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英 승마영웅 말 학대 후폭풍… 동물단체 "올림픽서 승마 제외하라"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딴 영국 대표 승마선수인 샬럿 뒤자르댕(39)이 과거 말을 학대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뒤자르댕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을 잃었고, 동물단체는 이번 기회로 승마를 올림픽 경기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승마 경기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은 자원하지 않는다. 폭력과 강압에 복종할 뿐"이라며 "이제 올림픽도 현대화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전날 "뒤자르댕이 말에게 채찍질한 행위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보도했다. 뒤자르댕은 2020년 개인 훈련장에서 학생 선수에게 승마를 가르치면서 말이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대 행위가 담긴 영상을 국제승마연맹(FEI)에 전달한 학생 선수 측은 "뒤자르댕은 긴 채찍을 이용해 1분 동안 24차례나 말을 때렸다"며 "마치 서커스의 코끼리를 대하는 듯했다"고 밝혔다. 페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뒤자르댕으로터 채찍질을 당한 말이 승마장 벽에 몰린 채 도망가듯이 구석으로 이동한다. 영상을 접한 FEI는 뒤자르댕의 국제대회 참가 자격을 박탈했고, 뒤자르댕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매우 부끄럽다"고 인정했다. 페타는 사람이 말에 올라타 특정 동작을 요구하는 승마를 동물 학대로 규정,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하라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다. 시민단체 세계 말 복지(World Horse Welfare)의 롤리 오워스 대표는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말 복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며 "경기장이든 비공개 장소든 말 복지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동물 보호 여론이 강해지면서 국제 승마계는 종목 존속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승마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에선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주마 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해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만 450만 마리... 대체시험법도 잇단 발의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잇따라 발의됐다. 동물단체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논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없는 가운데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환영했다. 26일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이 이달 25일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의원이 지난 국회에서도 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 지원법안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부처들의 의견이 더 모아져야 한다는 이유로 임기 만료 폐기됐다. 동물대체시험법 지원법안 논의는 5년전 첨단기술을 통해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 방법 개발 및 활용을 위한 법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이에 환경부는 화학물질과 살생 물질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대체시험 지원을 위한 노력과 함께 2030년까지 대체시험 적용을 늘리기 위한 비전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의약품 품목에 대한 고시 개정에 따라 대체시험 방법을 활용한 비임상 자료 제출을 허용키로 하는 등 대체시험을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서보라미 한국HSI 정책국장은 "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 부처와 관련 업계 등이 모여 계획 수립과 시행을 위한 논의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없다"며 "이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강원대에서 2만8,000여 마리 사육규모의 동물실험센터 착공식을 가졌다"며 "대체시험 현장 도입이 필요한 교육시설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은 450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원숭이류와 파충류, 어류에 대한 실험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HSI는 국내에서는 어류와 파충류가 포유류의 대체 시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원숭이류의 실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바오 위해 월드컵공원에 삼색버드나무 심어요"

온라인 커뮤니티 푸바오갤러리는 25일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이름으로 '서울마이트리-내 나무 갖기' 캠페인을 통해 서울 마포구 월드컵 공원에 삼색버드나무 한 그루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서울마이트리는 시민단체 생명의숲이 서울 주요 공원 11개소에 시민이 직접 나무를 기부할 수 있도록 기획한 캠페인이다. 나무에는 '푸바오갤러리' 명패가 걸릴 예정이다. 푸바오는 올해 4월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쓰촨성 청두시 선수핑 기지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푸바오가 야외 방사장 내 오르내릴 수 있는 나무가 준비돼 있지 않고 관람객의 소지품이 방사장 안으로 떨어지는 등 방사장과 관람객과의 경계 차단이 미흡한 점 등이 지적돼왔다. 갤러리 측은 "비록 지금 푸바오가 사는 선수핑 기지에 큰 나무가 없지만, 우리가 심은 한 그루 나무가 방사장 환경 개선을 요청하는 뜻을 알릴 뿐 아니라 환경 보호 의식 촉구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갤러리가 기부한 삼색버드나무의 꽃말은 '무언의 사랑, 솔직한 사랑'이다. 갤러리 측은 "언제나 말없이 솔직한 사랑을 전해준 푸바오가 떠올라 삼색버드나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나무 기부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 푸바오에게 큰 나무 한 그루가 돌아가면 정말 뜻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서 5월 푸바오가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발적 모금을 통해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과 종로구 주한 중국문화원을 오가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또 이달 11일에는 갤러리 운영진이 나무 디자인의 인형 옷을 입고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큰 나무와 안전 가드레일 설치 등 푸바오의 방사장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한 데 이어 13일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알고 싶어, 너와 너의 멍냥이

