금 지급)는 내년 도입으로 미뤄졌다. 사실 스티로폼 부표뿐 아니라 폐그물·로프 등 다른 어구도 자원순환이 가능하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 재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그물로 재활용 원사 등을 생산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부표보다 더 깊은 바다에 들어가는 그물은 진흙 등 이물질 전처리가 더욱 까다로운데 이를 위한 시설도 없다. 폐그물과 로프가 EPR제도에 편입되지 않은 이유다. 어민들은 달라지고 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어장 파괴로 돌아오는 것을 체감하고서다. 폐어구 투기도 옛날 일이 됐다는 게 관련 연구자와 정책결정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문옥 전라남도 의원은 “최근에는 어민들이 먼저 ‘대형 포대만 지원해주면 보상 없이도 바다 정화를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나서서 목포수협을 통해 포대 2만 개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통영 선촌마을에서 해변을 청소하는 주민들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바다에 쓰레기를 버렸다. 2018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정화활동을 시작한 뒤로는 180도 달라졌다. 유재순(83)씨는 “우리도 어업을 했지만 (바다에서) 뭐가 걸려 올라오면 그냥 던져버렸는데, 이 정화활동을 하고부터는 절대 그래 안 해요”라고 말했다.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환경오염이, 어민들의 마음에 와 닿은 것이다. 이제 주민들은 작은 조각 하나도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한다. 수년 전만 해도 스티로폼 조각이 수십㎝씩 쌓이던 해변은 이제 관광객들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보호대상 해양생물종이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양식물 '잘피'의 숲도 복원됐다. 어민들의 인식이 변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폐기물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해양 쓰레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어민들이 미세플라스틱의 온상인 스티로폼 부표를 굴이나 김 양식에 쓰기 시작한 건 과거 정부가 보조금까지 줘 가며 이를 장려했기 때문”이라며 “해양 쓰레기에 대해 어민 탓을 하기에 앞서, 정부의 정책에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같이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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