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미들의 '영끌' 빅히트 주식 매입에 외신도 주목

2020.09.30 17:32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주식시장을 움직일 준비가 됐다." 최근 그룹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 1,117.25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고 공시한 가운데, 외신들이 '아미'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CNBC는 'BTS의 팬들이 한국의 개인 주식투자자 무리에 뛰어들었다'는 제목의 25일(현지시간) 기사에서 "BTS의 팬클럽을 통칭하는 '아미'들이 내주 일반투자자 청약에 참여, 빅히트 공모가를 더욱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아미들이 최소 한 주라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서울에서 BTS 테마 카페를 운영하는 김은희(51)씨의 사례를 전했다. 김씨는 CNBC에 "주식을 사들여 BTS에 대한 나의 지지를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은행원 박모(28)씨는 공모 참여를 위해 '10만 달러'의 개인 대출을 받았고, 김서현(12)양은 미래의 주주총회에서 BTS 멤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부모님에게 주식 한 주를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경제지 포춘도 한 아미가 회사 주식을 따내기 위해 개인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현상은 단순히 기업 실적에 베팅하는 수준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입을 모았다. 포춘은 "아미들에게 빅히트의 주식 매입은 '헌신'의 표시"라고 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형 유세를 방해하는가하면 '흑인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시위를 위해 수백만달러를 모금했던 아미들의 조직력과 자금력이 이제는 증시에 쏟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미들이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빅히트 일반청약은 기존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달 초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청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증거금 58조원이 몰린 바 있다. 하지만 "빅히트 공모가는 카카오게임즈(2만4,000원)보다 높고 청약 경쟁도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당 기록은 경신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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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역전, 이미 현실화" vs "아직 아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 지난 7월말 입주를 시작한 운정신도시아이파크는 총 3,042가구로 경기 파주시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다. 지난달 28일 현재 이 아파트에는 217채가 반(半) 전세나 월세 매물로 나와 있다. 보증금만 있는 순수 전세는 129건 정도. 입주 직전인 7월22일엔 전세가 568건, 월세는 286건이었는데 두 달 남짓 사이 역전된 것이다. 파주시 한 공인중개사 직원은 “입주 시점에 ‘임대차 2법’이 통과됐는데, 임대 계약을 한번 하면 4년 동안 바꿀 수 없게 되니 집주인들 사이에 '처음부터 월세로 계약 하겠다'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며 “전세는 나오는대로 대부분 거래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고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월세와 반전세가 늘어나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 신규 계약에선 집주인들이 월세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사실 임대차 거래는 아직 신고 의무가 없어(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 정확한 거래 현황을 통계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정보업체들이 내놓는 통계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추세를 짐작해보는 게 현실이다. 전세보다 월세가 많아진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는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매물 추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9,040건으로 전세 매물(8,727건)을 앞질렀다. 아실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월세 매물도 줄어든 편인데, 전세가 더 많이 감소하면서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 공급이 급감하는 추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9월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87로 2013년 10월(187.1) 이후 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189.3으로 2015년 10월(193.1) 이후 5년 여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아직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해진 사례가 크게 늘었는데, 이로 인해 임대 물건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유의미한 변화를 파악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9월 아파트의 전세 거래는 3,789건, 월세는 1,464건을 기록 중이다. 8월(전세 7,025건, 월세 2,833건)이나 7월(전세 1만1,232건, 월세 4,212건)에 비해 눈에 띄게 비율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진 것이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 흐름에 제동을 건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부터 전세 보증금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월차임(전ㆍ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10억원짜리 전세 중 5억원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전ㆍ월세전환율 2.5%를 적용하면 월세가 104만원 정도로 기존 요율 4%를 적용한 월세 170만원보다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전월세 전환율이 강제성이 없는 데다 신규 임대차에는 적용되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 시에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를 5만원 낮추는 게 관례인데 요즘엔 임대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월세를 더 올리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폰으로 겁나서 돈 거래 하겠나" 어르신들의 한숨

휴대폰 하나로 송금은 물론 대출, 보험 가입, 펀드 투자까지 가능한 ‘내 손안의 은행’이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고령층에게 모바일 금융은 먼 나라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디지털 소외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디지털금융 소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혜택 차별과 불완전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올 추석에는 부모님께 편리한 모바일 금융 세계를 위한 금융지식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에서도 비대면이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자들의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정보의 계층간 불균형)’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사회공헌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지난 7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 층의 절반 이상(56.3%)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지만 여전히 금융서비스에는 어려움을 느꼈다. ‘배워보려고 애쓰지만 아직 사용할 줄 모르는 디지털 서비스’를 꼽는 질문에 응답자의 18%는 ‘은행과 보험사 금융서비스’라고 답했고, 특히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23.5%나 됐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3개월간 일반 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20~40대는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60대 이상은 18.7%, 70대 이상은 6.3%에 그쳤다. 60대 조모씨는 “무인결제기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해도 눈앞이 깜깜해지고 식은땀이 나는데, 돈이 오가는 금융거래를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고령층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65세 이상이 기본적인 이체와 출금을 온라인으로 이용한 비율은 69.9%로 전체 평균(74.4%)과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 이체 등과 달리 예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한 거래에서는 여전히 온라인 비중이 낮았다. 