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조지호 "尹에 3번 항명... '안가 회동' 고백 못한 것 후회"

2024.12.13 04:00

내란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한 조지호 경찰청장이 경찰 조사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욕심도 없고 소신껏 살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은 1년 가까이 암 투병 중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계엄 해제 이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와 안가 회동 등을 털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명령 불이행으로 계엄이 실패한 것에 대해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했다"며 "그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을 봤어야 했는데, 후회되고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이날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로 김 청장과 함께 불려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 받았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지시대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해 계엄 해제 결의 요구안을 의결하려는 의원들 출입을 막은 혐의가 있다. 조 청장은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윤 대통령 지시를 3차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세 번의 항명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정치인 체포를 위한 위치추적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의 지시로 국회 전면 통제 △윤 대통령이 직접 6번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로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 등이다. 조 청장은 3일 저녁 7시쯤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A4 용지 한 장짜리 지시 문건을 건넸다. 문건에는 계엄 관련 내용과 장악해야 하는 대상이 명시돼 있었다. 장악 대상은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말만 했고, 회동은 5분 만에 종료됐다는 게 조 청장의 주장이다. 대통령 안가에서 나온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은 황당해했다고 한다. "이거 진짜야" "대통령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 아냐" "을지연습이나 야외기동훈련(FTX)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 청장은 이후 공관으로 가서 아내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건넨 문건을 찢었다고 국수본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이후 경찰청사로 돌아와, 계엄 선포를 지켜보다가 방첩사령관이 요구한 정치인 위치 추적을 거부하고, 포고령 전까지 국회의원 출입이 가능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6차례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고 체포하라"는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과 통화할 때 지시만 내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4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국수본 조사에서 "올바르게 마지막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다"는 말을 남겼다. 조 청장이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안가 회동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에 대해 고백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항명으로 인해 계엄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그래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봤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경찰청장으로서 역사적 소임을 다했고,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 충실히 재판 받겠다"고 진술했다.

임은정 검사 "검찰 내부는 尹손절, 이미 사냥감 됐다"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손절'한 분위기"라면서 이미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사냥감이 됐다고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검찰) 내부 게시판에 '엄정하게 수사해서 우리 한번 거듭나보자'는 글들이 있는데,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막 열심히 쓰고 있더라. 너무 당황해서 '맞나' 했더니 맞다더라"며 빠른 태세 전환에 놀랐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12.3 불법계엄 사태는) 윤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카메라 앞에서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한 사건"이라며 "폐쇄회로(CC)TV 앞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한 것처럼 너무 명백한 사건이라서 법률가가 아니라도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 누가 전리품을 챙길지 질주를 시작한 것이라서 그들의 걸음은 정말 폭주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사냥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은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고교·대학 선후배 관계인 점을 들어 야권이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해선 "박세현 특수본부장은 법무 귀족의 자제로 온실 속 화초처럼 그냥 무색무취한 검사"라면서 "박세현을 시키는 건 윤석열 대통령도 아니고 한동훈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임 부장검사는 "향후 수사는 검찰과 경찰 중 누가 먼저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를 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윤 대통령이 관저라는 경호 시설 안에서 장기 농성 투쟁에 들어가셨는데, 경호 시설에서 나오게 할 방법이 없다"며 "들어갈 방법도 별로 없어서 이건 탄핵 전에는 신병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 시절 자기확신이 극단적 결과로" 동료들이 본 尹담화

