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천원의 아침밥' 확산... "생색내기 정치쇼로 끝나지 않길"

2023.03.30 04:30

29일 오전 7시 50분. 이른 아침이지만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식당에서는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부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학생들이 포착됐다. 목적은 하나. 모두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는 아침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고려대는 20일 선착순 600명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800명 넘게 학생들이 몰리자 24일부터 아예 인원 제한을 없앴다. 긴 대기줄이 사라지면서 조식을 기다리며 여유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어일문학과 재학생 김모(21)씨는 “‘오픈런’을 안 해도 돼 더 좋다”고 미소 지었다. 오전 8시 배식이 시작되자 식당은 학생들로 금세 꽉 찼다. 하루에 보통 900명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향한 대학생들의 호응이 뜨겁다. 고물가에 밥 사 먹기도 힘든 청년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반향은 나쁘지 않았다. 정부는 사업 규모를 두 배 키우기로 했고, 여당 대표가 직접 식당을 찾아 함께 밥을 먹는 등 정치권도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을 69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예산도 두 배 이상(종전 7억7,800만 원) 증액돼 15억8,8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천원의 아침밥은 말 그대로 대학생에게 조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각 대학에 아침 한 끼당 1,000원씩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한다. 청년층의 아침식사 결식률을 줄이고 쌀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에서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물가가 크게 오른 탓에 올해만큼 각광받은 적이 없다. ‘짜장밥, 만두 튀김, 계란국’ 등 1,000원 치곤 메뉴도 알차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실제 지난해 대학생 5,437명에게 물어보니 사업 지속을 바라는 응답이 무려 98.7%나 됐다. 원래 농식품부는 올해 사업 참여 대학(41곳) 선정이 끝나 추가 접수에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청과 각계의 응원이 쏟아지면서 방침을 바꿨다. 내달 중 공고를 내 추가 참여 대학을 모집하는데, 이미 선정된 대학도 원하면 지원 규모를 늘릴 수 있다. 대학들 역시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등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려대는 동문모임인 교우회가 지원한 2억5,000만 원 상당의 졸업생 기금으로 인원 제한을 없앴고, 경희대는 기존 100명에서 130명으로 대상 규모를 늘렸다. 현재 130명에게만 1,000원의 아침밥을 주는 가톨릭대도 찾는 학생이 매일 20명 정도 초과해 인원 확대 방안을 고심 중이다. 대학생들은 모처럼 정부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내놨다며 반기고 있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3)씨는 “1,000원으로 아침을 든든히 해결하고, 점심은 간단하게 때우는 식으로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톨릭대 학생은 “아직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다른 대학 친구가 무척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다만 청년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의 속성상 갑작스러운 관심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려대 3학년생 김모(21)씨는 “사업 유지를 위해 국회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4학년생 윤모(23)씨도 “주변에 취업한 선배들이 한 명도 없다”면서 “1,000원의 아침밥처럼 정부가 고용 문제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4일 근무' 실험 세브란스병원..."만족도 100점 만점에 120점"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자 노동계와 야당이 '주 4.5일 근무' 논의를 본격화했다. 연장근로를 유연화하는 정부의 개편안이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참에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민주연구원이 29일 국회에서 개최한 '주 4.5일제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여러 방안과 사례가 언급됐다. 발제를 맡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근로자는 무노조, 파견용역, 특수고용, 여성, 고령, 소규모사업장에 많았는데, 장시간 노동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실제 최근 만나 의견 수렴하는 집단에는 정작 이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이 제안하는 '근로시간 단축 패키지' 방안은 세 가지다. ①근로기준법상 40시간으로 고정돼 있는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②주당 연장근로 제한을 현행 12시간(총 52시간)에서 8시간(총 48시간)으로 줄이거나 ③기본 유급휴가 일수를 15일에서 20일로 늘리는 것이다. 김 소장은 "과로와 산재 위험을 줄이고, 유럽연합(EU)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기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몇몇 국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4일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주 4일제 실험을 하고 있는 아이슬란드나 스페인, 벨기에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관련 실험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김 소장은 "지난해 미국과 아일랜드 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한 결과 근로자들의 스트레스가 줄고 직업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고 했다. 국내 사례도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병동당 5명씩 총 30명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주 4일 32시간 근무 체제를 순환하기로 했으며, 참여자 급여는 총액의 8~9%(기본급의 20%)를 삭감해 비참여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로 했다. 주요 참여 대상은 모성보호 대상과 환자 중증도가 높아 사직률이 높은 병동 직원들이다. 