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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 wide

파벌 먹고 자라는 일본 정치…한일관계, 스가도 별 수 없다

2020.09.23 12:00

“역시나 아베 아바타군요.” “그래도 무파벌 총리 아닙니까.” 지난 16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자신을 보좌할 내각과 자민당 집행부의 진용을 내놓자 일본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렇게 파벌 정치의 이면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일찌감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완전 계승’을 다짐했다고는 하지만, 스가 내각에 스가는 보이지 않고 아베의 그림자만 넘실댔다. 아베 내각에 몸담았던 각료의 4분의 3, 전체 20명 중 15명이 유임 혹은 보직 변경, 재기용되어 스가 내각을 채웠다. 심지어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도 방위장관이 됐다. 최대 파벌 ‘호소다 파’의 실질적 오너이자 자민당 내 절대 강자인 아베의 심기를 살피면서 파벌 안배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오히려 아베의 어릴 적 가정교사였던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가 부흥장관에 기용된 것이 화제가 됐다. “공부 못하는 신조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는 ‘아픈 과거사’를 들먹였다는 이유로 미운털이 박힌 히라사와는 8선 중진임에도 아베 정권 내내 겉돌아야 했다. 이런 그를 스가가 구제한 것이 역설적으로 ‘미담’이 된 것이다. 자민당 집행부인 5역(간사장, 총무회장, 정조회장, 선대위원장, 국회대책위원장)은 스가를 공개 지지했던 5개 파벌이 골고루 나눠가졌다. 평균연령 72.2세의 ‘파벌 원로원’이라는 비판이 일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눈곱만큼도 논공행상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파벌 간 밀실담합으로 급조된 스가 정권이 파벌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건 웬만한 일본 국민들도 짐작하는 바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본 정가에서는 스가가 조만간 국회를 해산해 ‘당고정저(黨高政低)'의 판세에 파열음을 내려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추론이 쏟아진다. 다만, 총선거 카드는 무엇보다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는 정권 초기에나 꺼내들 수 있는데, 파벌들의 의중은 물론이고, 코로나 확산과 경기 위축,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 보인다. 일본 정치는 곧 자민당의 파벌 정치라는 말이 있다. 세계 어느 정당이든 정당 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자민당 파벌처럼 ‘회장’이라는 1인 정치인을 중심으로 '당총재=총리' 자리를 놓고 당내 다른 파벌들과 대놓고 경쟁하는 정치 결사체는 드물다. 정치적 목표의 공유를 전제로 하는 정당 안에 이런 경쟁적 사조직들이 난립한다면 정당 자체가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말겠지만, 자민당은 오히려 이런 파벌 구도를 자양분 삼아 진화해 왔다. 파벌은 자민당의 당칙에도 없는 단어이지만 실질적인 정치 세력이다. 복수 교섭단체를 인정하는 일본 국회법에 따라 파벌들은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언론에서는 파벌 수장의 이름을 따 ‘◯◯파’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의 파벌은 나름의 정치 좌우명을 표방한 공부 모임으로, 어엿한 ‘공부방’도 갖고 있다. 가령 현재 제1파벌인 ‘호소다 파’의 정식 명칭은 ‘청화정책연구회(청화회)'다.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파벌은 ‘무라(村, 마을)'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자민당이라는 ‘정치판’에 여러 ‘마을’이 있는 셈이다. 회비를 낸 의원들은 매주 자기들 ‘마을’에 모여 ‘마을 회장’에게 인사하고 약간의 공부를 한 후 함께 밥을 먹는다. 이렇게 부지런히 결속해야만 ‘주군’인 회장이 당총재(=총리)가 되고 덩달아 ‘마을 구성원'들도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파벌 수장은 인사권과 정치자금을 장악한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했던 과거에는 파벌에 대한 충성도가 공천과 당선 여부를 가름했다. 파벌 수장도 소속 의원들을 다독이느라 여름에는 ‘얼음 값,’ 겨울에는 ‘떡값’을 돌렸다. 소선거구제가 채용된 요즘에는 파벌의 성격도 다소 변해 이런 미풍양속(?)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연말에는 파벌 차원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 즉 ‘마을 잔치’를 연다. 