양손으로 책상 끄트머리를 짚으면서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현직 검사들은 TV에서 이 자세를 보면 과거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업무 보고를 받던 중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렇게 자세를 고쳐 앉았고, 이런 자세가 나오면 좀체 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저런 자세를 취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디 한번 얘기해봐"라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 때도, 검찰총장 시절에도, 대통령이 돼서도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 자세를 보여줬다.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한 윤 대통령을 상징하는 모습인 셈이다.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검찰 출신 인사들은 입을 모아 '검사 윤석열의 자기 확신이 극단적 형태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29분 담화 내내 윤 대통령은 시종일관 야당을 비난하면서 계엄 선포는 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였다고 강변했다. 긴 시간을 들여 계엄 선포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과는 담화 마지막에 형식적으로만 했다. 국가 수반이 아니라 마치 피의자를 몰아붙이던 검사가 재판부에 낼 의견서를 읽고 있는 모양새였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 '사법농단' '국정농단' '조국 사건' 등을 지휘할 때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적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워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전직 검사는 "검사 시절부터 자기 확신이 워낙 강했는데, 지금은 심각한 편집증에 빠진 것 같다. 어떻게 유튜브 방송에 나오는 (계엄에 대한) 반응들을 대통령 담화에서 말하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사 시절엔 도무지 반대 의견을 듣지 않다가도, 후배들이 계속 설득하면 마음을 돌린 적도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된 뒤 2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 윤석열'의 왜곡된 자기 확신이 대통령 권한과 합쳐지면서 극단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마음에 '내가 대통령이 됐는데도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야당에 당해야 하는가'라는 적대적 세계관이 형성된 것 같다"면서 "과잉신념과 분노조절 실패로 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와 형사소추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보다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흥분한 윤 대통령의 막무가내 태도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손쓸 새가 없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윤 대통령을 잡기 위한 수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윤 대통령도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였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아노미 상태는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편집증·의심·자기애·망상" 정신의학자·심리학자가 본 윤 대통령

"편집증·의심·자기애라는 권력자의 문제적 특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11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을 요청하자, 권력자가 빠지기 쉬운 정신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12일 '12·3 불법계엄 사태'를 끝끝내 정당화하는 대국민 담화를 살펴본 뒤 전문가들은 보다 심각해졌다. 정신건강의학자, 심리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망상이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공인에 대한 정신 분석은 신중해야 하지만, 국가적 위기를 부른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게재한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대통령 비판 성명에서 빠지지 않는 '망상'이란 단어가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비쳤다. 윤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이후 정신건강의학계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윤 대통령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그대로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아무리 설득해도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다면 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직접 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질환 가능성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제시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직접 검진하지 않고 당사자 동의를 얻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전문적 소견을 밝혀선 안 된다는 '골드워터 룰'을 따라야 한다. 1964년 미국 한 잡지사가 정신과 의사를 대상으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가 정신적으로 대통령에 적합한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게재했다가 명예훼손으로 7만5,000달러를 지급한 사건에서 유래한 의료윤리 지침이다. A교수는 "의료윤리를 준수해야 하지만 전문가는 공익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경고해야 할 의무도 있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적 방어 목적으로 일부러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매우 조심스럽지만, 엄정한 수사와 함께 정신 감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자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리학과 B교수는 "무조건 야당 탓, 북한 탓을 하며 자신이 피해자라 변명하고 정당화하면서 주변 모두를 적으로 규정하는 모습에서 피해 망상 특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헌법과 법률 같은 규칙을 무시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행태에서는 반사회적 성격 특성도 강하게 나타난다"며 "계엄 선포 때와 이번 담화 발표 때 상당히 흥분된 모습으로 미뤄 간헐적 폭발 장애(분노 조절 장애)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권력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위험한 특성들도 조목조목 짚었다. 정신건강의학과 C교수는 "최고경영자처럼 조직의 최정점에 올라가면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고 깊이 몰두하면서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결과 조작설,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주장 등이 확증 편향의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C교수는 "그러나 이번 담화를 보며 확증 편향으로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리적 문제를 넘어 병리적 문제로까지 나아간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밝혔다. A교수도 "권력은 권한도 주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도 준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면 누군가 자신과 국가를 해치려 한다는 편집증과 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나만이 옳다는 과도한 자기애에 심취해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비합리적 결정으로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넣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역사 속 권력자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우려했다. 심리학과 D교수는 "일반적으로 권력자는 권력을 통해 쉽게 성과를 내기 때문에 자기 과신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타인과 소통하면서 객관적 정보에 근거해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져 상식과 괴리된 크나큰 오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성격적으로 권위에 집착하는 성향이라면 스스로 권력을 절제하고 균형을 잡는 데 훨씬 더 취약함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몸으로 막아낸 국민이 겪을 심리적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510명은 시국 선언문을 내고 "폭력 트라우마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 안전 확보와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해결이 중요하다"며 "명확하게 헌법에 근거한 단호한 해법만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폭력 트라우마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