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들은 이준석을 아바타로 키웠다"

2021.06.19 10:00

여당에 '죽비'를 내리쳤던 4·7 재보궐 선거부터 '0'선의 1985년생 정치인을 제1야당 대표로 밀어 올린 이준석 돌풍까지. 2021년 대한민국 정치는 MZ세대의 중심축인 '1990년대생'들이 쥐고 흔드는 중이다. '부모의 신분과 자산이 대물림된 첫 세대'이자 '건국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헬조선"과 "이망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던 이들은 이제 한국 정치를 호령하는 캐스팅보터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90년대생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책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27)은 90년대생이 정치 변화의 주체로 호명되는 데 대해 "2030세대가 토해내는 날것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티 페미니즘, '경쟁'만 앞세운 '공정' 등을 내세우며 편가르기와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정치'의 싹을 틔우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임명묵이 분석한 90년대생의 특징인 '탈가치', 그리고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태도에선 포퓰리즘의 기운도 엿보인다. 바꿔 보겠다는 열망은 크지만, 그 몸부림이 어디로 향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 임명묵을 만난 건, 일단 90년대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게 변화를 만들어 갈시작이란 생각에서였다. 1994년생인 임명묵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재학 중이다. 한국 정치, 대중문화, 국제 정세 등 다방면에 식견이 높아 '지적 아이돌'이란 별명도 따라다닌다. -'90년대생 논객'으로 자주 소환되고 있다. "논객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한량 같아서. 그냥 글 쓰는 사람이다." -최근 펴낸 'K-를 생각한다'는 '찐' 90년대생이 쓴 한국 사회 비평서로 화제다. "기성세대는 지금껏 90년대생을 자신들의 생각으로 규정하고 대상화했다. 90년대생 역시 다른 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을 구사하며 벽을 쌓았다. 책은 90년대생의 사고를 '번역'한 것이다. 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언론에서 소비한 90년대생에 대한 특징은 인상 비평에 가까웠다. 그러나 임명묵은 90년대생 삶의 궤적을 관통하며 하나의 서사로 꿰어낸다. 부모 권력의 대물림, 금수저와 흙수저의 고정된 운명, 계급 사회에 대한 분노,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탈가치와 한탕주의... 90년대생의 특징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책에서 90년대생 특징으로 '세계화'와 '정보화'를 꼽았다. "90년대생이 태어나 20~30년 동안 겪은 흐름은 크게 세계화와 정보화였다. 세계화는 한국 경제를 둘로 나누었다. 한국 산업 가운데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경제(수출 대기업 등)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반면 거기에 속하지 못한 저부가가치 영역은 과거 수준 그대로였다. 이런 경제 체제와 함께 60년대생 부모세대의 학력, 자산이 대물림되는 세습 격차가 본격화했다. 어느 계급에 속하느냐에 따라 자녀 세대인 90년대생의 삶의 양식과 경제적 수준,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됐고, 금수저, 흙수저는 운명이 됐다. 거기서 오는 분노, 좌절감, 상실감, 허탈감, 무력감이 90년대생을 키운 원동력이다. 또 90년대생은 스마트폰을 청소년기 때부터 쥐고 자란 세대다. 각종 SNS를 통해 나보다 멋지고 돈 많고 매력적인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주관적 불만, 불안 심리를 쌓아온 게 특징이다. 부정적 감정들이 쌓여 투쟁적 면모로 발휘됐다."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90년대생에게 인생은 '한 방'이다. 지위 경쟁 체제에 끼지도 못하는 다수의 90년대생은 비트코인, 주식 등 지위를 역전시킬 수 있는 '한방'에 목을 맨다. -예전처럼 '짱돌'을 들진 않았다. "90년대생은 짱돌을 드는 대신 댓글을 단다. 투쟁에 나서는 건 경쟁과 격차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90년대생은 현실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거나, 액션을 취했을 때 실현되는 만족감을 얻을 기회가 상당히 적었다. 옛날보다 취업도 힘들고 결혼도 힘들고 연애도 힘들고. 꽉 막힌 현실 대신 찾은 공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웹툰·웹소설·K팝 같은 문화 콘텐츠다. 온라인 세계에서 90년대생은 눈 깜짝할 새 거대한 군중으로 결집해 의제를 밀어붙이고 현실 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며 존재감을 확인한다. 남북단일팀, 예멘 난민, 조선구마사 드라마 폐지 논란 등이 그 사례다. 이젠 그 투쟁이 정치판으로 넘어온 것이다. 정치 영역에서도 '해보니까 되네'라는 효능감을 얻게 된 거다." -투쟁 대상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앞선 세대의 투쟁은 군사 독재 등을 상대로 했고 공적인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90년대생에겐 그런 가치를 추구할 여유조차 없다. 심지어 가족주의도 해체되고 있다. 90년대생은 '탈(脫)가치'가 가치다. 그럼에도 추구하는 건 분명히 있다. '지위'와 '감각'이다. 경쟁에 참여할 만한 여력이 있는 친구들은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과 경쟁에 함몰되고, 경쟁에서 누락됐지만 지위를 얻고 싶은 친구들은 콘텐츠를 감각적으로 소비하는데 몰두하며 한방을 노린다. 가상 화폐 대세 시대에 살며 코인 대란 때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냐. 