모자란 인력에 대해서는 사측에서 병동마다 1.5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은 "24시간 돌아가는 병원에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환자 의료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세브란스는 국내 '빅 5' 중 하나인데도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1년에 들어오는 신규 직원 400~500명 중 50%가 퇴사할 정도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2019년부터 주 4일제 합의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실험 약 3개월간 직원 만족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권 위원장은 "현장에서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입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아봤다는 참가자도 있었다"며 "간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주 4일제라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하면서 세브란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재량·선택·교대근무 등 근무 형태가 다양한 방송사인 MBC도 올해 6월부터 '임금 삭감 없는 격주 4.5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밀리의서재나 카카오게임즈, 카페24, SK텔레콤, 우아한형제들 등 IT기업 중에도 주 4일 근무 실험에 나선 곳이 많다. 다만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현행법상 주 4일제를 강행규정으로 도입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4일제가 보편화되려면 '주 32시간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너무 먼 일"이라며 "이미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가 도입된 상태에서 주 40시간을 그대로 둔 채 자발적 확산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면, 보편적 적용 가능성이 낮아 지속성과 파급력에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아파트 경비원 해고, 입주민들이 막았다…490가구 서명 동참

관리사무소로부터 갑작스럽게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해고 취소 서명'을 벌인 입주민들 덕분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주민 80%가 싫어한다"는 게 계약 만료 사유였지만, 이 아파트 입주민 절반 이상이 경비원 A씨를 위해 서명했다. 다만 이 경비원은 다시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으로 재고용되면서 3개월 후엔 다시 마음을 졸여야 하는 처지다. 29일 해당 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A씨의 고용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최근 입주민들이 진행한 'A 경비원 해고 취소 서명' 영향이 컸다. 이 서명에는 닷새 만에 총 76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490가구가 동참했다. 서명을 주도했던 아파트 입주민은 "A경비원이 일자리를 잃지 않을 수 있게 돼 너무 다행이다"라며 "다른 입주민들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8일 "주민 80%가 싫어한다"는 이유를 대며 A씨에 고용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A씨는 고령 입주민들의 짐을 들어 옮겨주곤 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선풍기 등 작은 가전도 고쳐주는 등 아파트 입주민들에겐 '가족 같은 존재'였다. A씨 소식을 알게 된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측에 A씨 재고용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 해고 취소 서명 운동에 나섰다. 입주민들은 호소문에 "2019년부터 4년간 우리 아파트에서 성실히 일해 오신 ○○○ 아저씨(체구가 작고 서울 말씨를 쓰심)께서 해고통지서를 받았다"며 "경비원 아저씨에게 ○○아파트는 생계다.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가장인 경비 아저씨의 손을 잡아주는 품격 있고 따뜻한 입주민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적었다. 다시 일할 수 있게 됐지만 A씨는 다시 3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써야 한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A씨뿐 아니라 모든 환경미화원, 경비원들이 3개월짜리 단기계약"이라고 말했다. 입주자주민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이 A씨의 고용은 유지했지만 3개월 후 또는 다른 경비원과 미화원들에게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구조는 여전한 셈이다. 노무법인 삶의 최승현 노무사는 "현재로선 이 아파트에서 3개월 후 또다시 같은 문제가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며 "짧은 근로 기간이 경비원 갑질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 계약기간을 정하도록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내놓거나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사 갑질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강남구 아파트 경비원도 최근 3개월짜리 단기 고용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도 오전 6시쯤 이 아파트 경비실로 출근했다. 그의 근로 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A씨는 본보 통화에서 "오늘 관리소장으로부터 다시 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관리소장에게)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할 테니 조금만 봐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본사를 둔 한 여성복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40여 년간 근무 후 5년 전 은퇴했다고 한다.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경비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19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A씨 가족은 언론에서 이 아파트 관련 내용을 접하고도 자신의 아버지가 해당 사연의 당사자라는 점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것도, 일하며 힘들었던 점도 이야기하지 않아왔다"며 "언론 보도를 보고 자녀들이 물어왔을 때도, '보지 말아라'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을 위해 애써준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해고 통보를 받고 지난 한 달간 식사도 잘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주민분들 덕분에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주민들이 응원해 주신 덕분에 내가 아직은 여기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와주신 주민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산불 피해 나무 90%가 발전소 땔감으로... "탄소배출 가속, 최악의 나무 사용법"

