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떨어진 10대도, 40대 건설 노동자도 이 노래에 울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가수 황가람(40)이 '나는 반딧불'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해당 곡은 지난해 10월 발매 후 카카오뮤직 실시간 차트 1위를 시작으로 멜론 톱 100 3위 등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평범한 몇 줄의 노랫말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는 평가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10대 수험생에서 7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공감이 쏟아졌다. “40대 중반인데 건설 현장 점심 시간에 종이박스 깔아놓고 누워서 듣다 펑펑 울었다”,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거의 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학업도 끝내지 못하고 스물아홉이 됐는데 이런 노래가 큰 위로를 준다”, “대학에 떨어지고 알바도 뽑히지 않아 비참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2세, 5세 딸아이 둔 아빠로 서른세 살인데 새벽에 힘든 교대 근무 후 퇴근길에 우연히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 갓길에 차 세우고 펑펑 울었다” 등 절절한 사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반딧불’은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인디밴드 중식이가 2020년 처음 발표한 곡이다. 전북 무주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농담 삼아 ‘여수밤바다’ 같은 노래를 만들면 많이 틀어주겠다고 해서 하루 만에 작사, 작곡을 마쳤다고 한다. 오랫동안 빛을 못 보던 이 곡은 2023년 MBN 오디션 프로그램 ‘오빠시대’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워진 중식이 리더 정중식의 제안으로 황가람이 다시 부르며 인기를 모았다. ‘나는 반딧불’은 정중식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20년 이상 무명 가수로 살아온 황가람의 삶이 묻어나는 곡이기도 하다.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중학생 때까지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으나 큰 부상을 입은 뒤 운동을 그만두게 됐고, 고등학생 때 가수가 되겠다며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황가람은 “저는 제가 뭘 해도 기본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노래를 해보니 너무 못한다는 걸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가수가 되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게 노래밖에 없어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랫말 속 개똥벌레처럼 고교생 황가람은 공원 벤치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굴뚝이 있는 건물 옥상, 라디에이터가 켜져 있는 화장실 등에서 147일을 보내며 틈이 나는 대로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옴이 옮아 눈썹 등 온몸의 털을 밀기도 했고 몸무게가 30㎏ 이상 줄기도 했지만 “사실 그땐 뭐든 재미있고 신나던 때였다”고 했다. 이듬해 다시 상경한 그는 간헐적 노숙을 시작했고 호떡장사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번 돈으로 창고를 빌려 지내기도 했다. 2011년 혼성 듀오 나디브로 데뷔했지만 무명 생활은 이어졌다. 마산에서 함께 올라온 여섯 친구들과 음악 녹음, 믹스, 영상 촬영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 가던 그는 2019년 말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랑과 우정 사이’로 유명한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 선정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팬데믹 탓에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심적으로는 그 당시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온 세상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만 못 알아듣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황가람은 가수이면서 직접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지금까지 써놓은 게 100여 곡이란다. 그중에는 음악을 그만두려 하기 직전에 썼던 ‘얼마쯤에 내 꿈이 포기가 될까’(신민경 노래)도 있다. 그는 “그 곡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앨범 하나 없이 드라마 등 사운드트랙으로만 40여 곡을 발표한 그는 마흔이 된 올해 '나는 반딧불'로 진짜 ‘별’이 됐다. “무조건 될 법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자체로 행복한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설리·구하라·이선균·김새론... 연예인 죽음 내몬 악플·악성 보도 막아야

나이 스물다섯의 배우 김새론이 사망하면서 과도한 악성댓글(악플)과 악성 보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가수 설리와 구하라, 배우 이선균 등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 숨지는 비극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 후부터 심각한 악플에 시달렸다.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지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카페 아르바이트와 취미생활, 생일파티까지 사사건건 문제 삼으며 자숙의 태도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악플을 '중계'하는 악성 보도도 쏟아졌다. 언론들은 악플을 기사에 그대로 인용하거나, 악플러나 유튜버가 제기한 인신공격성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면, 그 아래 또 악플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악성 보도가 악플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 특임교수는 “악플러들은 자신의 악플이나 의혹 제기를 언론이 기사화하면 성취감을 느껴 계속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8일 성명서를 내고 "생전 고인을 향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며 가십성 유튜브 콘텐츠와 악성댓글 조장에 앞장섰던 대부분 언론이 고인의 죽음 앞에서 뻔뻔하게 유튜버와 악성댓글만 탓하고 있다"며 "언론의 인격살인으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이젠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3년 배우 이선균 사망 전에도 악플과 악성 보도 행태는 반복됐다. 