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청원

"고양이는 영역동물… 아무 곳에나 방사하지 마세요"

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사는 동네 고양이(일명 길고양이)입니다. 최근 이 지역 케어테이커(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2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중성화(TNR) 수술을 마치고, 시청에서 급식소까지 지원받아 관리하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고양이들이 급식소에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던 한 케어테이커는 지난달 27일 우연히 급식소 건너편 A주택단지에 설치된 여러 개의 고양이 포획틀을 발견했습니다. 주택단지 관리사무소에 확인하니 고양이를 싫어하는 단지 거주자의 민원 때문에 고양이를 잡았고, 포획한 고양이는 다른 지역에 방사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고양이를 돌봐오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는 특성을 고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중성화(TNR)사업에도 제자리 방사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고시인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요령에는 '방사를 할 때는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장소에 방사한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시민의 민원으로 사실을 알게 된 성남시청도 관리사무소에 포획 과정에서 상해를 입히거나 학대를 할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을 뿐입니다. 시청 관계자는 "위의 사례 외에도 고양이가 싫다고 다른 곳으로 방사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오지만 불가능하다고 답변한다"며 "하지만 다른 곳에 방사한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는 건 맞다"고 말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관리업체는 한국일보에 "2018년 고양이 몇 마리를 잡아 다른 지역에 풀어준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사라진 시점과 관리업체의 포획 시기가 일치했고, 최근까지도 포획틀이 설치되어 있던 점을 고려하면 2018년에만 시행했다는 얘길 믿긴 어려워 보입니다. 케어테이커들은 돌보던 고양이가 최소 10마리 이상 사라졌다고 주장합니다. 동네 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 방사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특히 지자체의 TNR사업에서도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3월 중순 강원 원주 혁신도시 한 공공기관 건물 부근에서 케어테이커의 관리를 받으며 살던 5개월령 고양이 두 마리가 지자체에 의해 포획돼 중성화 수술을 받고 원래 살던 장소에서 20㎞ 넘게 떨어진 곳에 방사됐습니다. 역시 민원인이 원위치 방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해진 겁니다. 졸지에 어미와 새끼가 생이별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케어테이커가 재포획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동네 고양이를 제자리에 방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버동수) 운영진 명보영 수의사는 "민원 때문에 TNR를 하면서 다른 곳에 방사하는 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통계는 없지만 영역동물이라 원래의 영역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낯선 지역에서 터줏대감 고양이와 영역싸움 후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한 지역의 고양이가 사라지면 다른 지역 고양이가 유입되는 진공효과가 발생한다"며 "지역 내 동네 고양이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양이를 누구나 좋아할 수 없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발정기 때 소리를 내는 등 피해를 주지 않고 개체수가 조절되도록 정부도 중성화사업을 실시하는 만큼 우리 동네 고양이들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싫든 좋든 고양이는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입니다. 고양이가 싫다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고양이를 마구 방사하지는 말아주세요.