파벌이 득세하는 것은 결국 자민당 장기 집권 체제 때문이다. 자민당은 출범 이후 두 차례 짧게 정권을 내준 것을 빼곤 내리 집권해 왔다. 잠시 정권을 내준 것도 야당에 패했다기보다는 파벌 내 혹은 파벌 간의 불화로 인한 자멸의 성격이 강했다. 가령 1993년 8월의 호소카와(細川) 연립정권의 탄생은 파벌을 박차고 나간 의원들이 야당 세력과 손잡고 자민당 정권을 엎어버린 경우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일본에선 여태까지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한 적이 없다. 때문에 이렇게 막강한 자민당은 하나의 정당이 아니라 “파벌이라는 ‘정당’이 여럿 모인 장기 연립정권”으로 간주되기 일쑤다. 자민당이 연립정권이라면, 자민당 안에 기생하는 파벌은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정당인 것이다. 이 해석을 더욱 확장하면 일본의 상당수 야당들도 파벌 정치의 유산이므로 자민당의 ‘장외(場外) 파벌’이 된다. 결국 파벌들은 자민당 안에서 보수진영의 다양한 욕구를 흡수함으로써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떠받쳐온 ‘당 속의 당’인 셈이다. 자민당은 처음부터 파벌 연합체였다. 1955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자유당과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郎))의 일본민주당이 ‘보수 합동’이라는 명분으로 뭉치는 과정에 각종 인맥이나 경력, 신조 등이 엇비슷한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자연스레 파벌들이 형성됐다. 1956년 12월의 당총재 선거를 계기로 ‘8개 사단’으로 불린 파벌들이 조직되더니, 점차 5대 파벌로 수렴된다. 특히 1970년대 초반 아베의 작은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의 후계 자리를 놓고 펼쳐진 이른바 ‘삼각대복중(三角大福中)'은 파벌 투쟁의 극치를 보여줬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등 5명의 당권 후보는 금권정치를 포함한 온갖 야합과 회유, 권모술수를 동원한 파벌 간 권력 투쟁을 전개했다. 이렇게 10년 이상 그야말로 피 터지게 싸운 끝에 정해진 서열에 따라 당총재=총리 자리가 하나씩 채워졌다. 물론, 이런 일들은 모두 국민의 뜻과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합종연횡이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베의 두 외조부, 즉 사토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형제가 파벌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했다. 각각 자민당의 전신인 자유당과 일본민주당 출신인 이들 형제는 난립한 파벌들을 크게 ‘보수 본류’와 ‘보수 방류’로 양분해 낸 주역이다. ‘보수 본류’는 이른바 ‘요시다 노선’을 계승해 평화헌법 유지, 미일동맹 하의 경제우선 정책을 추구한 ‘비둘기파’인 반면, ‘보수방류’는 미일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헌법 개정을 통한 자주 노선을 지향한 ‘매파’다. ‘보수 본류’ 계열의 파벌 수장들이 장기간 총리 자리를 꿰차면서 ‘경제대국’ 일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파벌 간의 역학 관계에 중대한 균열이 생겼다. ‘보수 방류’로 분류됐던 파벌이 대반격에 나서 주류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 중심에 아베가 실질적인 오너인 ‘청화회’가 있다. 아베 입장에선 ‘보수 방류’의 태두 격인 큰 외조부 기시를 추종한 셈이다. 헌법개정을 통한 보통국가화를 전면에 내건 청화회는 기존의 대파벌 ‘굉지회’를 소수파로 몰아붙였을 뿐만 아니라, 선거 전략상 매우 중요한 공명당의 협력까지 얻어 자민당 1당 체제를 재확립해 냈다. 여기에 초당파 조직인 ‘일본회의’ 등 극우 정치 세력이 편승했다. 이렇게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베가 7년8개월간의 장기 집권 중에 치른 3차례의 중의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총리가 누가 되든 오른쪽으로 확 쏠린 파벌 판세를 뒤집긴 요원하다. 이런 가운데 아베의 퇴진이 지병을 빙자한 일시적인 ‘자산 도피’일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스가 정권에 한일관계 등에서 뭔가 의미 있는 노선 변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일본 도호쿠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공립대학에서 한국·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정치외교를 가르치며 최근에는 한일관계사를 이데올로기와 담론 차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미완의 평화’(일본어판) ‘미완의 해방’(공편저) 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비상

