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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유국 꿈 물거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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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대왕고래 시추 계속해야" 라지만...'그 돈은 누가 마련해주나' 난감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전 개발)'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도 정부는 울릉분지 일대에 추가 시추를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왕고래 1차 시추에 이미 1,000억 원 가까운 돈을 썼고 추가 예산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깎인 상태라 자금 사정은 최악이다. 정부가 기대를 거는 건 추가 예산과 글로벌 투자지만 정치권 설득이 쉽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의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시추는 하지 않지만 울릉분지의 다른 유망 구조에 대한 시추는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부처 내에서 지배적이다. 실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울산 앞바다 동해 가스전을 비롯해 남미 가이아나·북해 석유가스전에서도 여러 차례 탐사·시추 끝에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산업부의 의지와 별개로 추가 시추를 진행할 '돈'이 없다. 이번 경북 포항시 일대 바다에서 진행된 대왕고래 첫 번째 시추는 대한석유공사에 배정돼 있던 자원 개발 예산 500억 원과 산업부가 2024년 받아뒀던 예산 500억 원으로 진행했지만 추가 시추를 위해 요청했던 예산은 모두 삭감됐다. 현재 산업부의 예산으로 추가 시추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글로벌 자원 개발 기업들의 투자에 희망을 건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투자설명회 이후 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의향서를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시점이 대왕고래 1차 시추 결론을 발표하기 전이라 현재는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1차 시추 지점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투자 의향 밝힌 글로벌 기업들의 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글로벌 기업들마다 투자를 원하는 유망 구조 위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1차 시추 결론이 좋지 않았다 해도 투자 유치는 가능할 수 있다"고 희망을 내비친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도 결국 '정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로 인한 자원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우리 영해에서 나온 자원을 글로벌 기업에 바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결국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정치권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렵다. 국민의힘은 "추가 탐사, 개발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추가예산은커녕 '국정조사'를 언급하며 대왕고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하나하나 다 검증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추가경정 예산부터 자원 개발 관련 예산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성 없다"던 다음 날 산업부 장관의 대왕고래 지키기..."R&D 실패했다 사기극이라 안 한다"

대통령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전체의 실패 아냐"... 여야, 추가 시추 찬반 팽팽

#트럼프發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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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대표 후보 "한국 등의 플랫폼기업 규제시도 맞설 것"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USTR) 지명자는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리어 지명자는 6일(현지시간) 미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이 세금이나 특별한 요건으로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조치를 진전시키는 데 대해 강하게 맞설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하면서 "우리가 다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어 지명자는 "디지털 분야는 미국이 매우 경쟁력 있는 분야"라면서 "디지털 교역과 기술 기업 등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 국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EU나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를 차별할 수 없다.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1기 행정부 당시처럼 관세 등을 무기 삼아 미국 밖으로 빠져나간 제조업 기반을 다시 미국 내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미국은 생산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면서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은 우리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어 지명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등에 행정명령 등으로 부과를 시사한 보편관세에 대해서도 무역적자 해소와 기업 유출을 막는 잠재적 방안으로 "연구되고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USTR은 미국 통상정책과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통상정책을 이끌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트럼프 2기 '에너지 압박' 견딜 체력 충분하다...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신감 비결은

금거래소 홈피 접속 폭주로 마비... '관세 전쟁'에 금값 고공행진

#딥시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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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AI 천재들은 딥시크 문을 두드렸다"... 딥시크 베이징 거점 가 보니