구조팀과 '밀당' 거듭한 121일.. 동물농장 ‘백호’ 뒷이야기

“백호야, 나와봐~.”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 활동가들의 부름에도 ‘백호’(4세 추정∙혼종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문 앞에 잠시 얼굴을 드러내다가도, 낯선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자 황급히 모습을 감췄습니다. 견사 안으로 들어간 뒤, 백호가 적응하기를 잠시 기다리고 나서야 백호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백호는 아직 두려운 게 많은 듯했습니다. 손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들어도 움찔하기 일쑤였고, 간식을 주면서 가까워지려 해도 한참을 망설이다 손바닥에 놓인 간식만 먹고는 잽싸게 거리를 뒀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영연 동물관리국장은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은 일단 경계부터 한다”며 “그나마 온센터에 입소하고 1개월 정도 활동가들이 먹이를 주면서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잠시 냄새를 맡다가도 조금만 움직이면 백호는 곧 도망가 버렸습니다. 온센터에 오기 전, 백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무려 121일. 백호의 구조에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경북 안동시의 한 산골 마을에서 발견된 백호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처참했습니다.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가 목 깊숙이 파고든 상태였습니다. 강아지 시기 누군가 백호의 목에 채웠던 목걸이가 자라면서 목을 조이다 못해 살점을 파고들어간 겁니다. 그러나 처음 백호를 마주한 동물자유연대 구조팀은 구조가 이렇게 오래 걸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구조팀을 이끈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장은 “먹이를 줄 때 반응이 좋은 걸 보고 포획틀만 잘 설치하면 하루만에 구조가 가능할 거라고 판단하고 현장으로 향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구조팀은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폭우가 내리며 백호의 모습을 직접 보기조차 어려웠던 겁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도 백호는 구조팀이 설치한 포획틀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송 팀장은 ‘백호가 참 예민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백호는 그 뒤로도 구조팀이 준비한 포획틀을 기가 막히게 피해 다녔습니다. 구조팀은 백호의 이동 동선을 최대한 많이 파악한 뒤 포획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백호와의 심리전이 길어질수록 구조팀은 더욱 초조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송 팀장은 “구조가 몇 차례 실패하면 구조 동물의 경계심도 높아진다”며 “더 예민해진 백호가 산속 깊이 숨어들기 전에 구조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백호는 예민한 청각과 숨을 장소들을 확보해 놓았기에 구조팀 입장에서는 더욱 불리했다고 합니다. 결국 구조팀은 많은 인력을 동원한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동물 관련 학과 대학생들로 조직된 자원봉사자들과 SBS ‘TV동물농장’ 진행자 토니안 씨와 시청자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예민한 백호는 결국 촘촘하게 좁혀진 구조망을 벗어나 산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백호가 더 예민해지기 전에 결국 경계심을 풀기 위해서라도 잠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 내려갈 때마다 3박 4일, 그렇게 7번을 서울과 안동을 오간 구조팀. 철수하면서도 걱정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송 팀장은 “목줄 외상견은 패혈증으로 언제든 갑자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백호의 부어오른 얼굴만 보면 매우 위험한 단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구조 현장에서도 백호에 대한 걱정을 놓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개월을 애먹이던 백호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백호가 인근 민가의 창고 근처에 숨어있었던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더는 백호를 잡을 방법은 없다고 여긴 겁니다. 최후의 방법을 모색하던 구조팀은 결국 지자체 보호소의 도움까지 받아 뜰채로 백호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처음 구조팀이 현장을 방문할 무렵 근처 과수원에 걸려 있던 풋사과가 어느새 잘 익은 붉은 사과가 된 2023년 10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구조 이후 동물병원에서 회복에 전념하던 백호는 지난해 12월 온센터에 입주했습니다. 백호가 온센터에 들어오는 날, 구조팀도 자리에 함께 했다고 합니다. 목에 있는 상처가 아물고 얼굴의 부기도 가라앉은 백호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해요. 안타까움은 송 팀장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조 사연이 지난 12월 TV동물농장을 통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로부터 입양 문의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입양 희망자 중 백호와 함께 지낼 적임자는 없었다고 해요. 동물자유연대 조은희 온센터 홍보팀장은 “백호에게 맞는 환경이 아닌데도 호기심이나 단순히 불쌍하다는 마음만 갖고 입양을 신청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입양 신청자 대부분은 공동주택 거주자였습니다. 사회성이 좋은 대형견이라면 입양을 고민할 수도 있지만, 자극에 예민한 백호에게 맞는 생활 환경은 아니었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입니다. 게다가 백호 역시 아직 가족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호소 입소 직후에도 이동장에 웅크려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백호는 한 달 동안 아직 보호소 안에서 강아지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고 합니다. 백호를 만난 날에도 야외에서 다른 강아지 친구와 마주치는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백호는 강아지 친구에게 잠시 관심을 갖고 냄새를 맡다가도 이내 걸음을 돌려 줄행랑치기 바빴습니다. 목걸이에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목줄을 매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목줄을 매려고 할 때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뒷걸음질 치면서 목줄을 피한 겁니다. 그런다고 억지로 목줄을 채우면 더욱 나쁜 경험을 심어주는 만큼 꾸준히 간식으로 좋은 기억을 심어주며 목줄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백호가 사람에게 느리게나마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만나본 백호는 수줍음이 강해 보였습니다. 어색한 사람, 강아지와의 관계에 적개심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을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방송 당시 모였던 관심과 애정으로 백호를 계속 지켜보는 게 어떨까요? 아마 백호도 조금 더 용기를 내 마음을 여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겁니다.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