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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이슈

#푸틴 대통령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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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러, 북에 정밀무기 주면 우크라 무기 제공에 어떤 선도 없다"

대통령실이 23일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 지원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를 결정한 우리 정부에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러) 조약 내용에 대해서 우리한테 좀 설명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21일 발언과 관련해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약의 경우 북한이 침공받았을 때 적용되는 조항인 데다, 양국의 국내법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그렇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푸틴 대통령의 이달 초 외신과의 회견 내용도 재차 언급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한러 관계에 대해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를 북러 정상회담의 ‘양해’를 구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푸틴 대통령이) 한러 관계에 대해 좋게 이야기했을 때 저희는 오히려 ‘아, 북한 가서 뭔가 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에 갔을 때 혹시 자신이 사고를 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한국 측이 좀 이해해라 하는 식으로 밑밥을 까는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러시아가 한반도 안보에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일 경우를 전제로 했다. 장 실장은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토 중인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한 한러 관계 전반에 대해선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 관계를 복원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도 북러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 실장은 “러북 간 군사협력 문제는 이미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적 문제가 됐다”며 “당연히 (나토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러 대사 "푸틴의 북한·베트남 방문, 미국 정책 실패 증거"

김정은이 운전대 잡고도 활짝 웃다...푸틴이 두 대나 선물한 그 자동차의 정체는

#尹정부 저출생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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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저출생 대책, 박탈감 호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전날 발표한 '저출생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해, 일부 청년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갑지만,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경우나 '제도를 쓸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상견례를 마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한 이슬기(32)씨는 20일 이번 대책을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대책"이라고 평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씨 커플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담'이라는 생각도 그대로라고 한다. 이씨는 △결혼하면 10년간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 부담을 적용하지 않고 △출산하면 연소득 2.5억 원인 부부도 1%대 금리로 집을 장만할 수 있게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완화한 대책에 특히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희는 25년 된, 노원 끝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둘이 10년 넘게 모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야 한다"며 "각자 집을 한 채씩 갖고 있는 커플이 얼마나 많길래 1주택으로 쳐 주겠다는 건지, 합산 연봉 2억5,000만 원인 부부가 연 2~3%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받는 게 그렇게 시급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산층 이상은 이미 혼인율이 높은데도, 결혼과 혼인을 조건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22년 발표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가구 감소율은 소득 하위층에서 특히 높았다. 2010~2019년 소득 상위층은 출산율이 24.2% 줄었는데, 소득 하위층은 51.0% 줄었다. 그 결과, 출산한 가구 중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54.5%에 달했다. 출산 100가구 중 고소득층이 55가구라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며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有錢有子女 無錢無子女)"라고 표현했다. 일 가정 양립 부문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전모(30)씨는 "대기업 공채 정규직,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방송국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전씨는 육아휴직제도가 있어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는 결혼과 동시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차라리 모든 직업에서 육아휴직을 의무화해달라"고 말했다.

"결혼만 해 줘, 세금 깎아 주고 집 두 채라도 한 채로 쳐 줄게"

"출산하면 소득·자산 안 따져"... 공공임대 20년 살 수 있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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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특위 “내년 의대 정원 협상하자”… 정부 “절차 마무리돼 불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출범시킨 범의료계 대책기구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의정 협상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혔다. 단, 내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의협 집단휴진 당시 집회에서 발표했던 ‘27일 무기한 휴진’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의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올특위 첫 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향후 대정부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올특위에는 의협을 비롯해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시도의사회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올특위는 회의 후 낸 보도자료에서 “주요 대학별 휴진 계획 등 대정부 투쟁 방안에 대해 공유했다”며 “연세대 의대 및 울산대 의대의 정해진 휴진 계획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연대 의대 산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울산대 의대에 속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에 돌입할 계획이다. 올특위는 “향후에는 각 직역의 개별적인 투쟁 전개가 아닌, 체계적인 투쟁 계획을 함께 설정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음주에 예정된 국회 청문회 등 논의 과정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향후 의사계가 공동 투쟁을 도모할 여지를 열어 놓으며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복지부 장·차관을 불러 의대 증원 과정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의협 차원의 무기한 휴진 여부는 이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사전 협의나 공유 없이 일방적으로 27일 무기한 휴진 돌입을 선언해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무기한 휴진은 임 회장 1인의 깜짝 쇼”라며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올특위는 정부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했다.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환영한다”면서 “2025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정 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선결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보다는 한층 전향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다만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됐다는 정부 입장과 여전히 간극이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2025년 의대 정원은 절차가 이미 마무리됐으므로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으니 의협에서도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 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무기한 휴진을 추진 중인 대학병원 교수 비대위에 대해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에서 ‘무기한 휴진 중단’을 결정하고, 의협에서도 대화의 뜻을 밝힌 만큼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올특위는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과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외에 전공의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의대교수(4명), 전공의(4명), 시도의사회(3명), 의대생(1명), 의협 이사(2명) 등 14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측은 올특위 참여를 거부한 상태다. 올특위는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를 기다리면서 현재 구성과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올특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다음 회의는 29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의협 휴진 참여했다가 환자한테 피소된 의사… 경찰 수사 착수

