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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치추적 반달곰·산양·여우… 70%가 '행방묘연', 왜?

입력
2024.10.17 08:00
수정
2024.10.17 09:4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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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서식지 파괴로 내몰리는 종복원 야생동물
사고사 비율도 반달곰 30%, 여우는 54%로 높아

편집자주

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위치추적기를 달고 야생에 방사되는 산양(왼쪽부터) 반달가슴곰 KM-53, 여우. 양구군, 국립공원공단 제공

위치추적기를 달고 야생에 방사되는 산양(왼쪽부터) 반달가슴곰 KM-53, 여우. 양구군, 국립공원공단 제공


위기의 도심동물들

위기의 도심동물들


환경부가 종복원 사업을 위해 방사한 동물 10마리 중 7마리의 위치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무, 농약 등으로 인한 사고사 비율도 높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종복원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위치추적이 되지 않은 비율이 반달가슴곰은 63.9%, 산양은 84.3%, 여우는 7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달가슴곰과 여우는 새로운 개체를 방사하는 방식으로, 산양은 증식보다는 구조 치료해 방사하는 방식으로 종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추적 및 안전관리를 위해 위치추적기를 달아 동물을 방사하고 있다. 하지만 치추적이 되지 않은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①배터리 소진으로 추적기를 1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데다 ②자연에서 태어난 곰이나 여우의 경우 미부착한 경우가 늘고 있고 ③포획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위치추적 관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추적 대신 권역 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2018년 경북 김천 수도산에 풀려난 반달가슴곰 KM-53이 빠르게 숲으로 이동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18년 경북 김천 수도산에 풀려난 반달가슴곰 KM-53이 빠르게 숲으로 이동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하지만 모든 개체를 위치추적기를 통해 추적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리산과 경북 김천 수도산을 넘나들어 '콜롬버스곰', '오삼이'로 불렸던 반달가슴곰 KM-53의 경우 6년간 24시간 추적 감시를 받았지만 민가 접근, 배터리 교체 등을 이유로 마취해 포획하는 과정에서 숨졌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반달가슴곰의 경우 이미 89마리에 달하는 만큼 일부 필요한 개체만 추적하고 전반적 관리 방식은 서식밀도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철 강원대 산림과학대 교수는 "이제는 반달곰의 수가 늘고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개체 수 추적이 아닌 권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유전자 다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거나 민가 지역에 자주 출몰하는 개체 등을 집중 관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고사 비율 높은 건 결국 서식지 관리 미흡 때문

2021년 강원 양구군에 구조됐다 방사되는 산양의 모습. 양구군 제공

2021년 강원 양구군에 구조됐다 방사되는 산양의 모습. 양구군 제공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방사한 반달가슴곰과 여우의 경우 올무, 농약 등으로 인한 사고사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달가슴곰은 방사 및 자연 출생을 포함한 136마리 가운데 20%(27마리)가 사망했는데 이 중 사고사 비율이 30%였다. 여우는 더 심각해서 260마리 가운데 사망한 비율이 42%(108마리)였고 사고사 비율은 57%로 절반이 넘었다. 여우가 엽구뿐 아니라 개선충 등 질병에도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결국은 여전히 위험요소 제거 등 서식지 관리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반달곰의 경우 복원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서식지 중심의 복원이 되고 있지 않다"며 "탐방로 확대, 엽구 피해, 개발사업 추진 등 위험요인이 늘면서 오히려 서식지가 고립되며 서식 여건이 질적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도 "반달곰의 경우 이미 덕유산에 2마리가 나가 있다"며 "지역 주민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가 오삼이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실 제공

국립공원공단 관계자가 오삼이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실 제공

한편 반달가슴곰이 피해를 일으킨 사례를 보면 사람과 관련된 건 한 건도 없었고 대부분 벌꿀통 훼손이었으며 보상 금액은 연 5,000만~1억 원 안팎이었다. 박 교수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 증가와 서식지 확대로 탐방객이나 인근 주민들과 만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주민 교육과 함께 해외에서 효과가 입증된 곰 스프레이를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곰 스프레이 도입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총포화약법 개정을 위해 경찰청과 협의가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 사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우 의원은 "서식지를 제대로 관리하고 확대하는 데는 지역 주민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라며 "자연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쓰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시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과 설비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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