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시간 못 밝힌다" 청와대 침묵의 세 가지 이유

2020.09.28 17:30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과 관련,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 부각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가 비공개 영역으로 남겨둔 문 대통령의 ‘시간대별 행적’을 고리로 삼아서다. 국민의힘이 27일 ‘당일치기’로 진행한 청와대 1인 릴레이 시위도, 28일 국회 앞 계단에서 연 긴급의원총회도 핵심 메시지는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시간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군과 접촉한 뒤 생존해 있었던 시간’과 ‘A씨 총살 이후 문 대통령 보고까지 걸린 시간’ 등이다.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공공재”라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문 대통령의 발언까지 다시 언급하며 야당이 몰아세우고 있지만, 청와대는 28일 “(시간대별 행적을) 추가로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침묵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문 대통령의 주요 일정을 이미 공개했다’는 것이다. 북한군에 의한 A씨 사망을 정부가 공식화한 24일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간대별 상황'이라는 명목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을 개괄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A씨를 해상에서 발견했단 첩보를 22일 오후 6시 36분 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 △북한이 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22일 오후 10시 30분 입수, 분석을 거쳐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추가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대해 23일 오전 9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문제 삼는 '핵심'은 여전히 빠져 있다. 22일 오후 10시30분 이후 대통령 대면 보고까지 왜 10시간이나 걸렸는지, 정부는 A씨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23일 새벽에 관계장관회의까지 열었는데 문 대통령에겐 왜 보고되지 않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을 사살한 뒤 불로 태워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접했을 때 확인이 먼저임은 불문가지이며, 이런 상황에서 취했던 일을 청와대는 이미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공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보고할 만한 것이 아니라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장관회의에서조차 ‘일관된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어떤 총으로 쐈는지’에서조차 부처별 분석이 엇갈렸고, 이때까지 접수된 첩보 중엔 ‘알 수 없음’ 딱지가 붙은 것들이 워낙 많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해당 회의에서 신뢰도 높은 분석이 가능했다면 문 대통령 보고도 즉각 이뤄졌겠지만, 그렇지 않아 보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단 뜻이다. 강 대변인은 당시를 "단지 토막토막의 첩보만 존재했던 상황"으로 규정하며, 대통령 보고 때까지 "사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해상에서 A씨와 접촉했단 사실을 문 대통령이 인지한 22일 오후 6시 36분부터 A씨가 북한군에게 총격을 당한 9시 4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구출을 위해 어떤 지시가 있었고, 노력이 행해졌는지를 해명할 필요도 여전히 남아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이 총탄을 맞고 불태워지는 6시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사라진 10시간을 ‘국정 운영 공백’으로 규정하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사라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과 비교한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사살당했을 가능성을 담은 ‘긴급한 사안’이라면, 신빙성이 다소 떨어져도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됐어야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세월호 사건과 A씨 피살 사건은 다르다’고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아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핵심이고, 이번 피살 사건은 ‘북한 해역에서 이미 벌어진 사건’임을 감안해야 한단 설명이다. ‘시간을 낱낱이 밝히라’는 야권의 주장을 청와대는 '팩트 추궁'보다는 ‘정치 공세’로 본다. 이에 응하는 순간 야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청와대 기류다. 강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 대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일부 언론 보도의 제목을 거론하며 "'남북이 냉전과 대결 구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같은 주장이 서슴지 않고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CCTV 사각지대네" 해수부장관의 이상한 현장 점검

