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밀어서 기사를 확인하세요.

잔여백신 예약

"앱으로 잔여백신 예약 받은 뒤 전화 더 많이 오고 업무 복잡해졌어요"

2021.06.12 16:00

"하루종일 걸려오는 백신 접종 문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만만치 않네요." 9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의탁 의료기관인 서울 광진구 A의원은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루에 약 100건 정도 접종이 이뤄진다는 이곳은 직원들은 백신 놓으랴 걸려오는 전화 받으랴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 성남시 B의원은 애플리케이션(앱) 예약서비스가 도입된 후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조차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 전화로 물어온다는 것. B의원 관계자는 "(저를 포함한 간호사 두 사람이) 한 시간에 10명 정도 접종이 이뤄지는데 중간중간 전화도 받아야 한다"며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 방침이 계속 바뀌어서 일하는 우리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희망자가 잔여백신이 있는 의료기관을 실시간으로 찾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4일부터는 전화 예약이 아닌 앱을 활용한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기존 60세 미만 접종 희망자들을 모아 만들어 둔 접종자 예비 명단은 당초 9일까지 유예 기간을 둔 뒤 10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예비명단의 예약자 중 백신을 맞지 못한 이들이 남아있다는 현장 의료기관의 요청에 따라 유예 기간을 12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는 사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공식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백신 접종 현장 인력의 어려운 점을 전했다. 의협은 "앱을 통한 예약 방식은 오후 4, 5시 즈음 앱에 신청된 사람에게만 결과가 통보가 이뤄져 통보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예약 확인을 위해서 의료 기관으로 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전화 폭주 등 의료 기관의 행정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장 의료 기관에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는데는 앱을 통한 예약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 탓도 크다. 40대 직장인 C씨는 재택 근무 중이던 9일 오후 1시부터 카카오톡 앱에 접속해 새로고침을 '광클'했다. 오후 4시 30분이 되자 집 근처 D병원에 '잔여백신 7개'가 떴다. 그런데 재빨리 예약 버튼을 누르니 '오후 4시까지 병원에 와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오후 4시 30분에 예약을 하려는데 오후 4시까지 오라니. 시간을 거슬러 갈수도 없는 노릇에 박씨는 확인을 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병원은 계속 통화중이었다. 박씨는 "손가락은 계속 휴대전화 전화 걸기 버튼과 앱의 새로 고침 버튼을 번갈아 누르느라 정신없었다"고 했다. 어렵게 통화가 된 병원 간호사는 "지금 여러 분이 계속 전화를 거세요"라며 "저희는 분명히 오후 4시로 설정한게 아닌데 시스템이 이상한 가 봐요"라고 전했다. 결국 '새로고침'과 작은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 그런데 잠시 후 업무 전화가 걸려왔고, 그 사이 잔여백신 7개는 모두 사라졌다. 심지어 앱을 통해서 예약이 됐다는 확인 메시지까지 받은 실제 병원에 방문하니 백신이 없다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E씨는 '잔여백신 예약 전쟁'에 참전해 예약에 성공했다. 사무실 동료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에 방문했지만 잔여 백신 접종이 끝났다는 말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E씨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추가 연락을 받고 다음달 연락을 받고 다시 병원에 가서 백신 접종을 마쳤다. 게다가 일주일새 정부 지침이 계속 바뀌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정부 지침에 대한 해석도 백신 접종을 하는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이었다. B의원은 잔여 백신을 맞으려는 60세 이상이 병원을 찾아오면 비록 앱을 통해 실시간 예약한 60세 미만 사람보다 먼저 맞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신 60세 미만 예약자는 다른 날로 접종을 안내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60세 이상에게 양보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 광진구 E의원은 60세 이상이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앱을 통한 60세 미만 예약자가 있으면 예약자가 우선권을 지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60세 이상은 잔여백신을 바로 접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60세 이상 우선 접종 방침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60세 이상 연령층의 사전 예약 기간이 끝나면서 정부는 잔여백신을 60세 이상부터 접종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은 잔여백신 예약자 중 60대 이상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B의원 관계자는 "60세 이상의 80%가 이미 연령대 별로 사전 예약을 하고 접종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며 "나머지 20%는 사실상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선택을 했던터라 잔여백신을 맞으려는 분들이 많지 않아 백신이 남을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광진구 F의원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60세 이상은 연령 별 예약 기간에 예약한 날짜를 바꿀 수 있는 지 묻는 분들이 전부"라면서 "60세 이상이 직접 찾아오거나 연락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방역 당국과 현장 병·의원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해 병·의원들에 공문을 통해 접종 관련 변동 사항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관계자는 "사전예약을 앱을 통해서만 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도 시범 운영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시스템이 안정화 될 때까지는 기존 방식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와 협의체를 꾸려 접수된 민원을 반영해 대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된 비행청소년

