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다며 늘려 놓더니'... 회계사 합격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2024.11.01 16:00

김모(32)씨는 올해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4년간의 수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학 졸업 전후 문과 출신에 대기업 취업문은 쉽게 열리지 않아 전문직을 선택한 그였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주요 회계법인부터 중형 회계법인까지 취업 시장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내년 하반기 공채 시즌까지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결국 회계법인 인턴 자리부터 일반기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10시간씩 공부해 합격하고도 이러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고 푸념했다. 올해 CPA 시험에 합격했으나 회계업무를 수행할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1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수요예측에 실패한 탓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금융당국은 "CPA 합격이 꼭 회계법인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별도의 연수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CPA 선발인원은 1,250명으로 전년 대비 150명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비회계법인이 여전히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선발인원을 정했다. 지난해 8월 회계사 공급이 부족하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반영됐다. 하지만 그사이 업황이 악화하면서 앞선 전망만큼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대형 회계법인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는 약 840명을 뽑았으며, 중견·중소회계법인 등은 160명가량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에선 "합격생들이 꼭 회계법인이 아닌 일반기업 회계팀이나 공공기관 등 회계사가 필요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금융당국은 일부 공공기관에 CPA 채용을 독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선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인회계사법 제7조에 따르면 공인회계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려면 실무 수습 기관에서 2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무 수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하면 회계사 자격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일반기업이 채용하는 회계 인력은 주요 회계법인에서 3년 이상 실무를 마친 경력직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미지정 회계사들은 지난달 29일과 30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3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4일에는 감사원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당국의 말처럼 일부 미지정 회계사는 일반기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CPA 합격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대기업에서는 언제든 다시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CPA 합격자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라며 "회계사 자격증을 기재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수습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1년간 실무 수습을 할 곳이 없는 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감사원 모두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을 일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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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에 창립기념일 조촐하게 보낸 삼성전자...연말 인사 규모는

삼성전자는 1일 창립 55주년을 맞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제품 및 영업이익 감소로 회사 위기론이 커진 상황에서 연 기념식은 한종희 대표이사(부회장),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등 임직원 400여 명이 모여 조촐하게 진행됐다. 한 부회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인공지능(AI)이며 단순히 특정 제품이나 사업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성장 동력 발굴까지 새롭게 접근하자"고 말했다. 특히 전 부회장이 삼성 위기론의 해법으로 꼽은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언급하며 "기술과 품질 확보는 경쟁력의 근간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임직원 모두가 사활을 걸고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조직 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며 "모든 업무 과정에서 준법 문화를 확립하고 상생경영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시장전망치보다 낮은 3분기(7~9월)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을 공시하며 재계의 관심은 연말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 쏠리고 있다. 통상 12월 초에 단행한 정기 인사를 올해는 이보다 앞당겨 미국 대선 직후인 이달 초중순에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 기일(10월 25일), 회장 취임일(10월 27일)에 이어 창립기념일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임원 인사를 통해 회사 위기 극복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반도체사업을 맡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고위 임원이 물갈이될 거라는 예상이 많은데 DS부문의 각 사업군 사장, 부사장뿐 아니라 200여 개 해외법인 임원이 대폭 교체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사업(수출) 매출이 2022년 189조6,000억 원에서 2023년 149조8,000억 원으로 줄었다. 가전을 제외한 모바일, 전장(電裝·자동차 내 전자장치), 디스플레이 등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면서 해당 사업을 지휘하는 임원도 인사태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예상도 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바꿨다.

13개월 연속 플러스...수출 숫자는 좋은데 내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0월 우리나라 수출이 13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면서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했던 수출 실적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쳐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편 미국 대선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수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575억2,000만 달러로, 올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수입은 1.7% 증가한 543억5,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31억7,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3% 증가한 125억 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6년 만에 깨면서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반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이 일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고정가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편 일반 메모리의 6~8배 가격인 인공지능(AI)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반도체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가트너 등 정보기술(IT) 전망기관 모두 내년 IT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현 지표로는 IT경기 흐름이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도 작년보다 5.5% 증가한 62억 달러로 집계돼 10월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5.9% 증가한 19억 달러로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문제는 월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올해 내내 기저효과 영향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7월 13.5%를 기록한 이후 8월 11.0%, 9월 7.5%, 10월 4.6%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번 달 발표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졌다"며 "과거처럼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쉽지 않지만 한 자릿수 증가율이 결국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내내 수출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국내 경기 회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또한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수출 실적은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높게 나온 것일 뿐 지난해 심각했던 경기 침체를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그러다 보니 내수로 파급 효과는 없었고 한국은행 금리 정책도 미적거리며 시기를 놓치면서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남은 하반기 중동 사태, 러우 전쟁 등 위험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 이후 대외 통상환경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올해 정부가 목표로 했던 수출액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실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연말까지 7,0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2022년 기록했던 역대 최대 기록(6,836억 달러)은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우리 이어 하나까지...은행 예·적금 금리 줄줄이 낮아진다

은행권이 줄줄이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대출 금리는 유지하거나 되레 높이고 있어 은행 수익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일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수신상품 11종에 대한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제 기본금리가 3.35%에서 3.3%로 0.05%포인트 낮아지고, ‘369정기예금’ 1년제 기본금리는 3%에서 2.8%로 0.2%포인트 내린다. 지난달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추자 주요 은행은 발 빠르게 수신금리 인하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부터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12개월)’의 기본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예·적금 상품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다른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입출금 성격의 ‘토스뱅크 통장’ 금리를 0.3%포인트 낮춘다. SC제일은행도 이날부터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입출금식 예금금리를 최대 0.8%포인트 내린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도 지난달 17, 18일 수신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대출 금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는 3.75~6.15% 수준이다. 9월 말(3.64~6.15%)보다 하단은 0.1%포인트 넘게 오르고, 상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내줄 이자는 적어지고, 받을 이자는 커지면서 은행권의 이자 수익은 올해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