서울대병원 휴진 중단, 의협 특위 좌초 조짐… 힘 빠지는 의사 집단행동

#'세기의 이혼' 최태원·노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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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대법원서 최종 결론 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로써 '세기의 이혼'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면서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최 회장 재산 중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의 판단에서) 재산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상고하기로 결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이 문제 삼은 부분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1998년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주식당 가치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문제제기를 한 당일, 오류를 인정해 판결문에서 해당 부분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경정(수정)했다. 이 수치의 변동과 함께 1998년부터 2009년(SK C&C 상장·주당 3만5,650원)까지 회사 가치 상승분 역시 355배가 아닌 35.6배로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 측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경정에 대한 설명 입장문을 내고 경정 결정으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을 해야 한다는 항소심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순한 오기'일 뿐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SK 성장과 관련해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분을 토대로 재산분할액을 산정한 것이라면, 전제가 되는 숫자가 틀렸기 때문에 재판의 결론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 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며 '세기의 재산분할'에 대한 결론은 대법원 몫이 됐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의 주장에 대해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난 자수성가형 아냐"… 최태원의 '부친 높이기' 재산분할 깎을 수 있을까

최태원 이혼 재판부 "노태우가 SK 가문 재산형성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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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덕에 세계 정상, 아버지 탓에 좌절…박세리 부녀의 '골프 인생'

