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배려

돼지는 삼겹살이 되려고 태어났을까?

얼마 전 동물 관련 신간 추천사를 써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스웨덴의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이 돼지 도축장에서 85일 동안 근무하며 보고 겪은 것을 기록한 내용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동물복지 국가로 알고 있었기에 실상이 어떤지 궁금했고, 먼저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저자는 매일 '근무일지+일기' 형식의 기록을 써 내려갔다. 그는 살아있는 돼지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이 되는지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보여준다. 도축작업은 돼지가 차에서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계류장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험난하다. 돼지는 앞에 있는 돼지를 따라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주면 알아서 움직인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이들에게 시간은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은 구슬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몰이채로 돼지를 때리면서 몰고, 놀란 돼지들은 버티려고 안간힘을 쓴다. 저자는 "(돼지들이) 고기가 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 여기 와 있다"라며 "그런데 고기가 되러 가는 길에도 매를 맞는다"라며 마음 아파한다. 우리는 보다 값싸게 먹기 위해 돼지를 개량했고 효율적인 도축방법을 고안해냈으며 그 수명을 마음대로 정해버렸다. 이는 돼지가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 것을 당연시한 결과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돼지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사람과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돼지는 다른 돼지가 방금 배운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고 친구들의 정서적 상태에 매우 강한 영향을 받는다. 또 우리 심장은 돼지와 너무 닮아 인간의 심장을 돼지의 것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피부도 너무 비슷해서 피부 통증의 정도를 특정하는 동물실험은 돼지한테 한다고 했다. 돼지의 혀 표면 맛봉오리(미뢰)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돼지 도축장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71개의 도축장에서 도축된 돼지는 약 1,800만 마리. 도축 수는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돼지가 겪는 실상은 스웨덴 돼지보다 참혹한 것 같다. 피를 빼는 방혈 작업 전 돼지를 마취시켜야 하는데 돼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선 전기도살법(전살법)보다 이산화탄소(CO₂)마취법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CO₂가스마취법이 가능한 곳은 6곳에 불과하다. 또 1,800만 마리 가운데 몇 마리가 CO₂마취에 의해 도축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품질, 가격, 위생과 관계없는 내용이라 따로 통계를 뽑지 않는다"라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었다. 더욱이 농식품부와 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CO₂마취보다 전살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CO₂마취시설을 짓는 데 비용이 더 들기도 하지만 CO₂마취의 경우 부산물 품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어떤 방법이 돼지에게 고통을 줄여주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돼지를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만 보면서 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구스타브손 수의사는 대학시절 필독서였던 '돼지 개론'과 강연을 되새기며 "이 동물들은 그러라고 태어난 것이다"라는 문장을 기억해낸다. 하지만 돼지는 정말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서만 태어난 존재일까. 그렇지도 않지만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동물을 희생시키는 게 꼭 필요한지, 또 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애니청원

"천연기념물 진돗개, 민간 아닌 국가가 사육해야"