설리는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마다 악플에 시달렸다. '설인업(설리 인스타그램 업로드)' 이라는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악플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구하라 역시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며 고통을 겪었다. 2019년 설리와 구하라가 숨지면서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인터넷 준실명제 등을 골자로 하는 '설리법' 등이 마련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악의적 허위 사실을 담은 댓글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2023년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숨진 이선균도 악성 보도의 피해자였다. 당시 KBS는 사건과 무관한 이씨의 통화녹취록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이선균 인신공격성 보도가 연예매체에만 나왔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며 "기성 언론까지 트래픽을 위해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잇단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위한 사회적 성찰이 급선무다. 언론이 여론의 '연예인 단죄'에 동조하는 행태도 문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연예인이 뭔가 잘못을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욕하면서 ‘연예인이니까 감내해야 한다’고 믿는 ‘집단 광증’이 있는 것 같다”며 “언론이 이런 행위를 막지 않고 부화뇌동해 조회수만 올리면 앞으로 더 많은 비극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새론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자 ‘물어뜯는’ 수준의 보도가 이어졌다”며 “범죄를 저지른 남성 배우에 비해 여성인 김새론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는 2020년 연예 기사 댓글을 폐쇄했지만,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악플이 기승이다. 악성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새론은 어릴 때부터 아동학대, 납치, 위안부 피해자 등을 연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연기 트라우마를 관리해주지 못했다”며 “음주운전이라는 결과보다 우리 사회가 한 아역배우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 언론이 집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선 악플이나 악성 보도로부터 연예인을 보호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서 호평 쏟아진 '미키 17'… "봉준호의 영어 영화 중 최고"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 대해 해외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휩쓴 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미키 17'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첫 공식 시사회를 연 데 이어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미키 17'은 우주 식민지 개척에 투입됐다가 복제인간이 된 미키(로버트 패틴슨)에 관한 이야기다. 위험한 임무를 맡고 죽음을 반복하던 중 열일곱 번째 미키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열여덟 번째 미키가 새로 복제되면서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봉 감독은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야기가 우주를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현실 속 인간 군상을 그리고 싶었다”며 "판타지 같지만 우리 얘기라는 게 SF 영화를 만드는 매력이자 이유 같다”고 말했다. 또 “인간 프린팅이라는 개념에 매료됐다”면서 “그 자체로 이미 비인간적이고 슬픔과 코미디가 함께 있는데 그 속에서 어떤 드라마를 발전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각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체의 평론가들은 '미키 17'에 대체로 높은 점수를 줬다. 16일 영화 평가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미키 17'의 평론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74점을 기록했다. 영국과 미국 등 평론가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으로, 10명은 긍정적(75∼100점), 5명은 중립적(40∼74점)인 평가를 내놨다. 아직까지 부정적(0∼39점) 평가는 없다. 100점 만점을 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빠르게 공화당 정권에 굴복하는 가운데 나온 냉혹하면서도 묘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 영화"라며 "'미키 17'은 마지막으로 (정치적 압박의) 문턱을 넘는 정직한 예술 작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미키 17'이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의 장점을 합친 작품이며 봉 감독이 만든 영어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봉준호가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영화"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봉준호의 전작들처럼 과감한 전개를 이어가지만 주제적 일관성이 모호하다"며 "어딘가 가벼운 느낌을 주는데, 아마도 이 영화의 개봉 일정이 1년 동안 계속 연기된 이유를 설명해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는 심각하게 실망스러운 영화"라며 가장 낮은 40점을 줬다. ‘미키 17’은 한국에서는 오는 28일, 북미에서는 다음 달 7일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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