중국 수도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과학기술원 단지 내 20층짜리 오피스 빌딩. 낮은 개발비로 미국 인공지능(AI) 모델을 따라잡은 AI 모델 '딥시크 R1'으로 전 세계 AI 산업 판도를 뒤집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운영하는 '베이징 딥시크 AI 기초기술연구유한공사'(이하 베이징 딥시크)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항저우 본사와 함께 딥시크의 2개 법인 중 하나인 베이징 딥시크는 2023년 5월 본사와 같은 시기에 설립됐다. 딥시크의 언어 모델 알고리즘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구체적인 인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개발자 수는 오히려 본사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베이징 지역 AI 인재들을 끌어모는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취재가 원천봉쇄된 것으로 알려진 항저우 본사와 달리 비교적 접근이 수월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6일 베이징 딥시크 입주 빌딩에 찾아가 "딥시크를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들어갈 수 없다"는 관리자의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 전 중국 기자들도 찾아왔지만, 5층에 위치한 딥시크 사무실에 들어가진 못했다고 한다. 정식 취재 요청에도 딥시크 측은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입주사 직원들에게만 발급되는 출입용 카드 없이는 비상구 통로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최근 현지 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이 빌딩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쓰고 있지만 정작 딥시크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주사인 한 정보기술(IT) 업체 소속 20대 여성 직원도 한국일보에 "얼마 전까지 딥시크란 회사에 대해 잘 몰랐다"며 "최근 갑자기 유명해지고 나서야 딥시크가 우리 빌딩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에게도 딥시크가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질 만큼, 그간 철저히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는 얘기다. 전 세계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를 지켜보는 중국 IT 업계의 흥분된 표정은 곳곳에서 읽혔다. 이 빌딩에는 포털사이트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뿐 아니라 애플, AMD 등 미국 기업 계열사들도 대거 입주해 있다. 애플 솔루션컨설팅에 다니는 중국인 원모씨는 "딥시크의 성공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이 AI 분야에서 좋은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나 역시 중국인으로서 딥시크의 성공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가 베이징 딥시크를 방문한 이날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바로 '딥시크 연봉'이었다. 딥시크 R1 모델 하나로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난 딥시크가 신입 개발자를 채용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빌딩 관계자는 "실은 어제도 지원자 한 명이 면접을 보기 위해 딥시크를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딥시크 연봉은 스타트업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 중국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에 최근 올라온 딥시크 채용 공고를 보면, 52개 직무 가운데 가장 낮게 제시된 연봉이 무려 50만 위안(약 1억 원)이다. AI 모델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재인 범용인공지능(AGI) 딥러닝 연구원의 연봉은 120만 위안(약 2억4,00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 대졸자 초봉(7만3,000위안)의 16배가 넘는 금액이다. 말단 급인 인턴 직원조차 '월급' 1만 위안(약 2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 AI 업계에서 수억 원대 고액 연봉은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중국 자율주행차량 AI 개발업체 모멘타의 딥러닝 분야 선임 연구원 연봉은 70만~112만 위안(약 1억4,000만~2억2,200만 원)에 이른다. 딥시크 등장 이전까지 AI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미국 엔비디아의 딥러닝 개발자 연봉도 78만~110만 위안(약 1억5,500~2억1,800만 원)에 걸쳐 있다. 미중 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중국 AI 업계는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처럼 천재 한 명이 전체 시장 판도를 흔들고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분야가 바로 AI 산업이기 때문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딥시크 AI 모델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천재 AI 소녀' 뤄푸리를 영입하기 위해 최소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뤄푸리는 일단 제안을 거절했으나, 샤오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비슷한 시기 바이트댄스는 알리바바의 AI 모델 기술팀 12명을 통으로 빼 왔다. 하루아침에 핵심 개발자들을 잃은 알리바바는 반(反)경쟁협약 위반 혐의로 바이트댄스에 소송까지 냈다. 중국 업체 간 'AI 천재 모시기' 경쟁은 점점 가열되고 있지만, 미국 인재를 유치하려 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굳이 미국 인재를 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토종 인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세계 3대 AI 학회에 채택된 논문의 저자를 조사한 결과, 중국 기업·대학은 31곳으로 미국(37곳)을 바짝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특허 출원 건수도 중국이 약 1만3,000건으로, 미국(8,600여건)을 거뜬히 제쳤다. 미국 폴슨연구소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기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AI 연구자 38%가 중국 대학 출신이었다. 미국 대학 졸업자(37%)를 제치고 중국 인재들이 미국 AI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 풀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열매'가 될 '떡잎'을 미리 알아보고 공들여 키워낸 대학 시스템이 있다. 칭화대가 2005년 설립한 '야오반(姚班)'이 대표적이다. 중국 천재 공학자 야오치즈의 이름을 딴 야오반은 AI 인재 육성을 위한 별도 학급이다.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를 통해 1차 합격자를 선발한 뒤 다시 수학, 물리, 화학 실험을 통해 정예 엘리트들을 가려낸다. 수학·물리 올림피아드 수상자도 야오반 영입 대상이다. 야오반 설립 20년이 됐지만 이곳을 거쳐간 학생은 4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진입 문턱이 높다. 베이징대의 '투링(圖靈)반'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인재를 양성한다. 현지 매체들은 "야오반, 투링반에서 꼴찌를 해도 1년에 100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전한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원도 뒷받침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AI 업계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2020년 AI 기초 기술 분야 선두권 진입에 이어 △2025년 핵심 산업에 AI 적용 △2030년 AI 기술 세계 최고 수준 도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의 기업 데이터 플랫폼 치차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중국 AI 관련 기업은 모두 167만 곳이다. 그중 약 90%인 148만 곳이 2017년 이후 설립됐다. 딥시크가 중국의 기술 인재 양성 시스템과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계획이 만들어낸 결과라면 조만간 제2의, 제3의 딥시크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질의에 답 없는 딥시크…개인정보위 "관련 기술 분석·해외 기관 공조"