경찰관이 된 비행청소년, 학교 밖 아이들 '아버지' 됐다

2021.06.12 15:19

19살, 경찰에게 맞았다. 그것도 파출소 뒷마당에서였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얼굴을 가렸다. 이러다 맞아 죽겠다 싶어서 신고하겠다고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년이 엇나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었다. 돈이 없어 소풍도 가지 못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은 집 앞까지 와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가난이 화근이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마음에 불만이 쌓였다. 닥치는 대로 시비를 걸고 싸움을 벌였다. 친구들과 가출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무서울 것도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주먹이 매서웠다. 싸워서 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구에서 유명한 비행청소년이 됐다. 그를 흠씬 두들겨 팬 경찰은 자장면을 시켰다. 자장면을 한 젓가락 먹고 단무지를 집는데 나무젓가락에 피가 묻어 있었다. 면을 씹을 때마다 입안이 욱신거렸다.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말끔하게 비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실컷 맞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경찰이 건네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경찰에게 맞은 비행청소년은 후일 경찰관이 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진호(학교전담경찰관·53)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는 그날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두들겨 맞은 것도 처음이지만, 또 그렇게 솔직하게, 가감 없이 충고해준 분도 처음이었어요. 마음이 열리더군요. 조금 특이한 교육법이긴 했지만, 저에게는 통했습니다. 19살 때 경찰관으로부터 호되게 맞고 진지한 충고를 듣지 않았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데까지 갔을 겁니다." 경찰서에서 나온 뒤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곧바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던 그가 2년만에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서른이 넘어서 갑자기 경찰이 되고 싶었다. 열병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끓어올라 하던 일을 접고 경찰관 시험에 매달렸다. 전국 체전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이후로 그렇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해본 적이 없었다. 36살에 경찰관이 됐다. 동기 중에 띠동갑도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의 화려한 전력이 양지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여성청소년계 업무를 맡으면서였다. 방황하는 청소년을 만나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마주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찰답지 않은 눈매와 에두르지 않는 진심을 담은 직설화법에 순한 양이 됐다.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땐 특별한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한번은 막말을 하는 학생 앞에서 한 손으로 사과를 잡고 으스러트려버렸다. "으깨진 사과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 아이의 어깨를 감싸고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며 마음을 달랬죠. 며칠 뒤에 만났더니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더군요."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지원했다. 학교 밖 아이들을 모아서 공부를 가르쳤다. 6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통과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은 모두 김 경위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2018년 잠시 다른 부서에 배치됐다가 1년 반만에 다시 원래의 자리로 왔다. 돌아와 보니 새로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성인이 된 아이들이 취업자리를 알선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김 경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미용, 뷰티, 자동차정비 등 기술계통 8개 업체와 네트워크망을 갖췄다. 이들 업체에서는 아이들이 단기속성으로 기술을 배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번듯한 월급을 받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어떤 아이는 매달 월급통장을 김 경위에게 보여주었고, 한 아이는 목돈을 모아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19살 때 한 경찰관으로부터 받은 진심이 담긴 훈육이 어른들로부터 받은 최초의 관심이자 애정이었고 그것이 나를 변화시켰다"면서 "시대와 풍습이 변했다지만 진심으로 다가오는 어른에게 마음을 열고 반응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말했다. "학교 밖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사회에 안착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저 같은 성공사례를 더 보고 싶습니다." 그는 퇴직하면 야간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변화의 첫 단추는 공부라는 확신 때문이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사뭇 진중한 표정으로 "기사에 꼭 실어달라"면서 당부 하나를 전했다. "아이들의 취업프로젝트에 더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흙이 묻은 보석입니다. 흙만 닦아내면 얼마 안 가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존재들입니다. 어떤 분야라도 좋습니다. 저와 함께 보석을 닦는 일에 동참할 사장님들을 찾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일에 동참해주십시오!"

