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구조에 꽉 찬 물건들... 화마 키운 '로켓배송' 물류혁신

2021.06.20 20:30

지난 17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를 비롯해 쿠팡이 전국에 운영 중인 물류센터는 100여 곳. 첨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켓배송'이 뒷받침되며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물류혁신 이면엔 빠른 배송만 강조해온 안전불감증, 그에 따른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자리잡고 있음이 이번 화재로 여실히 드러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덕평 물류센터는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2만7,200㎡(3만8,000여 평) 규모로 인천·대구와 함께 쿠팡의 3대 메가 물류센터로 꼽힌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 공산품만 취급하고 있다. 평소 일렬로 배열된 물품 진열대 선반 위에는 물건이 가득 쌓였고, 통로나 계단에도 종이박스 등 적재물이 즐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발화지점인 지하 2층도 물품 진열대 선반이 늘어선 물품 창고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는 단위 바닥 면적당 가연성 물질의 무게인 화재 하중이 높은 편"이라며 불이 잘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덕평 물류센터는 미로 같은 내부 구조에 컨베이어 벨트와 여러 전기 장치까지 설치돼 있어 대피도 어렵다. 물류센터 내부에는 층 한 칸의 가운데를 막아서 1.5층, 2.5층 식으로 중간층을 만들어뒀다. 물건을 더 많이 쌓기 위해 층고가 높은 한 층을 두 개로 나눈 이중 구조물이다. 사람의 이동 동선은 고려하지 않고 더 빠르게 많은 물량을 처리하겠다는 구상에만 맞춘 설계인 셈이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물류센터의 모든 구조물은 사람이 아닌 물류 시스템을 중심으로 갖춰져 있다"며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많다 보니 넘어지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일이 흔한데 작업 환경이 열악해 직원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빨리빨리'만 외쳐온 쿠팡의 노동환경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 환경상 여느 업종보다 안전수칙을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데도, 배송 속도전에 매몰돼 누구보다 빨리 일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 평소 물류센터 직원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화장실 사용도 통제했다. 또 소방시설 오작동이 잦아 직원들은 평소 경고방송이 나와도 현장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교육 또한 허술했다. 김 위원장은 "안전교육은 아침 조회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수준"이라며 "비상상황 대피훈련 등 사고가 터졌을 때의 대응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쿠팡에선 물류센터에 직원들이 입사하면 1시간씩 영상 강의를 하고, 고용 형태에 따라 수시로 안전교육도 진행해왔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1년간 안전 전문 인력을 700명 고용하고, 각종 안전설비 설치 등에도 2,500억 원 이상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선 쿠팡 차원의 대책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성구 한국건축기술사회 부회장은 "물류센터는 재난에 대비한 각종 안전도 심의에 제외돼 있다"며 "자체 소방시설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심의기구를 마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지시각기준] 한국 미국
  • [KEB하나은행 기준]
  • [단위]국제 : 달러/배럴국내 : 원/리터

빅테크들 줄줄이 전기차 진입…폰 버린 LG는 웃는다

LG전자의 전기차 부품 합작사로 다음 달 1일 출범할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기차 부품 시장 또한 폭풍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들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구글 웨이모와 아마존의 죽스는 실제 차량을 개발해 자율주행 기술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최고경영자 사임으로 시장의 우려를 샀던 웨이모는 최근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7,956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중국 바이두(百度)와 알리바바가 일찌감치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특유의 '가성비'로 '대륙의 실수'로 유명한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 경쟁에 합류, 향후 10년 동안 100억 달러(11조3,25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지난 5월 중국 자동차 업체와 손잡고 '화웨이 즈 쉬안 SF5' 전기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업계에선 자동차와 IT가 결합한 '스마트카'의 대중화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엔진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전자장비 등으로 바뀌게 될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 부품 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3,033억 달러 규모였던 자동차 전장(자동차 부품)시장은 2024년 4,000억 달러(452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서 LG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전장 사업 본부를 조직하고 전장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엔 LG전자의 전장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세계 5위권(생산량 기준)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품은 데 이어 내달 1일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캐나다의 마그나와의 전기차 부품 합작사까지 출범할 경우, 전기차의 모든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전장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서다. 급성장이 예상된 전기차 부품 시장은 이제 막 개화기란 점에서 아직까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확보한 기업은 없는 상태다. 구동모터와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LG전자에겐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선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부(VS)가 올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6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게 된다. LG마그나의 내년 매출도 1조 원을 넘어서면서 고속성장 대열에 들어설 것이란 게 증권가 관측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폰 사업 철수로 전장 사업의 중요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물류' 강화하는 네이버, '선물하기' 키우는 카카오 …이커머스 전쟁