"전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도 아버지 갈 길을 가셨다." 천하의 박세리가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것도 자신을 '골프 여제'로 만들어 준 아버지 때문이었다. 박세리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핏줄'이라는 지독한 인연으로 얽힌 아버지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버지의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제는 해결할 수 없는 범위까지 문제가 커졌다"고 한탄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 박준철씨는 현재 기소의견으로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된 상태다. 박세리는 "이 사건 이후로는 아버지와 전혀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박세리의 아버지는 딸이 골프를 시작한 계기이자 딸을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골프 선수 박세리'의 모든 순간에 항상 아버지가 있었다. 박세리 역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를 "인생의 동반자"라 표현하며 애틋한 마음을 전하곤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맞이한 파국이, 박세리의 절박한 울먹임이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 이유다. 아버지와 함께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아버지로 인해 좌절하고 인생의 쓴맛을 봐야 했던 박세리의 삶을 '이달의 스포츠 핫 피플'을 통해 돌아봤다. 골프에 미친 부녀 전남 광산에서 3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세리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운동 신경도 뛰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부에 뽑혀 운동을 시작한 박세리는 우승을 휩쓸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인생이 바뀐 건 중학교 때부터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골프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을 때만 해도 골프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뛰는 육상과 달리 골프연습장에는 중년 남성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하나를 알려주면 둘, 셋을 따라오는 박세리를 아버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중학생이 된 박세리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려 골프 대회에 데려갔는데 그 전략이 적중했다. 초등부 1등, 중등부 1등을 만난 뒤 묘한 경쟁심을 느낀 박세리가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골프를 해보겠다고 선언한 것. 아버지와 딸은 이때부터 말 그대로 골프에 미쳤다. 박세리는 육상 훈련이 끝나는 오후 10시에 다시 골프연습장으로 가 맹훈련을 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아파트 15층을 매번 계단으로 오르내렸는데, 내려올 때는 올라간 자세 그대로 서서 내려왔다. 지독한 훈련이 거듭되는 데도 박세리는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이었다. 추운 겨울, 아버지 박준철씨가 박세리만 골프연습장에 두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다음 날 새벽 집에 오니 딸이 없어 깜짝 놀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후다닥 골프연습장으로 향한 아버지. 놀랍게도 박세리는 혼자 시린 손을 호호 불며 골프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박준철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세리도 너무 골프에 집착하니 세리 엄마가 '애 잡고, 당신도 미칠 것 같다'며 그만 두자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골프 불모지에 등장한 골프 천재 혹독한 훈련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박세리는 중학교 3학년 때 초청 받은 국내 프로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비인기종목이었고, 특히 여자 골프는 더 관심 밖이었지만 이 대회 결과에 모든 언론이 주목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데뷔한 1996년 이후에도 박세리의 기복 없는 무서운 기세는 관심을 집중시켰다. 박세리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사람들의 뇌리에 새긴 건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서부터다. 미국에서 가장 전통 있고 상금 규모가 큰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박세리가 처음이다. 미국 진출 첫해에 이뤄낸 쾌거였다. 박세리 하면 떠오르는, 맨발로 물 웅덩이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장면이 이때 만들어졌다. 우승을 코앞에 두고 선두와 단 1타 차로 뒤지는 상황에서 공이 웅덩이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박준철씨는 물론, 그들을 에워싼 갤러리 모두 사색이 됐다.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으나 박세리는 달랐다. "자세히 보니 공이 잔디 위에 떠 있어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박세리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주저 없이 벗어던진 검정 발목 양말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하얀 발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종아리와 대조되는 하얀 발은 그간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했는지를 보여줬다. 이후로도 박세리는 LPGA에서만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두며 신화를 썼다. 이는 한국인 LPGA 투어 최다승 기록이다. 25년 골프 인생에 마침표를 찍다 슬럼프도 있었다. 2004년 찾아온 슬럼프는 박세리 스스로 "골프 인생 최대 고비"라 할 정도로 심각했다.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거의 매 경기 연발하면서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 자리에 불안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슬럼프에 굴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것이 되려 독이 됐다. '내 잘못'을 찾는 데에 끝없이 집착한 것. "언니 그러다 미칠 것 같다"는 동생의 한 마디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귀국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골프채는 미국에 두고 말이다. 골프를 하기로 마음먹은 중학생 시절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훈련을 이때는 잠시 멈췄다. 그 시기 박세리는 마음을 스스로 다독였다. "기계도 많이 쓰면 오작동이 나는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내 꿈을 이루러 가는 과정에 충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되뇌며 버텼다. 한동안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집중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평생 운동만 해 온 탓에 운동 외에 어떤 걸로 시간을 보낼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에게 "왜 노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근 2년이 걸렸다. 2006년 미국 진출 후 첫 우승을 따냈던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듬해에는 꿈에 그리던 LPGA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 또한 한국인 최초의 일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절망이 가득했던 시기에 박세리는 골프로 세계를 제패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렇게 25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친 그는 2016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간 상금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대략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를 시작할 당시 부모님께 했던 "돈방석에 앉아 쉼 없이 돈 세게 해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리치 언니' 박세리의 홀로서기는 이제부터 박세리의 인생 2막은 선수 때만큼이나 화려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로 변신했다. 리우에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선수 때보다 지금이 더 감동적이다"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는 KBS 골프 해설위원으로 참여한다. 젊은 시절부터 염원했던 '박세리 키즈'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설립한 박세리희망재단을 통해 정기적인 주니어 골프대회를 추진하고, 꾸준히 유망주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에서 LPGA 최초로 한국 선수 이름을 내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도 개최했다. 선수 출신이 호스트로 나선 LPGA투어 대회는 '안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릿지 앳 펠리컨(안니카 소렌스탐)'과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미셸 위)'에 이어 세 번째다. 술술 풀리는 듯했던 박세리의 인생 2막은 최근 아버지로 인해 큰 장벽에 부딪혔다. 항상 자신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르며 한평생을 바친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감사는 이제 유효기간을 다했다. "내가 아버지니까 그래도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는 박준철씨의 비틀어진 부정(父情)은 딸의 앞길에 초를 치는 것도 모자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할 때다. 박세리는 기자회견 이튿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일을) 앞으로 더 단단해질 계기로 삼아 저의 또 다른 도전과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올렸다. 인생의 가치가 '풍부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리치 언니'라는 별명처럼 박세리의 인생 2막이 더 풍성해지길,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용기, 기쁨을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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