"천연기념물 진돗개 지켜줄 새 보호법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0월 15일)한 '애니청원'에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300명에 달했습니다. 이에 더해 식용 개농장에서 천연기념물과 천연기념물 심사를 기다리는 예비견을 포함 11마리를 발견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해당 청원을 공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게시물에 522명이 공감 해주셨습니다. 이에 진도군에는 천연기념물 진돗개와 예비견 관리를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라이프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에는 구조한 65마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천연기념물 진돗개와 예비견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한 지에 대해 묻고 답해드립니다. -천연기념물 진돗개와 예비견을 진도군에 등록한 이후 추적 관리가 되지 않는 게 문제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진돗개 폐사, 소유주 변경을 소유주 신고에만 의존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달 말까지 전산 등록된 진돗개 사육농가 2,000여가구에 대해 전화, 방문을 통한 실태 조사를 끝낼 예정입니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육농가 수와 사육두수는 전산상 자료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먼저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변경 사항 신고에 대한 홍보에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또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변경사항 미신고에 따른 벌칙 등 내용을 담아 '한국 진도개 보호, 육성법' 개정을 검토하겠습니다." (진도군 진도개축산과 관계자) -65마리의 진돗개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모두 위탁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구조 당시 예민했던 천연기념물 '진주', 도축장소와 너무 가까워 움직이지 조차 못했던 천연기념물 '봉자' 등을 포함한 개들이 산책을 즐기고 사람과 교감하며 점차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져 건강이 나쁘고,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들도 많아 입양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하 김나라 HSI 매니저) -진돗개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현재 라이프가 국내에서 개들의 입양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분은 라이프나 HSI에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덩치가 작지 않고 사회화 교육이 필요해 국내 입양이 어려워 보이는 개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HSI를 통해 해외입양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원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한국 진도개 보호, 육성법'이 있었지만 이는 진돗개 육성과 진돗개 농가의 수익증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진돗개 보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등록 이후에는 추적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문제이고요. 진도군 내 진돗개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진도군은 진돗개를 천연기념물 선정여부에 따라 '좋은 개, 나쁜 개'로만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견이 모두 천연기념물이라 할지라도 자견들은 황색과 백색의 모색, '적당한', '너무 넓지 않은' 등의 애매한 체형 규정을 근거로 한 진돗개 심의의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정될 뿐입니다. 이는 천연기념물로 선정되지 않은 진돗개에게는 잔인한 폭력입니다." (이하 심인섭 라이프 대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먼저 '한국 진도개 보호, 육성법'이 진돗개 증식과 보급 확대가 아닌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전면 개정되거나 새로 제정되어야 합니다. 현재 천연기념물 진돗개는 약 3,000마리, 예비견은 7,000마리로 그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천연기념물이든 예비견 이든 등록 이후 끝까지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수를 줄여가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 사육 자체를 민간 사육농가에 맡기지 말고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유기견 대부, 이정호 전 소장 불법 안락사 의혹"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18일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유명세를 탄 이정호 전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과 관계자들을 다수의 유기견을 불법으로 안락사한 혐의로 군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소장은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산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견을 안락사하지 않는다"라고 밝히면서 '유기견들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전 소장은 올해 3월까지 군산시 위탁 지자체 보호소인 군산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해왔고 이후 사설 보호소인 군산개린이쉼터를 운영하다 불법 안락사 혐의가 불거진 후 자진 사퇴했다. 동변에 따르면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직원들은 이 전 소장이 공식적으로 안락사를 한다고 밝힌 2020년 5월 이전인 2018년부터 다수의 유기견을 안락사 해왔고 마취 없이 심장정지약을 투여했다고 전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보호소 유기견을 안락사할 경우 수의사가 이를 수행해야하고, 심장정지나 호흡마비 등 약물을 투여해 안락사할 경우에는 반드시 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소장은 수의사가 아님에도 유기견에게 마취를 하지 않고 직접 심장정지약을 투여해 많은 유기견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동변은 주장했다. 동변은 이 전 소장이 지금까지 최소 60마리 이상을 불법 안락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변은 직원들이 수집한 불법 안락사 증거들을 토대로 이 전 소장과 이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성우 동변 변호사는 "해당 보호소는 600~1,000마리 정도 수용이 가능한데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개들이 이곳에 버려졌다"라며 "지자체 위탁 보호소이다 보니 새로 입소하는 개들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기존에 머물던 개들을 안락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기견보호소에서의 불법 안락사가 엄격하게 처벌되어야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피고발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이 전 소장은 사건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에게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라며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다.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가족

실험실서 안락사는 피했지만… 1년 뒤 보호소에서 발견된 비글

올해 4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경기 평택 시보호소에 실험실에서 나온 비글이 입소했고, 도와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비구협 활동가가 보호소에 가서 확인하니 비글의 한쪽 귀 안쪽엔 이름 대신 불리던 일련 번호가 새겨져 있었죠. 비구협은 실험견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보호소에서 비글을 구조해 데리고 나왔습니다. 실험에 사용됐던 동물들은 대부분 실험이 끝나고 안락사됩니다. 실험기관이 비구협 등 단체에 실험이 끝난 동물을 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는 손에 꼽힐 정도였죠. 엄격하게 관리되는 실험견이 어쩌다 지자체 보호소까지 오게 됐을까요. 비구협에 연락을 해온 시민에 따르면, 자몽이(3~4세 추정∙수컷)는 2019년 가을 한 사설 실험기관에서 구조됐습니다. 실험실 연구원이 자몽이가 안락사되지 않도록 임시보호를 했고, 6개월 후 다행히 새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 뒤 입양했던 가족은 임시보호자(임보자)에게 파양 의사를 밝혀 왔고, 임보자가 자몽이의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는 사이 평택 시보호소에 맡겨 버린 겁니다. 보호소에서 어떤 사정인지 몰라도 유기하는 동물을 받아준 겁니다. 다급했던 임보자는 실험동물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온 비구협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현재 자몽이는 비구협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아주 건강하고 활발한 말 그래도 '비글미'가 넘치는 매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도 많고요. 하지만 사람을 너무 좋아한 게 파양을 당한 이유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에게 의존도가 커서 분리불안 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실제 실험실에서 나온 비글들의 경우 준비 없이 입양 갔다 파양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실험에만 동원되다 보니 실험실에서 나온 후에는 오히려 성격이 너무 활발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배변 훈련도 되어 있지 않고, 사람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요. 혼자 지냈던 시간이 많다 보니 다른 개 친구들과 지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주희 비구협 입양팀장은 "실험비글들은 교육하는 동안 '안 된다'고 하면 또 주눅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힘든 게 사실이다"라며 "자몽이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분리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반복 훈련을 해줄 수 있는 가족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험에 동원된 후 입양됐다가 또 버려진 자몽이가 실험실, 보호소가 아닌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맞춤영양'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 습관에 딱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 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비글구조네트워크 위 사이트가 클릭이 안 되면 아래 URL을 주소창에 넣으시면 됩니다. https://cafe.naver.com/thebeagle/35682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