박정윤의 으라차차 동물환자

이빵이가 떠났습니다

이빵이가 떠났습니다. 이빵이는 2017년 11월 경기 시흥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말티즈였습니다. 화원을 가장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화분들 대신 뜬장 속에 120여 마리의 개들이 들어 있었죠. 밤새 켜둔 난로에서 불이 나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죽고서야 비닐하우스의 개들은 세상에 나왔습니다. 구조된 개들 중 어리고 이쁜 개들은 앞다투어 입양이 되었고, 나이 들고 아픈 친구들은 대다수 가족을 만나지 못했어요. 병원에 온 상태가 좋지 않은 6마리의 강아지는 일빵, 이빵, 삼빵, 사빵, 오빵, 육빵이라 불렸습니다. 이들 중 이빵이는 유난히 작고 당찬 친구였습니다. 고질적인 식분증에 마운팅도 남달랐죠. 별명이 ‘붕가대장’일 만큼요. 그 친구는 병원에서 3년 4개월을 함께 살았습니다. 처음 온 몇 개월은 건강했지만 나머지 시간들은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으며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연이은 출산과 교배로 이빵이의 관절은 닳았고, 엉킨 털과 오물에 다친 눈은 평생 안약을 넣어야 했습니다. 유난히 작고 사과 같은 머리는 뇌질환이 있었고, 유전적일 거라 여겨지는 심장병은 결국 우리 곁을 일찍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놀라운 건 4년 전인 이빵이 이후에도 병원에는 여러 차례의 번식장 구조견들이 다녀가고 머물렀다는 것이죠. 시간이 지난 현재도 번식장에서 다른 품종의 ‘이빵이’들이 병원에 머물렀다 보호소로 돌아갔습니다. 왜 달라지지 않을까요. 시흥에서 곤지암에서 평택에서... 전국 곳곳에서 번식장은 끝없이 사라지고 다시 생깁니다. 매년 5월 5일은 일 년 중 펫 숍 손님이 가장 많은 날입니다. 새로운 동생을 혹은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명목하에 많은 동물이 팔려갑니다. 매년 유행하는 품종도 있지요. TV에서 귀여운 품종이 눈길을 끌면 그해는 그 품종이 잇템이 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천오백만 시대는 질적인 성장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시장이 커질수록 동물유기와 동물학대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해졌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해마다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유기된다고 합니다. 동시에 동물 번식업에서 매년 평균 70만 마리의 동물이 ‘가족’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판매된 동물 중 가족과 끝까지 사는 경우는 단 20%도 안 됩니다. 불편한 실상을 모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펫 숍에서 구매하는 걸 무조건 반대하면 모두가 보호소에서 입양을 해야 하느냐고 따지듯 되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새끼 때부터 키워보고 싶으면 어쩌냐는 질문도 함께요. 애견 숍에 전시된 강아지들이 불쌍해서 데려온다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동물을 판매하는 산업은 끊임없이 동물을 고통의 굴레에 시달리게 합니다. 산업이 되는 순간 동물의 생명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모두를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펫 숍 앞에서, 혹은 온라인 판매 중인 이쁜 동물을 보면 이빵이를 기억해주세요. 외로운 마음에 혹은 어린이날 선물로 동물을 사려 한다면 한 번만 생각해주세요. 당신의 구매는 착취를 지속시키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수요가 계속되면 어떤 식으로든 공급은 될 테고, 그 속에서 수많은 이빵이들은 평생 뜬장에 갇혀 죽기 전까지는 못 나올 겁니다.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한 채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있을 그들을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지 않는 행동이 함께 살 동물을 존중하는 첫걸음일 수 있답니다. 또, 선택 기준이 외모나 품종 때문만은 아닌지도 생각해보세요. 동물을 키우는 것은 생명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생각보다 세심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어딘가 있을 이빵이의 수많은 새끼들은 모두 가족의 품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으려나요. 유난히 이쁘고 작은 말티즈를 볼 때면 이빵이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모든 유기동물 보호소가 입양 보내느라 바빠지는 날이길 바랍니다. 이빵아, 잘가. 나중에 또 보자.

가족

사람 욕심으로 품종교배…듣지 못하는 보더콜리 '말론'

사람들은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개와 고양이를 인위적으로 교배해 품종이라는 걸 만들어냈습니다. 이른바 '품종견', '품종묘'라고 불리는 동물들입니다. 사람이 원하는 외모를 얻기 위해 혈통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근친교배했고 이는 유전병이나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동물이 태어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에는 더 특이하거나 원하는 특징의 품종을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도그', '디자이너 도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품종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골든두들', 몰티즈(말티즈)와 푸들을 교배한 '말티푸' 등입니다. 하지만 각 품종의 장점이 결합되기는커녕 두 품종이 가진 유전적 질환의 발병 가능성만 두 배가 된다고 하네요. 더욱이 번식에 이용되는 동물들이 사는 환경도 열악합니다.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인데요. 지난해 여름 동물권단체 카라는 경기 의정부 재개발 지역에서 보더콜리 전문 훈련소를 위장해 불법번식, 판매를 했던 곳으로부터 28마리의 개를 구조했습니다.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 속 개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훈련소 옆 수풀 사이에 여러 구의 개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죠. 말론(2세 추정∙수컷)도 당시 훈련소에서 구조됐습니다. 말론은 개량한 품종끼리 또 교배를 시킨 '더블멀'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멀(morle)은 얼룩덜룩한 패턴의 털색을 말하는데요. 번식업자들은 라일락멀, 레몬멀 등 다양한 색의 보더콜리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멀 사이에서 또 교배를 시킨 개체를 더블멀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난청이나 저시력, 눈의 기형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말론도 귀가 들리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론은 구조 당시 심각한 빈혈상태로 수혈을 네 번 맞고서야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지만 손짓을 통해 '앉아'를 배웠고, 하네스(가슴줄)를 채우려 하면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얌전히 기다린다고 해요. 개 친구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하고, 활동가가 다른 개 친구와 노는 틈을 파고 들어 애정을 갈구할 정도로 사람을 따른다고 합니다. 말론은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놀이를 매우 좋아하고 밝고 명랑한 성격이라고 해요. 최근에는 원반 놀이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카라 활동가 김보라씨는 "함께 있으면 정말 똑똑한 반려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말론에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고, 에너지를 충분히 해소시켜줄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입양문의: 카라 https://www.ekara.org/kams/adopt/520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