이들의 예금과 신용대출 온라인 거래 비중은 각각 7%, 12.4%에 그치면서 전체 연령 평균(각각 47.1%, 58.8%)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최근 금융사들이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우대 금리를 제공하거나, 수수료 감면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은 이런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셈이다. 실제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정기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상품을 신청할 경우 0.1~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장훈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간 디지털 정보화 격차는 고령층에게 디지털 소외로 나타나고 있고, 고령층이 금융상품 및 서비스 구매 같은 소비 활동 시 불완전 또는 사기 판매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고령자들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교육, 금융사에 대한 지침 등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령층이 선호하는 '은행 영업점포'는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6,526곳으로 2년 전보다 200곳 넘게 줄어든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화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금융 양극화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특정인의 불편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드 상황이 심각해지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제 때 도움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과 금융당국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고령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포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금융사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글자를 키우거나, 화면을 단순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고령층 고객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을 때 스마트폰 화면에 ARS메뉴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음성ㆍ화면 동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나은행도 큰 글씨와 음성전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금융사 직원이 태블릿PC를 갖고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오프라인 점포 폐쇄로 고령층의 금융이용이 불편해지는 점을 고려해 점포 폐쇄 시 사전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외부 전문가가 평가 절차에 참여해 검토하는 등 ‘지점 폐쇄 영향평가’의 독립ㆍ객관성을 높이고, 점포 폐쇄 시 3개월 전 고객에게 통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온라인 상품을 중심으로 금리나 수수료 인하 등 각종 혜택이 제공돼 고령층이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겪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특판 상품을 제공할 경우 동일ㆍ유사한 혜택을 보장하는 고령층 전용 대면 거래 상품을 출시하도록 장려하기로 했다. 신규 상품 개발 시 연령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연령별 영향 분석도 할 예정이다. 외국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금융 소외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령층을 위한 금융보호실(Office of Financial Protection for Older Americans)을 설치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의 자문에 대비한 지침을 제공한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에서는 취약 금융소비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2년이었을까 우리나라 '전세 잔혹사'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세입자 중 몇몇은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어요.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면서 세입자가 원한다면 기존 계약기간 2년에 추가로 2년 더 계약을 연장해 살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 동안 세입자는 계약 기간 2년 만료일이 다가오면 집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할까봐 마음 졸였어야 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계약 연장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죠. 반면 전세를 내놓지 않으려는 집 주인들이 늘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더욱 빨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전세 계약기간은 도대체 언제부터 2년으로 못 박혀 있던 걸까요? 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걸까요? 알다가도 모를 전세제도, 그 변천사를 과거 신문에 실린 기사를 통해 따라가 봅니다. 전세는 한국에서만 활발히 거래되는 독특한 임차 형태인데요. 관행으로만 존재하던 전세권이 제도화된 건 1958년 민법이 제정되면서부터입니다. 다달이 임대료를 내야하는 월세와 달리, 계약 기간이 끝나면 맡겨 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편이었죠. 전세권이 제도화되면서, 민법 303조 1항에 따라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이 보호하게 됐습니다. 아니오. 당시 민법엔 임대차 지속 기간이 20년을 넘지 못하도록 최장 기간만 제한을 뒀고, 최단 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었어요. 당시 관행적으로 임대차 계약 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고 하니, 세입자는 집 주인이 요구하면 6개월마다 한 번씩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이삿짐을 쌀 수밖에 없었죠. 2년마다 마음 졸여야 하는 것도 괴로운데, 6개월이라니. 살기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전세권이 보장받기 시작한 당시는 주택 수가 매우 부족했어요. 1960년대 산업화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늘어나는 인구를 주택 공급량이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1962년 서울의 전체 가구 44만호 중, 절반 가까운 21만호 정도가 무주택 가구였습니다. 특히 전국 무주택 가구 60% 이상은 25개 도시 안에 살고 있는 도시 영세민들이었어요. 집을 소유하지 않은 열 가구 중 둘은 전세로, 다섯은 사글세나 월세로, 한 명은 움막이나 무허가 판잣집에 살았어요. 주택난이 심각했지만 당시 박정희 정부가 도시 빈민과 대다수 무주택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당시 정부는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했거든요. 1970년대 말 정부가 주택 공급을 민간 자본에만 의존하는 동안 주택은 여전히 모자랐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전ㆍ월세 등 임대료 상승 흐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민법에 전세권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소유주가 바뀌어 전세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했답니다. 왜 그랬냐고요? 당시 민법 621조에 따르면 ‘전세권 등기’를 한 경우에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절 집 주인들은 전세 등기 운운하는 ‘까다로운’ 세입자와는 계약하려고 하지 않았고, 법을 잘 몰라서 굳이 등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현실과 법의 괴리 때문에 전세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당시 서울민사지방법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세금 반환 소송을 처리했다고 해요. 1981년 전두환 정부는 전세 든 건물이 경매로 팔리거나 소유권이 이전될 때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민법의 특별법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했어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으로 세입자는 따로 등기를 설정하지 않고 주민등록을 옮겨 두기만 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최소 1년 보장됐어요.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인 1981년 9월 14일에도, 동대문구 구룡동에서는 전세살이를 하던 다섯 가구 35명의 사람들이 거리에 쫓겨나는 일이 있었어요. 