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갈비뼈 사자' 바람이 딸, "청주동물원으로 임시 이동 논의 중"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갈비뼈 사자'로 불리며 안타까움을 샀던 수사자 '바람이'의 딸을 포함해 부경동물원에 남은 10여 마리가 청주동물원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곳에서 백호와 흑표범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남은 다른 동물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23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따르면 뱀 2마리를 제외한 라쿤 7마리, 사자 1마리, 백호 1마리, 알파카 1마리 등을 공영 동물원인 청주동물원으로 임시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뱀 2마리는 부경동물원 대표가 대구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동물원으로 가게 된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부경동물원이 동물의 소유권을 단체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동물원에 남은 10여 마리를 청주동물원으로 보내 연말까지 지내게 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동물들이 청주동물원에 영구적으로는 머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내년 초 경북에 완공되는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은 이를 위해 김해시, 낙동강유역환경청, 청주시와 야생동물 이송을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자체의 승인과 청주동물원의 시설 보강이 끝나는 대로 동물들을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22일에는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소속 수의사와 학생들이 이송을 앞둔 부경동물원에 남은 동물들의 건강검진에 나섰다. 23일에는 이 동물원 대표가 운영하는 대구 실내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을 진료하고 있다. 22일 검진을 마친 백호는 검진 결과 심장 기능이 약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최근 함께 살던 호랑이가 사망한 점을 고려해 백호에 대한 검진부터 진행됐다. 이 호랑이는 부경동물원이 2003년 개원할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미뤄 최소 열한 살은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합은 동물원 운영자가 대구의 실내 동물원에 남은 270여 마리 동물에 대한 소유권도 포기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부경동물원에 살던 동물 30여 마리가 이미 이동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동물원은 현재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받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대구 동물원의 동물도 기증 형태로 내년 초 경북에 완공되는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동물원으로 보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턱뼈 없고 다리 부러져도... 번식에 동원된 개 123마리 구조

충남 보령시의 무허가 번식장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던 개와 고양이들이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보령시 청소면에 있는 번식장 두 곳에서 고양이 2마리, 개 121마리 등 총 123마리를 구조했다고 22일 밝혔다. 야외와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에서 길러지던 개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대부분 탈장, 피부병, 안구질환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고, 턱뼈가 없거나 다리가 골절된 개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번식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육되던 환경도 열악했다. 배설물이 산처럼 쌓여있었으며, 물그릇과 밥그릇은 모두 오염돼 있었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단체는 2주 전 무허가 번식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 지난주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19일 업주들을 설득해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받았다고 전했다. 단체는 이번 사례를 통해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펫숍을 통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구조를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무허가 번식장이 영업을 지속해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법대로라면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은 펫숍에서 판매할 수 없지만 경매장을 거치면서 '신분'을 세탁하고 펫숍에서 버젓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적발된 무허가 번식장 역시 중간 업자를 통해 경매장에서 동물을 판매해왔다. 정 팀장은 "경매장은 마리당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규모 번식장과 반려동물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며 "경매장이 존재하는 한 불법 번식장을 근절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장은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에 따르면 국내에는 경매장 17개가 운영 중이며 전국에서 매매되는 약 18만~2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경매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한편 이날 구조된 동물 123마리는 현재 보호소와 병원 등으로 이송돼 보호 및 치료를 받고 있다. 단체는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면 입양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역대 최대라는 농식품부 예산 18조 가운데 동물복지는 '찔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올해 예산 18조3,392억 원 가운데 동물보호, 복지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얼마나 될까. 동물권행동 카라가 최근 4년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을 분석한 '대한민국 동물복지 사업과 예산 현주소'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관련 예산은 120억 원에 불과하다. 2021년 52억 원, 2022년 110억 원, 지난해 119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다 올해는 1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전체 예산의 1%도 되지 않는다. 카라는 농식품부 사업 가운데 동물과 관련된 15개 사업을 따로 분석했다. 