지난해 3월 발생한 울진 산불의 피해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54배인 1만4,140헥타르(ha)였고, 불에 탄 나무들을 긴급 벌채해야 할 면적은 749.3ha에 달했다. 벌채한 나무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대신 바이오매스 연료로 태우거나, 불에 탄 껍질만 벗긴 뒤 속살로 가구(보드)를 만드는 것이다. 두 방식 모두 장기적으로는 탄소가 배출되는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차이 난다. 화력발전소에서는 나무를 태울 때 즉각적으로 탄소가 배출된다. 나무가 자라면서 흡수한 탄소가 연소 과정에서 공기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이 배출량은 석탄(유연탄)보다도 많다. 반면 가구로 만들 경우 탄소는 즉각적으로 배출되지 않고 나무에 머문다. 보통 가구 수명이 10~20년이니, 그 기간 동안은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가구를 폐기한 후에도 폐목재를 가구로 재활용할 경우 탄소 저장 기간은 늘어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바이오매스 발전을 '최악의 나무 사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후 붕괴가 임박해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바이오매스 화력 발전은 목재의 수명주기를 한순간에 끝내고, 탄소 배출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일보가 지난해 울진 산불의 피해목 처리 현황을 파악한 결과, 피해목 90%가 발전소 연료로 쓰이고 있었다. 바이오매스를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만큼 우대하는 정책 때문이다. 가구 제조업체들은 "바이오매스에 밀려 원료조차 수급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29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상북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울진 산불 피해목 긴급벌채 판매량은 6,156톤인데 이 중 89.4%(5,504톤)가 발전소에 판매됐다. SGC에너지의 군산 발전소가 3,463톤, 동서발전 동해발전소가 2,041톤 사들였다. 국내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바이오매스를 20%가량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국내외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는데, 나무를 태울 때 탄소가 배출되지만 다시 심은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재흡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매스로 화력발전을 하면 서류상 탄소 배출량은 '0'으로 기재된다. 물리적으로는 에너지 1테라줄(TJ)당 탄소가 11만2,000kg 배출되지만, 회계 장부상으로는 배출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배출량은 나무를 자른 벌채 사업자의 몫이 된다. 발전소 입장에서는 석탄(1TJ 당 9만4,000kg)보다도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배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발전사들은 바이오매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SGC에너지 군산 발전소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60MW(전소·專燒)와 250MW(혼소·混燒)를 운영한다. 동해발전소는 전소 30MW다. 2021년 경북·충북 산불 피해목 8만1,915톤, 2020년 울산·경북 산불 피해목 15만6,280톤이 바이오매스 발전에 쓰였다. 2021년 기준 바이오매스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의 18.2%를 차지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바이오매스는 IPCC 등에서 인정하는 탄소중립 원료원"이라며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사용해 산사태와 병해충 확산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SGC 에너지도 "폐목을 방치할 경우 썩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며 "정부에서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발전사가 구매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이용해 바이오매스를 대거 공급받으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 1MWh를 생산하면 가중치에 따라 REC를 발급한다. 산불피해목 등을 활용하면 1.5~2의 가중치가 적용되는데, 이는 가장 장려되는 발전 방식인 건물 태양광(1.5)이나 연안해상풍력(2.0)만큼 높다. REC는 전력 거래시장에서 1개당 7만 원 선에 거래하거나,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 할당량을 충족시키는 데 사용한다. 동해발전소는 연간 REC 23만여 개, SGC 에너지 군산 발전소는 200~250만 개를 발급받는다. 발전사들이 바이오매스 구매에 나서면서 산불 피해목은 가격이 치솟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원료를 수급한 SGC 군산발전소는 나무 1톤을 약 17만3,000원에 사왔다. 동서발전 동해발전소는 12만5,000원에 구매했다. 반면 목재회사들은 10만 원 선에 피해목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가구 제조업체들은 울진 산불 피해목 판매량의 10% 정도만 구매할 수 있었다. 한 가구제조업체 관계자는 "발전사처럼 나무를 17만 원에 사올 경우 차익이 4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게 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산림청도 바이오매스의 탄소 배출 논란을 알고 있다. 2021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규정을 신설하고, 그 밖의 바이오매스는 REC 가중치를 낮췄다. 바이오매스를 목적으로 한 벌채를 지양하고, 일반 산림 활동에서 발생한 부산물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어차피 버릴 나무를 최종 재활용할 때만 REC 가중치를 주겠다'는 것이다. 숲가꾸기·재선충피해목·산불피해목 등이 해당한다. 산림청은 "원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목재는 에너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원목 규정이 모호하게 적용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산림청의 규격 고시에 따르면, 원목은 지름이 12㎝ 이상인 목재를 뜻한다. 서까래나 조경용재로 사용할 수 있다. 목재 바이오매스(목재칩)는 산불 피해목 중 지름 6~12㎝인 '원료재급'을 사용해야 REC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울진군은 산불 피해목의 15%가 원목에 해당하고, 85%는 원료재급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방문한 울진 산불 피해목 긴급벌채 집하장에선 지름 12㎝가 훌쩍 넘는 원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방금까지 작동한 듯한 목재 파쇄기 안과 주변에도 이런 원목들이 놓여 있었다. 작업장 관계자는 "파쇄한 톱밥(우드칩·바이오매스)은 전부 발전소로 간다"고 귀띔했다. 서까래나 조경 용재로 활용할 수 있는 원목이 탄소배출이 심한 화력발전 원료로 사용되는데, REC 가중치까지 부여받는 것이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가구와 바이오매스 모두 나무를 생태계 일부가 아닌 산림 자원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도 "바이오매스는 즉각적으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나무 사용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