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쿼터 결국 풀었다... '무한 가격·품질 경쟁 시대' 열려

2025.02.12 04: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한국 철강 업체에 적용하던 '쿼터'를 풀었다. 수출 물량에 제한은 사라지고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철강 제품은 관세 25%만큼 비싸진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해야 한다. 미국 기업을 빼곤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관세를 적용받는 만큼 결국 각 기업이 '얼마나 더 싸게 더 좋은 품질'의 철강 제품을 내놓는지를 두고 무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쿼터제로 약 260만 톤(t)은 무관세로 미국에 팔아오던 한국 철강업계는 관세 변수 때문에 당장은 수익성이 나빠지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한 '강관' 제조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만 미국의 철강 제조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탓에 강관과 같은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요는 유지되면서 쿼터제로 묶였던 수출량을 늘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예외 없는 외국산 철강 제품 관세 25%' 조치를 "철강에 부과되던 관세 면제 또는 쿼터 적용이 사실상 폐지되고 원래 관세로 회귀하는 조치가 3월 12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행정명령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전날까지만 해도 쿼터제 폐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에서 "예외 없이 25%를 적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면서 산업부에서는 '무관세 수출'을 뜻하는 쿼터제가 폐지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철강 제품 쿼터 부과국' 지위를 받아들여 '절대 쿼터제'를 시행했다. 25% 관세를 내지 않는 수출량을 263만t 내외로 정하고 그 이상 수출하지 못했다. 3월 12일부터는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 물량 제한이 사라지는 대신 수출 물량 전체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철강 25% 관세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 시장 수출에 공들여 온 기업들은 가격,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특히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쿼터제로 각자가 수출하는 몫이 정해져 있어 굳이 경쟁할 유인이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들 국가에 속한 기업들 모두 수출 물량에 제한은 없는데 똑같이 25% 관세를 내야 해 사실상 같은 출발선에 선 꼴이 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조치는 미국 철강 기업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해 미국 아닌 다른 국가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서 한국 기업이 앞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얼마나 더 싸게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느냐로 각 기업의 미국 수출 물량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장은 미국 시장에서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각 철강 회사 내 통상 정책 담당자들이 각사의 사업 구조에 따른 여파를 파악하고 있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수출 가격이 올라 당장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관 시장에 대한 타격이 가장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존에 시행 중이던 미국 수출 쿼터제에서 '품목별 쿼터량'을 보면 강관 제품이 100만t으로 전체 쿼터 260만t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고품질 강관으로 만들어지는 송유관·가스관 수요가 상당히 많은 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강판류 수출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숨 쉴 틈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선 세아제강, 휴스틸 등이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고 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미국에서 만드는 강관 물량만 약 25만t"이라며 "당장은 해당 물량으로 미국 내 수요에 대응하면서 나머지 물량에 대한 수출 정책을 꼼꼼히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 기업들의 제조 능력은 많이 떨어져 미국 내 강관 등 고품질 철강 제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런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제조 능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에는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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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전이 돌아왔다… 이번엔 포스코 vs 두산 난타전