광주 붕괴 참사

"20분 차이 생사 갈려" 광주 시민들 '남일 아냐' 추모

2021.06.12 14:20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나흘째인 12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분노하면서도 "남일 같지 않다"며 안전 불감증 사회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분향소를 찾은 배모(77)씨는 산을 배경으로 미소 짓고 있는 친구 이모씨의 영정사진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고인과 자주 연락했다는 배씨는 며칠째 연락이 없어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문자메시지로 친구의 부고 소식을 알게 됐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겨우 입을 열었다. "등산을 좋아해서 나랑 산에도 많이 갔어. 사고 하루 전에 만나고 못 봤는데, 너무 섭섭하제. 이젠 보고 싶어도 볼수가 없네." 남일 같지 않아 분향소를 찾았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붕괴 건물이 덮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귀가하곤 했다는 김세라(35)씨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정류장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김씨는 사고 시각 불과 20분 전에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갔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 주변에서 연락이 와서 뛰어나가보니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며 "버스기사가 죄책감을 느낀다는 하는데, 희생자들은 단순히 그날 그 버스를 탔거나 운전했을 뿐인데, 왜 피해자들끼리 미안해야 하느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분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는 생각이 들자, 김씨는 사고 후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전남 화순에서 광주로 매일 사고 현장을 거쳐 출근한다는 40대 직장인 김태훈씨도 사고 당일 오전 출근하면서 사고 현장을 지났다. 그는 "사고 현장을 지나갈 때마다 건물 뒤에 토사를 쌓아놓은 모습이 불안해 보였는데, 그날 오후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분향소를 찾은 류지수(44)씨는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딸 아이가 사람들이 왜 죽은거냐고 물어 보는데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망자들의 상주를 자처해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박헌조 광주 동구 새마을지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광주 전역에 재개발 지역이 너무 많다. 지역 조합장 가운데 이번 사건 원인으로 지목된 재하청 의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조선대 장례식장에선 이번 사고 희생자에 대한 첫 발인식이 엄수됐다. 가장 먼저 발인이 치러진 피해자는 요양 중인 어머니를 만나러 아버지와 함께 사고 버스에 탔다가 생사가 갈린 서른 살 딸 김모씨였다. 참사 사망자 유족 전원이 11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부검에 동의하면서, 사망자 9명 중 4명이 이날 발인식을 치르고, 13일에는 3명, 14일에는 2명이 영면에 든다. 붕괴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 공사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1대가 매몰돼,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많이 본 기사

전체 기사 중 최근 24시간 동안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기사 순으로 보여드립니다.

오피니언

칼럼
노사갈등으로 속앓이하는 스타트업 ©게티이미지뱅크요즘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을 만나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노사 갈등이다. 스타트업의 노사 갈등은 CEO와 직원들 간에 의견 차이가 업무 형태와 조직 문화로 이어지며 일어난다.대학 졸업 후 바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창업해 회사를 키운 A 대표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밤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일하며 직원들에게 이메일 또는 메신저를 수시로 보내 의견을 나눈다. 그렇다 보니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한다.A씨는 스타트업이라면 남들과 똑같이 일해서 성공하기 힘
사설
관평원 '유령청사'는 총체적 공직 부패 합작품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청사 신축 및 특별공급에 대한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사진은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171억 원을 들여 ‘유령청사’부터 지은 뒤 특별공급 아파트를 받은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사태는 총체적 공직 부패의 합작품으로 드러났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실시한 국무조정실 조사에 따르면 관세청은 관평원이 이전 제외기관이란 행복청의 문제 제기에 행안부가 고시를 바꿔 포함시킬 예정이란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나아가 행안부가 '관평원은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이준석, '오륙남 정치' 염증·보수의 집권 열망 타고 날았다

이준석 바람은 태풍이 됐고, 이준석 현상은 구체적 현실이 됐다. 1985년생 청년의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한국정치의 일대 사건이다. 이준석 개인의 성취만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향한 누적된 갈망, 탄핵 흑역사와 완전 결별하고 집권하려는 보수 세력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영리한 정치인을 매개로 폭발한 결과다. '왜 이준석인가'보다 '왜 세대교체인가'가 더 깊이 물어야 할 질문이다. 국민의힘은 11일 전당대회를 열어 이준석 대표를 선출했다. 30대가 주요 정당의 대표가 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당대표와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단 선거에서도 여성·30대·비(非)영남 출신이 약진했다. 보수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판'을 까는 데 일단 성공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원 여론조사(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방식의 경선에서 득표율 43.82%를 기록해 당대표 후보 5명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여성다움' '청년다움' '중진다움' 등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성과 유연함을 당 운영의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다. 당대표가 직권으로 임명하는 게 관행이었던 당대변인부터 '토론 배틀'을 통해 공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당선은 당심보다는 민심의 선택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원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1위를 했으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보다 2배 이상 득표한 이 대표가 최종 승자가 됐다. 물론 정통 보수와 대구·경북(TK)이 주축인 당원들이 '경륜'을 앞세운 나 전 의원에게 몰표를 주지 않은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혁신이다. 나 전 의원의 최종 득표율은 37.14%였고, 주호영 의원(14.02%), 조경태 의원(2.81%), 홍문표 의원(2.22%)이 뒤를 이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장유유서의 원리로 작동하는 ‘오륙남’(5060세대 남성) 중심의 낡은 정치가 허물어지고 청년 당사자 정치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열렸다. 세대교체가 시대정신으로 확인된 만큼, 내년 대선에서도 '젊음'과 '개혁'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승리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비롯한 분열적 에너지를 양분 삼았고, '공정은 곧 능력주의'라는 세계관을 드러냈다. 이준석식 성공 방정식이 확산되면 '트럼피즘'과 '극우 포퓰리즘'이 한국사회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마이너스의 정치'를 '플러스의 정치'로 바꾸지 못해 정치 지도자로서 실패한다면 간신히 동력을 얻은 세대교체 바람이 꺼질 것이다. 이 대표가 보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초선인 조수진, 배현진 의원이 1, 2위를 차지했고, 김재원, 정미경 전 의원도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뽑혔다. 여성 선출직 최고위원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된 것도 한국정치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미드' 만들고 선수촌 K팝 제작 역조명... 무슨 일이