정부 "취약 105만명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민간 물량으로 해야 할 듯"

2020.09.23 12:03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이 장애인연금ㆍ수당 수급자 등 취약계층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부가 이에 필요한 물량을 민간에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4차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과 장애연금수급자에 대한 무료접종 예산이 반영됐다"며 "물량으로는 105만 명분"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시간적인 또 물리적인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수입을 통해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고, 또 국내의 백신 생산 기업들이 추가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민간에 공급돼 있던 백신 물량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준비생들로부터 거센 비난

국민은행, 서류전형에 과도한 조건 요구 '채용갑질' 논란

2020.09.23 18:10

KB국민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 까다로운 과제와 자격을 요구해 취업 준비생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채용 갑질’ 논란이 번지자, 하루만에 채용공고 내용 수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오후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리고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개된 서류전형 요건은 취준생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응시자는 개인별 지원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3∼5페이지 분량의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제는 국민은행 디지털 금융 애플리케이션(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고 문제점이나 제안사항 등을 담아 일종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은행은 또 최소 24시간짜리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도 의무적으로 이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루에 8시간씩 들어도 3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밖에 지원자들은 인공지능(AI) 면접도 치러야 한다.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라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지만,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IT 전문가도 아니고 일반 은행원을 뽑는데 너무 벅찬 IT 자격 조건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응시자에게만 필기시험 자격을 준다는 점도 '은행의 채용갑질' 근거로 지적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은행은 23일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내리고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국민은행 홈페이지 채용공고를 클릭하면 “채용계획에 변동사항이 있어, 잠시 채용 홈페이지 이용이 중단됩니다”라는 내용의 팝업 창이 뜬다. 은행 관계자는 “취업준비생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반영, 디지털 사전과제를 필기시험 합격자들에게만 받고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 이수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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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어이없는 독감 백신 유통 사고...수급 차질 없도록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 사업이 백신 유통 사고로 22일 전격 중단됐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반 유행(트윈데믹)에 대비해 정부가 예년보다 무료 접종 대상을 확대하고 접종 시기를 앞당긴 가운데 발생한 사고라 당혹스럽다. 정부는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거된 백신은 이날부터 무료 접종 대상이던 13~18세 청소년에게 접종하려던 500만 도즈(도즈:1회 접종량) 가운데 일부다. 백신은 변질을 막기 위해 2~8도 사이에서 냉장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냉장차에서 백신이 나오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유출됐다는 것이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백신 물량의 품질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데 2주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다. 유통되지 않은 비축분이 있다고 하지만 예방 접종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예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 500만 도즈의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어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건 당국은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켜 만든 사(死)백신이라 생백신보다 냉장온도 유지에 덜 민감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백신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인지, 이미 백신을 맞은 영ㆍ유아들은 이상이 없는지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인플루엔자 백신들은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박스로 운반됐다는 의료계의 증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백신 유통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사실이라면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감독기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 대상 확대는 4차 추경 편성과 관련해 정치적으로도 쟁점이 된 사안이다. 올해 처음으로 무료 접종 대상자가 된 청소년들을 접종하기로 한 전날 백신 유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잡음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신속한 수습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방역 관리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칼럼
'뮬란'의 운명 ‘와호장룡’(2000)은 중국 무협의 세계화를 이끈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과 대만, 홍콩, 미국이 합작한 영화로 제작비 1,700만달러를 들여 전 세계 극장에서 2억달러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이징과 신장 위구르 등 중국의 다양한 풍광을 배경으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며 동서양 관객의 갈채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와호장룡’은 중국 문화의 상업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010년대 들어 중국 영화는 할리우드의 큰손이 됐다. 매년 100% 넘게 성장하는 자국 영화 시장에서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국 완다그룹은 2012년 북미 2위 극장 체인 AMC를 인수하더니, 2016년에는 유명 영화사 레전더리픽처스를 손에 넣었다. 중국 배우의 미국 영화 출연이 느는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해졌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이 송나라 시절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액션을 펼치는 정체불명 영화 ‘그레이트 월’(2016)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뮬란’은 미국과 중국의 자본과 인력이 섞이면서 제작이 가능하게 된 영화다.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1998)을 바탕으로 한 실사영화 ‘뮬란’은 산업적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등 아시아계로만 출연진이 꾸려진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와호장룡’으로 스타덤에 오른 중국 배우 장쯔이를 주인공으로 2010년 첫 기획됐다가 중국계 미국 배우 류이페이로 바꿔 2016년에야 제작에 들어갔다. 양대 강국이 간혹 신경전을 펼치기는 해도 지금처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뮬란’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류이페이가 지난해 홍콩 반중국 시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비친 것에 대한 비판이 여전한 데다 인권 문제가 대두됐던 신장 위구르에서 촬영하고 월트 디즈니가 감사를 표시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같은 지역에서 촬영한 ‘와호장룡’과는 사뭇 다른 대접이다. 홍콩 문제 등에 대한 불씨를 되살릴까 봐 중국도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 시절 제작에 착수해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개봉한 영화의 운명 아닐까.