모든 걸 걸고 투자에 성공해서 한강뷰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든지, 아니면 인생 로그아웃 하든지. 한탕주의도 특징이다." 임명묵은 90년대생에게 공정은 가치와 논리보다는 느낌, 즉 공정감이라고 말한다. "90년대생이 원하는 것은 불안을 더는 키우지 않는 것과, 신뢰의 기반이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거다. -공정은 그래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가치' 아닌가. "보편적 가치나 자기 규율로서 공정을 주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90년대생도 막상 제도를 우회해서 불공정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할 기회를 가지면 거부할 것 같지 않다. 당장 부모의 특권을 누리는데도 거리낌 없지 않느냐. 90년대생에게 공정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즉각적 반응이다. 심리적 위축과 불안이 일상인 이들에게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국가 시스템, 시험제도다. 개혁이든, 특혜든 쓸데없이 개입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 시스템을 교란하지 말라는 요구 딱 거기까지인 거다. 일단 불만을 쏟아내고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지를 씌운 거다. 90년대생이 말하는 공정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 '이준석 현상'에 대한 임명묵의 해석은 새롭지만, 위험하다. 일단 20대 남성들은 스스로를 한국 사회에서 핍박받는 '마이너리티'라 생각한다. "피해망상에 가깝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란 말이다. 자신들의 고달픈 처지를 대변해줄 사람을 찾던 그들에게 이준석은 기꺼이 아바타가 돼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보나. "언론들은 이준석이 2030 남성들을 공략했다고 분석하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준석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의(代議)되지 못했던 20대 남성들의 의제를 받아 안아 준 '캐릭터'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동안 2030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밀려난 자신들의 '피해서사'를 대변해 줄 대리인을 엄청나게 찾고 있었고, 이준석을 자신들의 '아바타'로 키운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문법이 정치로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당대표 선거 당시 MBC에서 진행했던 후보 토론을 보면 게임방송을 방불케 한다. 실시간 방송에 5만명이 접속했는데, '도네이션'과 '리액션'이라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문법이 거기서도 등장하더라. 논리적인 30대 청년 이준석이 5060대 정치인을 압도하고, 페미니즘 이슈를 반박하는 걸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꼈을 수 있다. 이준석은 그들이 원했던 롤을 철저하게 수행했고 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 롤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버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부여한 롤만 따르는 건 포퓰리즘 아닌가. "맞다. 이제 이준석 대표에겐 아바타로 부여 받은 롤과 지금까지 일궈온 한국 사회의 합의와 통념이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양자의 최적점을 찾아내느냐의 작업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젠더갈등을 언급하는 것을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①90년대생 젠더 갈등이 가부장제에 맞서온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청년층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젠더갈등마저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권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준석 대표의 '안티 페미니즘'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감한 문제다. 다만 90년대생 젠더갈등은 그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고 본다. 호주제 폐지 등 가부장제가 공고하던 시절의 젠더갈등에 대입하면 놓치는 게 많다. 그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만 지금 벌어지는 젠더 갈등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문화 콘텐츠에서 누가 더 주도권을 갖는지를 둘러싼 싸움의 시작이다. 이른바 남초,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과 여성들이 각자의 피해 서사와 피해 의식을 주고받으면서 일진일퇴를 벌이고 있는 거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과 언론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부의 여론으로 봐야하는 건 맞다. 사실이다. 다수의 90년대생들은 그런 것들과 무관하게 잘 살고 있다. 중요한 건, 여론을 결집하고 조직해서 공통의 신화와 서사를 만들어내는 이 '극화된 소수'를 지나치고 넘어가면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진다는 거다. 정치권은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서 이들이 젠더 갈등 대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게 분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젠더 갈등을 두고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얘기해보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정말 컸을 거라 본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2017년 당선된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선언까지 했다. 