집 주인의 파산으로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는데, 세 들어 살던 이들은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답니다. 전세권이 제도적으로 더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상황이었죠. 더구나 이 법이 만들어 지고 나서 오히려 주택 시장에선 전세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요.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집 주인들이 세 놓기를 꺼려했거든요. 1989년 5월 노태우 정부는 부랴부랴 주택임대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30일 개정안이 통과됐어요. 이때부터 우리가 잘 아는 ‘전세 계약기간=2년’ 공식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직후인 1990년초부터 집주인이 2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전셋값이 또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어요. 1990년 3월 전셋값 폭등으로 방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용접공 김선규씨(33)가 “살기가 힘들어 먼저 간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강물에 투신했고, 1990년 초 두 달 남짓한 기간동안 17명의 세입자가 자살하는 등 치솟는 임대료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동안, 전셋값 상승을 이용해 돈을 벌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렸던 거죠. 1996년 당시에는 "미래지향형 투자기법"이던 이것, 어쩐지 익숙하지 않나요? 지금의 '갭투자'와 비슷해 보여요. 그런데 “미래지향형 투자기법”인 갭투자가 시작된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에요. 1984년 8월 10일 한국일보에는 “빚 얻고 전세 놓고 무리하면서 집 한 채를 마련하고 1년에 몇 번씩 이사를 다니면서 그 집을 키우는 것이 최근 10년 넘게 정형화 된 재산 증식 방법”이라고 보도한 기사를 찾을 수 있거든요. 지금에 와선 투기 수요를 부풀려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으며 '갭투기'라고도 불리는데요. 꽤 오래전부터 ‘갭투기’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던 사람들이 있던 것 같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실시 이후 전셋값이 처음으로 폭락했어요. 1998년 주택은행의 '전셋값 동향'을 보면 IMF 이후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10.4% 하락, 12조3,000억원이 증발해 버렸어요. 실직이나 감봉으로 더 싼 곳으로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늘었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늘면서 분쟁도 급증했고요. 1998년 2월 한달 동안에만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각종 가압류 신청 건수는 1만9,200건으로 IMF 체제 이전보다 60%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해요. 하지만 전셋값 하락세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어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주택경기 부양 대책을 발판으로 1998년 중반 하락세가 둔화됐고, 1998년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전세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거든요. 전세대란은 김대중 정부가 서민의 내 집 마련보다는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데만 집중해 온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일었어요. 주택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1998년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폐지하면서 전세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소형 아파트 공급량이 매우 줄었고, 저금리 정책 역시 부동산 시장에는 독으로 작용했거든요. IMF 이후 시중 금리가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월세가 전세를 대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됐어요. 이때 시작된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지금껏 이어진 거죠. 당시 월세를 놓으면 연 18~24%(월 1.5~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전세보다 훨씬 유리했어요. 전세난은 심각해졌고, 목돈이 없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인 2016년 부동산 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세 정부 중 노무현 정부가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낮았어요.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중과세, 주택거래신고지역 및 투기지역 확대 등 고강도 규제책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오히려 부동산 거품은 최고조에 달하며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어요.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분산되면서 전세난은 상대적으로 덜했던 셈이에요. 2004년 7월, 전셋값 폭락과 함께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5년 반 만에 매매가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어요. 2004년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대비 전세가 비율이 50% 밑으로 추락한 것은 1988년 12월(47.9%) 이후 처음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세입자가 전세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전세난과는 반대로 ‘역전세난’이 발생했어요.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졌고,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전세 수요자가 줄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거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모두 “대출을 더 받게 해줄 테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던졌어요.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포함된 8.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박근혜 정부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취득세 면제·금리 인하·금융규제 완화 등을 시행했죠. 그러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은 상황이 더 나빠졌어요. 대출 규제 완화에도 폭등하는 ‘전셋값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전세 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이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은 전셋값이 뛰게 됐다는 주장도 있었고, 집 주인의 보상심리가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이전에 올리지 못했던 부분까지 더해 전세금을 한꺼번에 확 올렸다는 거죠. 주택 시장의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전세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2013년 1~7월 전월세 주택 10가구 중 4가구가 월세로 국토교통부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다음 해에는 임차 가구 중 월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했어요.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들로서는 월세 전환이 큰 부담이었죠. 당시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은 이 평균 6.6%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였거든요. 문재인 정부는 7월 주택임대차보호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을 개정했어요.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으로 2년 계약 만료 뒤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1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임대료 인상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내년 6월부터는 임대차 계약 때 임대료, 임대 기간 등의 계약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고요. 그리고 한가지 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세입자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낮췄답니다. 반세기 넘는 시간 여행으로 알아본 전세의 변천사, 어떠셨나요? 이 땅의 서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집 때문에 울고 웃네요. '내 집 마련'에 대한 한국인의 유난한 집착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의 집. 언제쯤이면 집의 본래 의미가 다시 찾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