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악재도 버거운데… 코스피, 3대 지뢰밭 직면

2021.09.22 22:10

중국의 대형 부동산기업 헝다(恒大·Evergrande) 그룹의 파산 불안감이 세계 금융시장을 연일 짓누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부채만 350조 원에 달하는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이번엔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공포가 고조된 탓이다. 이미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0일 미국 증시가 올해 5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중화권과 일본 증시도 2%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출렁였다. 연휴를 마치고 23일 개장하는 한국 증시는, 여전히 진행형인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주가 악재에 더해 당장 헝다 리스크와 미국의 긴축 스케줄 발표까지 한꺼번에 마주해야 할 처지다. 22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 상승 마감했다. 이틀간의 중추절(추석)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중국 증시는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헝다그룹의 일부 채권 이자 지급 방침 발표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등을 재료 삼아 강보합 수준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 종료까지는 갈 길이 멀다. 헝다그룹 파산설 여파로 지난 20일 미국 다우지수는 1.78%, 나스닥은 2.19% 급락하며 올해 5월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헝다그룹이 상장된 홍콩 증시는 지난 20일 3.3% 급락한 뒤, 22일 중추절 연휴로 휴장했다. 조만간 만기를 맞는 헝다그룹 채권 규모가 상당한데다, 중국 당국의 입장도 불확실해 당분간 충격파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헝다 사태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리먼 사태급' 글로벌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시장에서는 그간 델타 변이로 움츠러든 투자 심리가 헝다그룹 사태를 빌미로 발작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지 바론즈는 "헝다그룹의 혼란은 중국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데다, 부채에 허덕이는 경제에 도사린 위험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의 규제 강도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커지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악재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라보뱅크는 "헝다 사태는 (중국의)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면서 성장을 위협하는 광범위한 정책 변화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헝다 사태는 최근 박스권을 전전하는 코스피에도 부담이다. 특히 당정의 대형 플랫폼 규제 이슈 등으로 카카오가 이달에만 23% 폭락하는 등 대장주의 부진이 계속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한국 시간 23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내비치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관련 신호도 시장에는 만만찮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테이퍼링 시작이 금리 인상 신호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이번 FOMC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4년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를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느냐 등에 따라 단기적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현지시각기준] 한국 미국
  • [KEB하나은행 기준]
  • [단위]국제 : 달러/배럴국내 : 원/리터

"델타변이 충격 우려" OECD, 한국 성장률 전망치만 올리는 이유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대부분 뒷걸음치고 있지만,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한국의 4%대 성장률 달성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수출 주도 한국 경제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는 데다, 백신 접종 후 방역조치 완화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공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3.8%)보다 0.2%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OECD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기관의 전망치는 대부분 4%대다.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8%를 제시한 것을 제외하면 △정부(4.2%) △국제통화기금(IMFㆍ4.3%) △한국은행(4.0%) 등이 모두 4%대를 점치고 있다. 이는 델타 변이 충격을 감안해 주요 선진국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추세와 대비된다. OECD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7%로 낮추고, 미국 성장률도 6.9%에서 6.0%로 0.9%포인트나 내렸다. △영국(7.2→6.7%) △독일(3.3→2.9%) △일본(2.6→2.5%)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봤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공급에 ‘병목 현상’이 생기고 원자재 가격, 운송료 등 비용 상승 압력이 더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다시 봉쇄 조치에 나선 것이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수출 주도 한국의 성장률을 더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수출 물량이 유지된다면, 공급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추가 이익으로 연결된다. OECD는 한국과 중국, 대만의 최근 수출가격 상승세를 꼽았다. 백신 접종으로 내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OECD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도 감염이 줄고 방역 규제가 풀리면 성장세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 OECD는 통상 5월, 11월 경제전망에서만 물가 전망치를 내놓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물가 전망을 공개했다.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선 전망(1.8%)보다 0.4%포인트 높인 2.2%로 전망했다. 이는 한은의 지난달 전망치(2.1%)보다 0.1%포인트 높다.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상승 폭은 주요 20개국(G20ㆍ3.5→3.7%)보다는 가파르고 △미국(2.9→3.6%) △영국(1.3→2.3%) △프랑스(1.4→1.9%)보다는 덜한 편이다. OECD는 “기저효과에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차질,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 확대가 복합 작용해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평가하면서 “4분기를 정점으로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공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물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사업 철수에도 카카오 실적은 당분간 '탄탄'