민주당도 여성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게 과연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내용이고, 수준이었을까. 정부와 정치권이 젠더 문제를 상의하는 대상은 제도권에 속한 윗세대 여성운동가들이다. 20대 여성들의 불안, 불만 역시 대의(代議)되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일부 여성단체들의 대응은 분명히 잘못됐었다. 그래서 청년 여성층의 불만을 직접 받아내는 정치인의 등장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재보선에서 페미니즘을 내건 후보들이 많이 나왔는데, 단일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에 대해 임명묵은 능력주의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능력주의를 진화시키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획일화된 능력주의가 문제라는 거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도 논란이다. 출발선이 다른데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공정과 마찬가지로, 능력주의 역시 90년대생이 지닌 불만의 레토릭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크게 중요한 논쟁이 될 거라 보지 않는다. 다만 능력주의를 비판하면 다른 시스템은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능력주의 반대는 족벌주의(nepotism)인데 그게 맞는 걸까. 현실적으로 족벌주의가 더 오염되기 쉽다. 현재의 능력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한번 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건 옳지 않다. 그런 사회는 경직된다. 일회성 시험이 아니라, 꾸준히 능력을 측정하고, 그에 맞춰 보상이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능력을 측정하는 평가 방식도 한 가지 기준이 아니라 다양해져야 한다. 좀 더 유연하게." 임명묵은 한국 정치에 대해 보수도, 진보도 의제를 상실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산업화, 민주화는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는 서사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90년대생들은 정치를 각자의 욕망을 투영해 키워나가는, '전형적인 아이돌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90년대생이 보기에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뭔가. "의제가 상실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보수는 복고주의로 회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소득주도성장, 남북관계 등을 내놨지만, 둘 다 어느 순간 사라졌고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무능해도 정의롭다는 도덕적 정당성마저 조국사태로 박탈당했다. 보수 진보 양쪽 다 의제 실종이다. 특히 20대를 사로잡을 만한 의제가 없었다. 아예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르고. 산업화 민주화 서사는 이제 생명력을 잃었다.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청년들에게 제시해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 -90년대생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욕망, 열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게 제일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정책 토론과 결정 과정이 통제가 됐지만, 정보화로 인해서 사람들은 많은 걸 공유하고, 또 세력을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과거 정치가 '시대정신은 이거니 따르세요'라는 엘리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먼저 의제를 던지고 팬덤을 모아서 지지를 하는 전형적인 아이돌 문법이 작동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비꼬아 보자면 조국 전 장관은 정말 훌륭한 엔터테이너다." 586을 향한 임명묵의 비판은 탁월하다. 그는 586의 진짜 문제는 그들이 이미 사회의 새로운 주류임에도, 여전히 주류는 따로 있다고 여기는 그들 고유의 자기 규정과 비주류 의식에 있다고 일갈했다. 왜 그렇게 민주당이 '남탓'과 '내로남불'로 일관해 왔는지 미스테리가 풀리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변화를 수용하는 데서 국민의힘보다 뒤처지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30대 당대표, 이주민,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나온 게 보수정당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공통 경험을 기반으로 뭉치다 보니 다양성 수혈이 어렵다는 거다. 386은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다양하게 만들어보자고 해서 데려왔던 세력인데, 그들이 주류를 장악하면서 민주당의 다양성은 역설적으로 사라졌다. 보수는 이익을 중심으로, 진보는 신념 중심으로 뭉치는 방식의 차이도 있다. 신념이 다르면 배제하기 쉽다." -586세대가 이중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86세대는 청년 시절, 한국 사회를 거대한 부조리로 봤다. 친일파, 군부독재, 재벌 등 이 모든 걸 부정하려 안티테제에 몰두했다. 80년대 청년운동 맥락에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에 진입한 선진국이 됐고 본인들은 그 나라를 이끄는 세력이다. 