먼저 유실∙유기견의 근본적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의 경우 2021년에는 아예 예산이 없었다가 2022년 15억 원, 2023년 15억6,00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올해는 14억400만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신주운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소위 마당개들이 자견을 번식할 경우 유기·유실견 내지 들개화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사업 달성도가 100%가 넘는 사업으로 실외사육견 중성화 수술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큼에도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동물복지농장 지원을 목표로 수립된 동물복지 축산 인증제 활성화 사업 예산 역시 2022년 10억7,000만 원, 지난해 9억8,000만 원에 이어 올해는 8억 원으로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닭, 돼지, 소, 오리 등 전체 농장 중 동물복지축산농장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반 축산 농장에서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인증 컨설팅 비용 및 홍보 등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게 단체 측의 주장이다. 퇴역 경주마 지원 역시 소액에 그치고 있었다. 퇴역 경주마 활용 지원 예산은 2021년 2억7,000만 원에서 올해 4억3,000만 원으로 늘었지만 예산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단체는 더욱이 경주 퇴역마 활용 지원을 말고기 소비촉진, 말고기 등급판정제도, 말 부산물 활용 개발보다 퇴역 경주마 보호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정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농식품부도 농장동물을 축산물이 아닌 지각력 있는 생명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동물복지를 위한 정책, 사업과 예산이 더욱 확대되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포트의 전문은 카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 고양이 안 보여요"... 마라도서 반출 1년 그 후 [르포]

이달 15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 식당 곳곳과 거리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던 고양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급식소가 있던 자리는 흔적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고양이들이 많이 모이던 한 주택에는 실내에서 창문을 내다보는 고양이 한 마리, 건물 뒤편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 네 마리만 볼 수 있었다. 모두 중성화를 했다는 표시인 한쪽 귀 일부가 잘려 있었다. 이외에 한 식당에서 기르는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난 게 전부였다. 이 고양이들은 처음 본 사람에게도 손길을 허락할 정도로 사람을 따랐다. 마라도 내 고양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주민들도 느끼고 있었다. 주민 B씨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고양이를 찾기 어렵다"며 "고양이 반출 이후 새끼 고양이는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현장에 동행한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도 "이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고양이들이 확연히 줄었고, 남아 있는 고양이들 대부분은 사람의 관리하에 길러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수가 줄어든 섬에는 또 다른 변화도 생겼다. 고양이가 반출된 후 쥐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쥐 퇴치 사업이 시작됐다. 김춘구 마라도 이장은 "쥐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해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쥐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 이장은 또 "고양이들이 주민이나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라도 고양이 45마리가 섬 밖으로 반출된 지 1년이 돼 간다. 문화재청은 당초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을 통해 마라도 내 급식소 설치를 허가했지만 일부 조류 커뮤니티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월 고양이의 대대적 포획 계획을 세웠다. 준비 없이 무조건적 포획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본보 2023년 1월 21일 자)과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고양이 반출은 강행됐다.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반출 전 고양이 수는 60~70마리로 추정됐는데 여기에서 45마리가 반출된 상태다. 김 이장은 "남은 고양이들의 수가 특별히 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달 마라도를 방문한 서울대 수의인문학교실 소속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도 "고양이 20마리를 확인했는데 모두 중성화가 돼 있는 상태였다"며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도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더 이상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쥐에 대한 우려는 전보다 커졌다. 최 대표는 이번에 고양이들 밥 자리 주변에서 쥐 사체 3마리를 처음 발견했다. 주민들도 아직까지 쥐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피해 사례가 발생한 점과 앞으로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부터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쥐 퇴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쥐 퇴치에 투입된 예산은 지난해 6,000만 원, 올해는 1억 원이 편성됐다. 반출된 고양이들 가운데 새 가족을 만났거나 입양 전제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는 수는 18마리다. 나머지 27마리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내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고양이들도 여전히 남아 있어 입양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제주지역 동물단체 연합인 유기동물 없는 제주 네트워크가 이들을 돌보며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냉난방이 이뤄지지 않는 등 오랜 컨테이너 생활이 고양이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 네트워크 구성단체인 제주비건 김 대표는 "고양이들이 지내는 환경을 개선하고 입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도 협조키로 했다. 강순실 제주 세계유산본부 기념물 팀장은 "동물복지 관련 부서 등과 고양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입양 홍보를 통해 최대한 입양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추가적으로 고양이 반출계획은 없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마라도를 관리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마라도 고양이 반출 사례를 놓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얘기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실제 고양이가 뿔쇠오리에 대해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기초 조사나 연구도 없이 민원에 의해 정책이 시행됐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쫓겨난 고양이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마라도 사례는 동물이 생태적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경우 그 영향뿐 아니라 동물 개체들의 복지를 고려해 동물 정책을 수립해야 함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