'도깨비' 등을 만든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 유력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애플TV플러스, 영화 '미션임파서블7' 등을 만든 스카이댄스미디어와 미국 드라마를 제작한다. 드라마 제작사 국내 드라마 판권을 미국 방송사 등에 판 적은 있지만, 직접 현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소 등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SM)와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하이브 등 국내 K팝 기획사들은 MGM텔레비전,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잇따라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아이돌그룹을 내놓는다.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를 넘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한류 콘텐츠를 배출한 한국의 대중문화 시스템이 팬데믹 이후 해외 시장을 키울 혁신의 무기로 조명받고 있다. 스타와 콘텐츠 수출에 집중됐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젠 기획사가 한류의 원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영국 유력 월간 모노클은 "한국이 대중문화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평했다. 1980년대 홍콩, 1990년대 일본이 했던 아시아 문화 전초기지 역할을 이제 한국이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의 매니지먼트사인 미국 이타카홀딩스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151억 원)에 지난 4월 인수했다. 10년 전만 해도 업계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의 북남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에 참여한 미국 드라마는 M.O 월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빅 도어 프라이즈'다. '시트 크릭'으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작가 겸 프로듀서 데이비드 웨스트 리드가 극본을 맡았고, 10부작으로 제작된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에서 단독 및 공동으로 진행 중인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가 18개다. JTBC스튜디오는 최근 미국 콘텐츠 제작사 윕을 인수했다. 윕은 미국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은 '디킨슨' 등을 제작한 회사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미국의 제작사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 한국 대중문화 업계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의학 드라마 '이알'은 회당 평균 제작비가 1,100만 달러(약 122억 원) 수준이다.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전지현이 출연하는 올 하반기 기대작 '지리산'의 회당 제작비 20억 원의 6배를 웃돈다. 높은 완성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빠르고 제작비 대비 효율이 높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해외 시장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북미와 일본에선 K팝 DNA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본 음반사 관계자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는 '니지 프로젝트' 2탄을 기획 중이다. 지난해 '니지 프로젝트' 1탄을 거쳐 박진영이 프로듀싱하고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여성그룹 니쥬에 이어 K팝 DNA를 갖춘 일본 K팝 그룹이 또 탄생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 한 보험사가 진행한 '이상적인 직장 상사' 설문조사에서 박진영이 5위를 차지했다"며 "체계적인 K팝 트레이닝 및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팝 제작 시스템은 기획사의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A&R) 과정이 핵심이다. 2~6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데뷔시키는 게 특징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을 10여 년 동안 계약으로 묶어 두는 '노예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2010년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견제로 전속 계약 기간이 최대 7년으로 정해진 뒤 인권 침해 논란이 잦아들었다. 이런 과도기를 거친 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자 해외에서도 K팝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K팝 기획사를 협업 파트너로 앞다퉈 찾고 있는 것이다. 해외 OTT업계는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한류 팬을 사로 잡기 위해서다.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샤인붐독은 CJ ENM과 손잡고 남미에서 활동할 K팝 아이돌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서구에서 공장형 아이돌이라 불리며 비판하던 K팝 시스템이 이젠 업계의 표준이 되고, 미국에서 되레 역수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이 선수촌 방식의 제작 시스템 유행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변화 양상의 명암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꼼꼼히 읽은
뉴스

이용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시간 꼼꼼히 읽은 뉴스를 추천합니다. 하루 두 번 업데이트 됩니다.

지금 뜨고 있는
뉴스

현재 실시간 관심도가 높은 이슈에 해당하는 한국일보 뉴스를 추천합니다.

관심 있을 만한
뉴스

이용자가 바로 전에 읽은 뉴스를 기반으로 관심사를 AI가 분석해 관련 뉴스를 추천합니다.

스토리 &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