그런데도 사고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자신들은 여전히 비주류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더 무절제하게 부(富)를 추구했다고 본다. '나는 진보고, 보수가 여전히 기득권이니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라는 이중사고다. 문제는 나라를 좌우하는 정책까지 이중적 사고가 뻗쳤다는 거다. 나부터 강남에 집 사고, 아이들 미국으로 유학 보냈으면 타인의 욕망도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깨부수려는 정책만 내놓으니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거다." 이준석 돌풍에 놀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요즘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구애 작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은 "쇼보다 정책을 원한다"며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임명묵도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젊어 보이려고 하는 꼰대'"라며, 진정성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주자들 요새 청년층 구애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던데. "선글라스 끼고, 틱톡 챌린지하고, 롤 게임하고, 롤린 춤 추고 도대체 그런 아이디어를 누가 내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젊어 보이려고 하는 꼰대'라는 걸 모르나. '나는 잘 모르지만 이해는 해볼게' 라는 태도가 훨씬 더 진정성 있다. DJ 정권 시절 가수 서태지씨 팬들이 은퇴를 막아 달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적 있다고 한다. 그때 DJ가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별로 좋은지 몰랐는데, 자꾸 듣다 보니 팬들이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해될 만큼 너무 좋았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 문화대통령 서태지에게'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들었다. 이게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다. 모르지만, 서로 인정해보자." -여권에선 청년 특임장관 신설 얘기도 나오더라. "이준석 대표가 뜬 건, 한 자리 건네주는 자리를 받아서가 아니다. 물론 처음엔 영입이었지만, 이후에 당내 기득권 세력을 들이받고 소신 있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고 그걸 그 당이 용인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에서 티본 스테이크 먹으면서 김치 반찬 나왔다고 한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청년에게 자리 하나 주고, 들러리 세우는 거면 소용 없다." 임명묵은 청년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바닥을 높여줄 게 아니라 천장을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등 하한선을 받쳐주는 논의 뿐 아니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대선주자들이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대선주자들이 90년대생,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청년들이 원하는 건, 바닥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거다. 노력을 했을 때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성취를 누릴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다음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어떤 기대감과 희망 말이다. 기본소득 얼마 준다고 하면서 '하한선을 받쳐주겠다'는 것으로는 억눌린 성취감을 자극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있다. '노오오력'하라는 말에 청년들이 지쳤을 때 복지와 사회안전망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민주당에 열광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계급은 넘어설 수 없다. 그러니 다시 공정, 능력주의 이런 것들이 뜨는 거다. 대안이 될진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대선기획단에 개그콘서트 피디 출신을 영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개콘이란 단어부터가 진부한데, 개콘 피디라니. 정말 상상력이 부족한 거 같다. 진짜 시계를 2000년대로 돌리고 싶어하는 건가."(한숨)

"큰 정치" 강조한 '윤석열의 시간'이 왔다

긴 잠행을 이어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르면 이달 말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공정·상식을 중심 가치로 삼고,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승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심 투어로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되, '시장 다니며 오뎅 먹는'식의 기성 정치인들의 방식과는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정치인 윤석열'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정치권의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측근과 대변인을 통한 '전언 정치'를 그만두고 빨리 검증대에 오르라는 요구다. "큰 정치만 바라보고, 내 갈 길 가겠다"는 윤석열의 시간이 다가왔다.