"안보에 중대 위협"... 미 의회, 딥시크 사용 규제 법 추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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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한국 최초 동계AG 프리스키 하프파이프 금메달

이승훈(한국체대)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승훈은 8일 중국 하얼빈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프리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50을 획득하고 정상에 섰다. 2위 쉥하이펑(90.50∙중국)보다 무려 7점이나 높은 점수다. 이승훈과 함께 출전한 문희성(설악고)도 88.50으로 3위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 두 명이 시상대에 서게 됐다. 프리스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회전과 점프 등 공중 연기를 펼치는 경기다. 이승훈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급성장, 연달아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2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키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하프파이프 종목 입상(동메달)에 성공한 그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인 첫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1차 시기부터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며 96.00을 받아 압도적 선두로 치고 나간 이승훈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점수를 97.50으로 끌어올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앞서 여자부 프리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서도 장유진(고려대)이 85.00으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프리스키는 이날만 3개의 메달을 쓸어 담으며 1년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장유진, 프리스키 하프파이프 동메달…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새 역사

박지원 2관왕 확보... 혼성계주 이어 1,500m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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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층 아파트에서 미모의 여성이 살해됐다... 주민 1200명의 들춰진 삶

“그 사람이 죽을 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대만 소설가 천쉐는 장편소설 ‘마천대루’에서 경비원 ‘리둥린’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인근의 초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여성 ‘중메이바오’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아파트 입주민이자 상가에 위치한 카페 매니저인 그는 빼어난 외모와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모두에 호감을 사는 인물이었다. 소설은 이 아파트와 얽힌 여러 인물의 진술을 통해 메이바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도 범인보다 ‘증언자’의 삶 자체에 무게를 둔다. 소설의 배경은 한때 “천하를 군림하는 하늘 도시”를 목표로 세워진 지하 6층, 지상 45층 규모의 아파트 마천대루다. 1,200가구가 거주한다. 대만 중부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메이바오는 수시로 남편이 바뀌는 엄마를 따라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마천대루로 들어온다. 마천대루에는 부동산 중개인 ‘린멍위’, 로맨스소설 작가 ‘우밍웨’, 주부 ‘리모리’와 그의 남편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린다썬’ 등이 살고 있다. 주민들의 직업과 배경,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고가의 고급 차량을 타는 주민도 있지만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폐품을 줍는 주민도 있다. 메이바오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인 마천대루에서의 자신을 “절대로 연결이 불가능한 두 세계를 잇는 중간 매개체”로 여기며 부유한다. 주변인들은 모두 여동생이나 연인처럼 그를 아꼈다. 주변인들은 계부의 도박 빚으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메이바오가 “미모에 어울리는 삶”을 살길 바라면서도 자신들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인 멍위는 메이바오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고 공실인 그의 옆집 배기구를 통해 침입한다. 다썬은 메이바오와 바람을 피운다. 다썬은 어린 시절 가난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메이바오와 재회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부잣집 딸인 모리와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 범죄 추리 소설에서 범인과 관계없는 말은 으레 힘이 빠지기 마련이나, 마천대루 속 개개인의 독백은 흡입력이 상당하다. 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된 경비원 ‘셰바오뤄’는 매일 오전 4시 30분 아파트 로비에 등장하는 휠체어를 탄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메이바오의 이웃인 ‘우밍웨’는 광장공포증으로 집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여행 중 타국의 거리에서 일행이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생긴 증상이다. 부잣집 딸이었으나 가세가 기울면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예메이리’ 등 각자의 이야기는 작가가 8년간 살았던 타이베이의 한 고층 빌딩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제 작가의 주변인에서 착안한 인물도 있다. 천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죄와 벌,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면서 “마천대루의 핵심 인물인 메이바오의 죽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마천대루의 삶은 대만 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 화려한 고층 빌딩만큼이나 높은 집값으로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못 내는 타이베이의 주거 현실이 소설에 녹아 있다. 현대판 귀족처럼 부유하고 거만한 '천룡인'들의 행태는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 사회 같다. 천쉐는 마천대루를 쓰면서 “내가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글쓰기 방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마천대루는 1995년 발표한 첫 소설집 ‘악녀서’를 시작으로 30년간 작품활동을 이어온 천쉐가 처음으로 쓴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국에 소개되는 그의 첫 소설이기도 하다. 대만 타이베이의 이야기이지만, 배경을 오늘날 서울로 바꾸어도 어색하지 않다. “내가 다루는 도시를 둘러싼 의제들이 비단 대만과 타이베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차츰 알게 됐다”는 작가의 말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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