28일 오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업지도선 복무실태와 근무환경 점검을 위해 전남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을 찾았다. 부하 직원 A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지 8일 만이다. 그러나 사전 고지된 방문 목적과 달리,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현장 주변을 둘러보면서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강조하는 등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로 오해 받을 수 있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장관의 근무환경 점검은 이날 낮 12시 20분쯤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서 이뤄졌다. 사고 선박인 ‘무궁화10호’ 대신 같은 구조의 동일 선종인 ‘무궁화29호’에서 진행됐다. 두 선 박은 옆으로 나란히 정박, 29호 선상에서 10호의 갑판 등 주요 ‘사고 현장’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 장관은 무궁화10호 선장과 29호 선장의 안내로 북측에 피격 사망한 A(47)씨의 당직 당일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지도선 선미와 후미에 위치한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모니터를 확인했다. 두 선장은 문 장관에게 A씨가 사라진 곳이 ‘CCTV 사각지대' 란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면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CCTV가 제대로 작동을 했더라도, ‘실족’인지 ‘뛰어내린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해수부가 이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이상한 점검은 갑판으로 이동한 뒤에도 계속됐다. A씨의 슬리퍼가 발견된 것과 같은 곳이다. 문 장관이 옆에 정박한 무궁화10호 사고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궁화 10호 선장은 "로프(계류선) 안에 A씨의 슬리퍼가 있었다"고 설명했고, 특히 문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탑재된)고속정이 (가리고)있어서 카메라 사각지대(이겠네)"라고 언급했다. 옆에 있던 두 선장은 문 장관의 이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호응했다. 이날 장관의 일정을 지켜본 현지에선 “선장도, 장관도 모두 CCTV 카메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 운운하면서 카메라가 있어도 찍히지 않는 위치에서 A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밖에 안 된다”며 “이는 사고 발생 경위를 수사중인 당국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장관의 이날 목포 방문은 ‘지도선 근무환경 점검’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수사가 진행중인 현장을 수사를 받고 있는 관할 장관이 나서 사고 선박 방문을 추진했다. 이에 해경은 “수사가 끝나지 않는 상황이라 현장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장관의 방문을 만류했다. 사고 선박 대신 같은 종류의 다른 선박에 문 장관이 오른 이유다. 지도선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장관이 수사가 진행중인 사고 선박 방문을 추진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날 현장 점검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 "판단 가능한 첩보"... 피살 공무원 월북 기정사실화

우리 군이 28일 북측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앞서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A씨를 ‘침입자’로 규정했다. 북한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논란이 더 가열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은 이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브리핑에서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간의 첩보와 정보에 의하면 유가족에게 안타깝고 죄송하지만 (A씨)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월북과 관련해 황 의원은 “구명조끼와 부유물, 신발만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그 이상 접수된 내용을 가지고 국방부가 판단한 것”이라며 "북한 함정과 A씨 대화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 정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팩트 중심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팩트 자료가 존재하고 앞으로도 보존될 것이므로 (A씨 월북은) 결코 가릴 수 없는 사안임을 알려드린다.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한미 감청 정보 등을 통해 A씨와 북한군이 나눈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보 자산이 북측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 정보 공개를 피하는 상황이다. 다만 남북 주장이 엇갈리는 시신 훼손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황 의원은 “북측 주장대로 부유물만 태운 것인지, 시신까지 태운 것인지 북측과 협력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월북 사안과 달리 우리 첩보를 더 분석하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군은 북한군이 A씨에 총격을 가한 뒤 기름을 붓고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월북 사안은 판단이 가능한 수준의 첩보였고, 시신 훼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신빙성 높은 추측 가능한 첩보였다”며 “지금 확보된 정보가 있어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추가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할 때 시신을 훼손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취지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폐쇄회로(CC)TV가 아니라 열화상 카메라로 시신을 태우는 불빛을 봤을 텐데 해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북측의 사과 통지문에 대해 “재발 방지 등을 담은 북쪽 의지는 매우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우리 민간인 총격 사실까지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정상국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갈림길이 이번 사건"이라고 공동조사 참여를 촉구했다.

'종전선언' 처리했으면 北 피격 없었을 거라는 민주당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종전선언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개별관광 결의안)을 상정해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진작 통과됐더라면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진 상황에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는 두 결의안 처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종전선언 결의안은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이 종전선언을 조속히 실행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의 시작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비영리 단체 또는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해 북한 당국의 개별적 방북 허가를 받아 관광을 진행하는 방안을 담은 개별관광 결의안도 상정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북한군의 공무원 피격 사건 직후 두 결의안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결의안) 숙려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사 간 협의로 하는 것이 국회법 절차”라며 “(남북 간의) 상황이 달라졌다. 북측 설명과 정부 발표 내용의 차이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은 종전 선언과 개별관광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진상조사와 북한의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상 절차를 강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결의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지 50일이 지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체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데 종전선언 결의안은 외통위에 회부된 지 105일이 지났다는 논리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금일수록 더 때(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야간 공방 끝에 두 결의안은 상임위 차원의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겨졌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법안ㆍ결의안 등에 대한 여야 이견이 커 조율이 필요할 때 구성된다. 최장 90일간 여야가 논의를 진행해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북한군에 발견되고 피격되기까지 6시간 동안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지적에 “6시간 동안 조각 정보(첩보)를 종합하고 확정에 가깝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어떤 첩보가 들어왔을 때 그대로 다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