"더는 쫓겨나지 않겠다"… 손 잡고 33억 건물주 된 시민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자영업자·서민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덩달아 오르는 임대료 탓에 애써 가꾼 터전을 떠나 변두리로 밀려나는 전월세 난민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공익을 위해 일하지만 돈 나올 구멍은 없는 시민사회단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피해에서만큼은 철저한 '을'의 처지다.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그걸 펼치려면 공간이 필수적인데, 매번 건물주에 떼밀려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니 지속가능한 활동이 어렵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해빗투게더)은 '쫓겨나지 않는 시민 공간'을 표방하며 갑을로 나뉜 부동산 시장에서 유쾌한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추렴한 돈으로 지난해 11월 33억 원짜리 5층 건물을, 그것도 부동산 시장의 철옹성이라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하나인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다. 조합은 이곳에 '모두의 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직 한국에서는 개념도 생소한 '시민자산화' 운동의 첫발을 내딛은 해빗투게더는 지난달엔 공간조성을 위한 운영비 6,000만 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3%의 이자율을 지급하는 대출형 펀딩으로 사회가치기금 등과 연계, 시민사회운동에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다. 지난 9일 찾아간 마포구 성산동 모두의 놀이터에는 이미 시민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2층 커뮤니티 라운지 겸 카페에선 생활협동조합원들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프로젝트를 두고 열띤 논의를 하고 있었고, 3층 공유사무실에서는 한 시민이 작업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아직은 해빗투게더 조합원 위주로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이달 말엔 정식 개관해 외부에 개방할 예정이다. 연말쯤엔 다른 층에도 복합문화공간, 커뮤니티 펍, 스튜디오, 파티룸 등이 마련된다. 해빗투게더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 세 단체가 2018년 12월 의기투합하면서 설립됐다. 우리동네나무그늘의 경우 2011년부터 마포구 염리동에 카페를 열어 마을공동체를 일구다가 2017년 초 턱없이 높은 임대료 인상으로 인근을 전전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우리동네나무그늘을 지켜온 박영민(42) 해빗투게더 상무이사는 "그냥 커피를 파는 카페라기보단, 수천 명이 모이는 마을축제를 열고 공동육아센터 및 공동체은행을 만드는 등 이웃을 연결하는 장소였다"며 "주민사랑방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건물주로부터 압박이 들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9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5년이 지나자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50만 원을 요구했다"며 "명도소송까지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도심 커뮤니티에 대해 고민하다 주민들과 건물을 공동 소유하는 방안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대 음악인들이 모인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역시 수많은 라이브클럽과 공연장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봤다.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은 홍대 앞에서 공동체 주치의 역할을 자처해왔다. 상담과 치유를 기반으로 30분간 세심하게 진료한다는 방침 아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0분 의원'이 그 산물이다. 이들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에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연남동, 대흥동으로 수차례 옮겨다니며 안타까움을 삼켜왔다. 시세차익이나 임대수익이 아닌,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건물주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세 단체가 해빗투게더를 결성해 시민자산화 운동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시민자산화는 다수의 시민이 공동 건물주가 되고 공간 운영 방안에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모델이다. 해빗투게더는 지난해 두 차례 조합원 모집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자기자본 3억여 원을 마련했고, 여기에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대출받은 30여억 원을 보태 현재 건물을 샀다. 시민들은 적게는 20만 원부터 많게는 500만 원까지 출자하며 호응했다. 현재 조합원은 개인 300여 명, 지역단체 40여 개에 이른다. 조합원들은 건물을 공동 운영하고 여기서 생기는 이익은 공동체를 위해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조합원에겐 리워드 개념으로 모두의 놀이터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히트코인'을 출자금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한다. 건물 내에는 조합원 전용 공간도 마련된다. 해빗투게더를 결성하기 전 세 조합은 우리동네자산TF를 만들어 '시민자산화의 성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으로 연수를 떠났다. 런던 외곽 넌헤드 지역의 '아이비 하우스 펍(The Ivy House Pub)'은 1930년대부터 크고 작은 마을 행사를 여는 등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장소였으나, 재개발 사업으로 부동산 가치가 뛰면서 2012년 건물주로부터 매각을 통보받았다. 이에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 주민 371명이 투자자로 나서 이듬해 펍을 매입했다. 영국 최초의 공동체 협동조합 소유 펍이다. 