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벼랑 끝 몰린 청년들 돕는 김성구 법무사
2025.02.08 14:00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2023년 10월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경기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임대사업자 정모(59)씨 일가가 20, 30대 사회초년생 등 임차인 511명의 피 같은 임차 보증금 760억 원을 떼먹은 이 사건은 피해가 워낙 커 지난해 6월 시행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 제정에도 속도를 붙게 했다. 이 같은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규모와 수법, 그 덫에 빠진 청년들의 피해와 절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다. 2023년 3월 문을 연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의 원년 법률 상담위원으로 위촉돼 200여 건의 피해자 상담을 진행한 연성법무사합동사무소의 김성구(53) 대표 법무사다.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 맞은편 합동사무소에서 만난 김 법무사는 "피해자들의 일상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지법이 지난해 12월 수원 전세사기 사건 주범 정씨에게 징역 15년, 공범인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이는 형사처벌일 뿐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의 일그러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법무사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으로 상당수가 피해자로 인정 받아 경매절차에서 대항력(우선매수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피해 회복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20~30%는 법적 요건(확정일자 여부·보증금 규모 등) 미달로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원 정씨 일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90% 이상은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20, 30대 청년들이다. 전 재산과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이들의 일상회복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김 법무사는 "전세보증금 1억5,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20대 청년은 하던 일까지 미루고 특별법을 공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 피해자로 인정받은 뒤 경매에서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임차한 주택을 낙찰 받아 가까스로 퇴거 위기를 넘겼다"고 전했다. 또 "보증금 2억 원을 떼일 위기에 놓인 30대 부부는 피해자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 뒤 전문가 상담을 거쳐 경매절차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온전한 피해 회복이 어려운 현실도 짚었다. 김 법무사는 "경매에서 낙찰돼도 계획에 없던 집을 떠안게 되면서 대금 완납을 위한 추가 대출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난생 처음 겪는 경매에 불안해 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필사의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은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정씨 일가에 대한 분노감도 드러냈다. 김 법무사는 "그들은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일명 깡통주택으로 임차인을 끌어 모았다"며 "계약 때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건물을 두고 여러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는 '쪼개기 대출' 사실을 숨겼고, 공인중개사는 옆에서 '안전하다'는 식으로 바람을 잡아 청년 임차인들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공동담보로 대출을 쪼개서 받으면 세입자 주택의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규모가 전체 액수보다 적게 표기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 법무사는 2년 한시법인 전세사기피해자법 이후의 피해 방지책도 제시했다. 그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말에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주택 임차관계'를 아예 등기부등본에 표기하도록 '주택임차권 등기 의무화 법안'이 시행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선변제권 등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할수 있어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