재건축 수주전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를 놓고 맞붙는다. 부동산 경기 냉각 속 대규모 정비사업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16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한다. 1987년 준공한 대단지(1,900호)를 초대형 단지(3,198호)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가 2조 원에 육박하고 용적률이 116%에 불과해 사업성이 우수한 편이다. 이곳을 선점하는 회사가 향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한발 늦게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4일 정희민 사장이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 ‘더샵’ 상표 경쟁력이 가장 큰 자산이자 강점이다. 지난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도시정비사업 수주고(4조7,000억 원)를 기록한 회사라는 점도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조합 사업비 8,900억 원 가운데 2,400억 원을 무이자로 조달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두산건설도 이정환 대표이사가 6일 현장을 찾아 맞불을 놨다. 자사가 공급하는 최고급 상표 ‘더 제니스’를 내세워 판세를 굳히려는 모양새다. 은행주공아파트를 부산의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상징물)로 만들겠다는 제안이다. 무엇보다 조합에 제안한 3.3㎡당 공사비(635만 원)가 포스코이앤씨보다 63만 원 저렴하다. 시공사 선정일이 다가오자 수주전이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경쟁사의 약점을 집중 선전했던 서울 한남4구역과 비슷한 형국이다. 포스코이앤씨가 두산건설이 암반을 고려하지 않아 사업비를 실제보다 적게 책정했다고 주장하고, 두산건설은 포스코이앤씨가 입찰 지침을 어기고 제안서에 공사비를 인상할 길을 열어뒀다고 맞서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올해가 지난해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이전보다 주택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삼성물산이 격전지에서 완승하자 경쟁사들이 전열 정비에 나섰다. GS건설은 오랫동안 공들인 사업장인 잠실우성아파트 1·2·3단지에서, 현대건설은 개포주공아파트 6·7단지에서 삼성물산과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동과 여의도 일대 정비사업도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한남4구역 수주는 래미안이 시장에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리는 계기였다”며 “반도체 경기 침체 여파에 삼성물산까지 수주고 확보에 나섰다는 지라시(정보지)가 현장 사무소에 돌 정도로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관세 0'에는 이유가 있다..."트럼프, 반도체에 관세 부과하면 역풍 불 것"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검토 발언이 나오자 국내 업체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는 다른 수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세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관세 대상 제품과 부과 기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역에서 무(無)관세를 적용한다. 주요 생산 국가가 미국, 한국, 대만, 일본, 중국뿐이라 관세를 내게 해도 대체재가 적고 오히려 전자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등 반도체 생산국의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미국 내 반도체 사용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역풍을 맞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D램 75.5%, 낸드 55.8%"라며 "대체재가 없는 현실과 메모리 수요처가 대부분 미국 빅테크 업체인 점 등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의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관세 부과를 가정해도 미국의 실익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 빅테크의 반도체 조달 단가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고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공장도 대부분 해외에 있어 자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단가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관세 부과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속도를 앞당기거나 늘릴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을 지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3년이 걸리는데 임기 4년의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만 염두에 둔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릴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부과 여파가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이 침체되는 등의 간접 영향을 받게 될 우려는 나온다. 미국이 28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이상 범용 반도체 등 중국과 연계된 특정 품목에 대해 선별적 관세를 매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새롭게 부과한다면 이는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격 교란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국 반도체업체(CXMT, YMTC, SMIC)를 겨냥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추가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공급망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제품 선별 기준, 세율, 수출 대상국 기준 등 규정에 따라 영향이 천차만별"이라며 "현재로서는 파급력을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초콜릿 VS 스웨덴젤리...CU·GS25가 펼친 편의점 '왕좌의 게임'

2024년 국내 편의점 1등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은 GS25와 CU의 경쟁이 무승부로 일단락됐다. 지난해 CU가 생레몬하이볼, 두바이초콜릿 등 메가 히트작을 선보이며 매장 수에 이어 매출까지 2관왕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GS25가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한때 1조 원에 육박했던 두 회사 매출 격차가 약 500억 원으로 좁혀지면서 올해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24년 매출이 8조6,988억 원으로 1년 전인 2023년과 비교해 6.2% 증가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BGF리테일 연결 매출의 99%가 편의점 매출인 것으로 추정한다. 물류 등 다른 계열사의 매출 1%를 뺀 CU의 순수 매출 추정치는 약 8조6,118억 원이다. 5일 GS리테일이 발표한 지난해 편의점 GS25의 매출 8조6,660억 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다만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CU가 1만8,458개로, GS25(1만8,112개)보다 346개 많았다. CU는 2020년 GS25를 제친 후 줄곧 매장 수 1위를 사수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CU가 매출에서도 GS25를 앞설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CU가 지난해 수백억 원대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았기 때문. 4월 출시한 생레몬하이볼은 지난해 1,100만 캔이 팔리며 주류 전체 단품 매출 2위를 기록했다. 7월 내놓은 두바이초콜릿은 두 달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10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와 손잡고 출시한 밤 티라미수 컵은 4분기(10~12월)에만 170만 개가 팔렸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하게 매출 1위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다만 2019년 9,130억 원에 달했던 양사 간 매출 격차는 지난해 542억 원 수준까지 줄었다. 올해는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추격에 쫓기는 GS25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을 연계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에 집중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복안이다. 월간활성화이용자(MAU)가 400만 명에 달하는 업계 1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우리동네GS'를 토대로 퀵커머스(빠른 배송), 와인 예약 서비스, 반값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상품 발굴에도 공들이고 있다. GS25가 지난해 11월 말 출시한 스웨덴 젤리 '스윗믹스젤리'는 한 달여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또 GS25는 3월 2일부터 3,000여 곳 점포에서 팬츠, 속옷 등 무신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더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