시민자산화 방식으로 공동체토지신탁(CLT)이 이용되기도 한다. 리버풀의 '그랜비 4 스트리트(Granby 4 Street)'의 경우 1980년대 낙후 지역 재개발로 유서 깊은 건물들이 철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CLT를 만들어 자금을 모으고 스스로 재개발을 진행해 도시 재생에 성공한 사례다. 역시 재개발로 문을 닫을 위기를 맞자 주민들이 CLT를 조성해서 살려낸 리버풀 안필드 지역의 동네 빵집 '홈베이크드(Homebaked)'도 유명하다. 한국도 곳곳에서 시민자산화의 움이 트고 있다. 전남 목포에서는 건해산물상가거리 상인회를 주축으로 건맥1897협동조합이 결성돼 도시재생을 이끌고 있다. 2019년 신도시 조성으로 원도심 상권이 침체되자 머리를 맞댄 상인들은 건어물과 맥주를 테마로 한 '건맥축제'를 개최했고 6,000여 명이 몰려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주민 100여 명이 출자해 3층 규모 건물을 매입, 마을 펍과 마을 호텔을 모델로 삼아 '1897 건맥펍' '건맥스테이'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 단체들이 모인 사람과공간협동조합 또한 올해 4월 3층 규모 건물을 매입하면서 시민자산화 첫 삽을 떴다. 해빗투게더의 첫 건물명은 모두가 주인이 되는 공간, 모두의 놀이터가 되는 공간을 지향하며 지어진 이름이다. 모두의 놀이터가 지향하는 가치는 크게 4가지로 △제로웨이스트 등 공존을 위한 '생활방식(Life Style)' △소수자 차별금지 등을 지지하는 '태도(Attitude)' △창조의 근원이자 해방감을 주는 '놀이(Play)' △연대와 협동 활동을 뜻하는 '워크(Work)'가 있다. 철제로 된 테이크아웃 컵을 빌려주고 반납하는 방식의 '리턴 컵(Return Cup)' 등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해빗투게더의 시민자산화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높은 융자 비율이 숙제로 남은 터라, 상시 조합원을 모집하고 다양한 방식의 펀딩 등 시민이 주인이 되는 자금조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박 이사는 모두의 놀이터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목표는 1, 2인 가구들이 공용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으로 잠정 계획하고 건물을 물색하는 중이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지금 해빗투게더의 역할은 광장이 사라진 시대에 지역사회 이웃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며 "아울러 공간 자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데, 자연스럽게 여러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세대를 거쳐 지역의 자산으로 대물림된다면 시민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좀 더 많은 동네에 시민자산 공간이 생겨 하나의 흐름으로 한국 사회 부동산의 새로운 문법을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과학수사요원' 영업비밀은 "검거 범인과 면담"

올해 3월 대구 중구 동성로1가 금은방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현장 감식에 들어간 경찰은 진열대 유리에서 1,000개 가까운 지문을 확인했다. 폐쇄회로(CC)TV가 고장나서 범인을 잡기 위한 유일한 단서는 지문뿐이었다. 대구경찰청 과학수사1팀 김성동(44) 경위는 확보한 지문을 대조하고 분석해, 강도 전과가 있던 피의자를 지목했다. 수사망이 좁혀졌고, 피의자는 절도 현장 확인 2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과학수사요원 1,014명을 대상으로 1분기 'BEST 과학수사관' 3명을 선정했다. 이 중에는 김 경위가 포함됐다. 김 경위는 올해 1분기 동안 과학수사를 통해 피의자 신원 특정 10건, 수사단서 15건을 확보해, 주요 사건 해결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김 경위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과학수사 경력만 11년으로, 대구·경북 지역 중요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출동한다. 다양한 사건을 접하면서 그의 시야는 계속 넓어졌고, 굵직한 사건의 주요 단서 확보 과정에 김 경위가 기여하는 부분도 커졌다. 2014년 대구 성서공단 고물상 살인 사건은 김 경위에게 가장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성서경찰서는 고물상에 침입해 업주를 살해한 배달원을 2주 만에 검거했다. 무직이었던 이 배달원은 알고 지내던 고물상 주인이 평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과일 택배를 배달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물상에 들어가, 업주를 살해하고 현금 50여만 원이 든 지갑을 들고 달아났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발생했고, 고물상 주변에 CCTV도 없어 사건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투입된 김 경위는 피해자 혈흔에 묻은 신발 크기와 모양 등 족적 분석을 통해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실마리였다. 김 경위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수사팀을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첨단화하는 과학수사의 특성상, 김 경위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년 전 충남대 과학수사대학원에서 지문 수사와 관련된 논문을 썼고, 선진 수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후배들과 함께 자비로 미국 LA에 가서 총기와 문서 감정, 현장 스케치 등 과학수사 기술을 배웠다. 유치장에 입감된 범죄자를 다시 찾아 상황을 복기하는 것은 김 경위의 '영업비밀'이다. 그는 "범죄자를 잡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오답노트 작성 시간"이라며 "수시로 유치장에 찾아가 범죄 방법을 캐물어 예방책 등을 연구하고, 놓친 것은 없었는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마음부터 헤아리는 게 사건 수사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김 경위는 생각한다. 그는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로 완벽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과 억울함을 달래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