당정의 플랫폼 규제 압박으로 일부 사업에서 손을 떼는 강수를 뒀지만 카카오의 호실적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수익 모델이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다. 다만 규제 리스크에 움츠린 주가 하락 추세를 돌려세울 재료가 마땅찮아 개인투자자는 속을 태우고 있다. 22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카오는 매출 1조5,060억 원, 영업이익 2,175억 원을 거둬 1, 2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할 전망이다. 이는 1년 전보다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80.9% 급증한 수준이다. 앞서 카카오는 정부와 국회의 독과점 우려에 지난 14일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서 철수 방침을 밝혔다. 논란이 컸던 모빌리티 사업에서 택시기사용 요금제는 6만 원 낮추고, 스마트콜(1,000원) 서비스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카카오로선 일부 수익 모델을 포기한 셈이지만, 대부분 초기단계 사업이어서 실적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거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의 모빌리티 매출(2,800억 원)은 전체의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가 중단하기로 한 보험상품비교 서비스도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카톡 기반 광고와 페이, 모바일, 전자상거래(e커머스) 등 주력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적 고공행진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대세다. 최근 새로 선보인 카톡 메신저를 통한 구독서비스도 순항 중인데, 내년엔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토론회를 통해 카카오를 직접 겨냥한 이후, 17일(11만9,500원)까지 카카오 주가는 22.4%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주가 하락률(9.3%)보다 훨씬 크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특히 부각되면서, 향후 당정의 '플랫폼 독과점 규제' 주타깃이 카카오가 될 거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플랫폼 독점 논란으로 여러차례 홍역을 치른 네이버는 그간 여러 조치를 통해 적어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최근 네이버 임원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인 것도 이런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6일부터 10거래일간 카카오 주식을 1조4,875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여전히 주가 반등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당장 주가 하락을 막을 동력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와 정무위원회 등 네 곳이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의 카카오 때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영업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빅테크 독과점 문제를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 목표주가는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정부의 추가 규제 리스크에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운명의 24일'... 금소법·특금법 해일 덮친다

지난 3월 말부터 적용됐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6개월 유예기간이 오는 24일 종료된다. 각 금융사의 준비 상황에 따라, 당장 다음주부터 정상 서비스나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업체가 생길 수 있어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토스, 뱅크샐러드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과 핀테크업체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금소법이 시행되어도 서비스에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이들의 서비스 일부가 '광고'가 아닌 '중개'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미 카카오페이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투자 서비스와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 등을 중단했고, 토스도 신용카드 비교 서비스 등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핀테크업계에서는 금소법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나왔지만, 당국은 "예외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은행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출모집인과 리스·할부 모집인 등록 작업은 현실적으로 24일까지 마무리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의 투자성 상품 설명서 개편 작업도 계속 지체되고 있다. 지난 3월 금소법 시행 초기 일대 혼란을 불렀던 '1시간짜리 상품 설명' 문제는 법 시행 이후에도 완전히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호 위반' 딱지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금융사가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달 초 현장 점검을 마친 금융위는 일부 작업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를 '보완기간'으로 두고 자율시정을 유도해나가기로 했다. 24일은 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기한이기도 하다. 25일부터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2일 점검회의를 열고 "17일까지 공지도 없이 운영 중인 일부 사업자 정보를 관계기관에 즉시 제공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까지 FIU에 신고된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6개다. 가장 먼저 접수한 업비트(두나무)는 신고가 수리됐다.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업체는 두나무 외 빗썸과 코인원, 코빗뿐이다. 나머지는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이나 지갑사업자로 신고됐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중소형 거래소 중에서도 고팍스나 후오비코리아, 지닥 등은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 24일까지 실명계좌 제휴 여부에 확답을 주기로 하면서 피말리는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실명계좌 발급이 불가능해질 경우 일단 코인마켓으로라도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외에도 20여 곳의 중소 거래소가 24일까지는 코인마켓 신고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최소 30일 동안은 이용자들이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금융당국이 내놨지만, 강제성이 없어 '먹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민국 국회의원의 분석 결과, 여전히 222만 투자자들이 2조3,000억 원을 '미신고 거래소'에 투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