베트남 식당 '욱일기' 간판 삼고초려해 바꾼 한국 공무원

베트남 중부 빈딘성 꾸이년시의 한 일식집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을 내걸었다 한국 공무원이 식당 주인을 설득해 간판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꾸이년는 1965년 베트남전쟁 당시 용산에서 창설된 맹호부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이 같은 '인연'을 통해 용산구와 지난 1996년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 중이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베트남 소재 일식당에서 욱일기 문양 간판을 내린 공무원은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이다. 과정은 이랬다. 베트남을 방문한 윤 소장은 지난 1일 새로 문을 연 현지 일식집을 들렀고,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윤 소장은 바로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이방인인 한국 공무원의 요구는 쉬 통하지 않았다. 윤 소장은 식당 사장과 매니저, 간판을 만든 인테리어 사업자 등을 만나 설득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베트남엔 (욱일승천기 문양을) 금하는 법이 없다"고 퇴짜를 맞았고, "오히려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는 비판까지 들었다. 식당 주인은 윤 소장에 손해배상까지 요구했다. 윤 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식당 간판 사진을 올려 문제를 제기해 구설에 올랐다는 게 이유였다. 궁지에 몰렸지만, 윤 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당근책'을 썼다. SNS에 게시글을 지우고 간판 교체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을 바꿔달라고 주인을 설득했다. 한국 공무원의 간절한 바람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식당 주인은 결국 마음을 돌려 간판 교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4일 현지 일식당엔 욱일승천기의 상징인 욱광(旭光)이 사라지고, 45도 각도 사선만 들어간 간판이 새로 걸렸다. 윤 소장이 삼고초려 끝에 거둔 결과다. 용산구 관계자는 "간판 교체 후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 소장에게 인사했다"며 "처음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이 이끄는 용산국제교류사무소는 2016년 문을 열어 현지에서 한국어 강좌(꾸이년 세종학당), 사랑의 집짓기, 유치원 건립, 백내장 치료지원 등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비상

'코로나블루' 막을 이낙연의 '케렌시아'…'아침편지'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한 '코로나 블루' 현상을 막을 책이 시급하다며 '케렌시아' 메시지를 던졌다. 케렌시아는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나온 말이다. 투우장의 소가 일전을 앞두고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한 휴식 공간이다. 투우사는 케렌시아에 있는 소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나름의 룰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식처를 찾는 소비 행태를 가리키는 의미로 확대됐다. 자연에 기반을 두고 느긋한 삶을 사는 '슬로우 시티'와 관련이 깊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과 실직, 사회적 활동 제한으로 느끼는 고립감과 불안감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느라 그 동안 놓친 '마음의 방역' 체계까지 갖춰 'K-방역'을 완성하겠다는 취지다. 지친 국민이 마음 놓고 쉬고,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 정책위원회에는 정부와 여당,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케렌시아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평소 정책의 세부사항까지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해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가 케렌시아를 언급한 건 시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국립산림치유원 원장의 역할이 컸다. 고 원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4ㆍ15 총선이 끝난 뒤 이 대표와 종종 만나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힐링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의 오늘 발언은 그 동안 저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부분을 반영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원장은 충북 충주에 있는 치유센터인 '깊은산속옹달샘'을 15년 넘게 운영하며 정신건강을 연구해 온 '힐링' 전문가다. 이 대표와는 1980년대 말 인연을 맺었다. 고 원장은 당시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였고 이 대표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평민당을 함께 취재했다. 이후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던 두 사람은 2019년 3월에 재회하게 된다. 고 원장이 2018년 10월 국립산림치유원 원장을 맡게 되자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연락을 했고, 5개월 뒤 이 총리가 치유원을 찾았다. 이 대표가 케렌시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때부터다. 고 원장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대표에게 '우리 사회의 케렌시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 대표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게 고 원장의 설명이다. 이때만 해도 필요성에 공감한 정도였지만, 이 대표는 4ㆍ15 총선을 거치면서 케렌시아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고 원장은 전했다. 이 대표는 3월 민주당 국난극복위원장을 맡으면서 감염병의 문제점과 대책을 다룬 많은 보고를 받았고, 총선 이후에는 고 원장과 만나 코로나 블루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고 원장은 "이 대표가 총리 때만 해도 치유센터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구라는 일반론에 동의하는 정도였는데 총선 전후로 몇 차례 찾아왔다"며 "특히 국난극복위원장 때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방역을 신경 못 쓰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전부터 케렌시아에 대한 정책 구상을 그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취임 전인 국난극복위원장 시절인 6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사회적 힐링의 필요성' 세미나에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보통 당 지도부들은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만 한 뒤 퇴장하지만, 이날 이 대표는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케렌시아 개념을 알게 해준 고 원장에게 감사하다"며 고 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 원장은 치유센터에 대해 "코로나19로 생긴 짜증과 울화,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않으면 자살이나 범죄 등 극단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케렌시아 같은 치유센터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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