국내 포털업계 쌍두마차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공략이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양사는 각사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분야까지 영역 확대에 나섰다. 20일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경기 군포와 용인에 네이버 판매자 중심의 '풀필먼트(판매 상품 적재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관리해주는 모델) 센터'를 연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한 바 있다. 네이버가 야심작으로 준비해 온 AI 물류 시스템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이달 군포에 1만1,000평 이상의 상온상품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 네이버는 8월엔 용인에 5,800평 규모의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곳에서 자체 개발한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인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한다. 클로바 포캐스트는 네이버 쇼핑 주문량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하루 전에 예측, 물류센터의 인력 배치 및 운영 효율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물류 작업 처리를 돕기 위한 무인 이동 로봇도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신선제품 전용인 용인 센터에서는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최상의 제품 상태로 보관, 배송할 수 있도록 ‘쿨 가디언 시스템’을 적용해 365일 24시간 물류 센터 곳곳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에 기존 곤지암 센터에서 진행해 온 ‘오늘주문, 내일배송’의 서비스 범위와 제품군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기반의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 카카오커머스의 흡수, 합병을 예정한 것도 이런 포석이다. 독립 자회사로 분사한 지 2년 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다. 아직까지 카카오의 이커머스 사업은 네이버나 쿠팡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28조 원, 쿠팡도 20조 원 수준이나 카카오는 5조 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카카오커머스를 카카오 아래에 두면서 덩치를 키우는 한편 보다 빠른 의사결정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의 가장 대표적인 이커머스 서비스는 '카카오 선물하기'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출범 10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이 약 3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별도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도 상품권(바우처) 형태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서비스 출시 초반엔 커피나 베이커리 등 상품이 한정적이었지만 카카오 선물하기가 대중화되면서 전자제품과 명품 의류 등까지 품목도 확대됐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4,500만 명이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하단에 쇼핑 탭을 배치, 세(勢) 불리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국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인수하는 등 경쟁력 있는 쇼핑, 커머스 업체를 사들이면서 외형 확장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이후에도 이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모두 주력 사업으로 이커머스를 바라보고 있다"며 "각각 검색과 메신저라는 플랫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 면세업계의 쉽지 않은 장거리 연애

“나를 잊지 말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자들과 ‘장거리 연애’를 이어온 면세업계가 고객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랜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에 따른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여행의 활성화까지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상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라이브방송과 함께 비대면 마케팅에 한창이다. 해외 인기 브랜드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조선시대 으뜸 거상(巨商)인 가상 캐릭터 ‘심삿갖’을 내세워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보물지도’ 행사에 나선다. 이달 30일까지 신세계면세점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대상으로 금 1돈, 버버리향수, 커피 쿠폰 등도 내걸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엔 고객들이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난달 26~28일 사흘간 릴레이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내수 통관 면세품을 활용해 해외 인기 브랜드의 신발과 시계, 가방, 선글라스 등을 최대 72%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신라면세점에선 이탈리아 니치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 신제품을 면세업계에선 처음으로 내놓고 향수 마니아를 공략했다. 지난달엔 내수통관 면세품을 판매하는 신라트립에서 ‘100원 위크’를 열고 2주간 300여 명에게 프라다, 로에베, 훌라 백 등을 증정했다. 이처럼 면세업계가 오프라인 방문자가 아닌 온라인 고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즉시 여행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전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지만, 주로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고 방역 신뢰국가에 국적기로 오갈 경우로 국한돼 실제 관광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1차 접종자가 12주 후 2차 접종을 한다고 가정하면 면세점 방문까지는 최소한 같은 기간이 필요하다”며 “트래블 버블 등 반가운 소식이 들리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면세업계의 랜선 마케팅은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연령이 면세점 충성고객으로 꼽히는 2040 여성 고객과는 거리가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1년 넘게 면세점을 찾지 않던 고객이 다시 여행을 갈 때 곧바로 단골 면세점을 찾는 것은 아니어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면세점의 존재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