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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파는 소설가’ 장강명 “尹 킬러 문항 배제, 잔인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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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강명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난다. 부동산과 전세사기에 관한 단편 소설을 준비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면한다.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 쇼크’가 다른 분야보다 앞서 찾아온 바둑계를 다루기 위해 바둑계 인사도 찾아다녔다. 그가 이번에는 교육 현장을 파헤쳤다. 최근 이기호, 염기원, 서유미 등 소설가 13명과 함께 한국의 교육 실태를 단편 소설로 풀어낸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출간한 그를 지난달 25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교육 소설 기획한 이유는.
"수능을 불과 150여 일 앞두고 대통령의 말로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과정이 어리석고 잔인한 코미디처럼 보였고,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 교육정책의 역사이자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들의 혼란과 사교육 시장의 대응, 그걸 감당할 소년·소녀들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풍경을 글로 옮겼다. 혼자 단편소설을 쓰기보다는 여러 작가가 이 주제로 짧은 소설을 연재하는 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소설가가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지금 한국문학에 부족한 것이 발품이다. 작가, 평론가들은 현실을 책으로 배우고, 그 책조차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글이나 기사, 책을 보고 이를 현실로 체화하면서 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확증 편향이다. 실제로 현실은 나쁜 빌런과 정의로운 히어로로 딱 갈라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욕망과 두려움이 있다. 대기업 노조를 약자라 할 수 있나. 세상은 변하는데, '관념 좌파'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소설가로서 한국문학과 현실 관계를 진단한다면.
“평론만 보더라도 ‘한국문학이 현실에서 멀어졌다’는 내용이 많다. 남의 얘기를 빌릴 것도 없이 현장에서 본 바로도 그렇다. 예전에 사회의 큰 사건을 소설로 써낸 소설가에게 기자가 ‘취재했나’라고 묻자 ‘취재 대신 오래오래 생각했다’고 답하더라. 물론 그런 식의 소설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사회파 소설이 아니라 '관념 소설’이다. 현실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이 반영된 거다. 그런 소설이 한국문학에는 많다.”
-동시대 작품이 문학성이 떨어진다거나 소재의 차용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소설가가 쓰는 건 모두 소재로서의 차용이다. 역사적 사건이든 지인이나 자신의 이야기든 다 마찬가지인데 현실의 일을 쓴 작품에만 유독 차용이라고 얘기하는 건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등 현실을 다뤄 불멸의 자리에 오른 문학 작품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 과연 몇 년이 지나야 어떤 사안에 관해 소설로 쓸 수 있게 되는 건가.”
-작가에서 기획자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본업은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조금씩 기획을 하고 있다. 엄청난 사명감이 있어서는 아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혼자할 때보다 함께한다면 운동으로서 힘이 실릴 것 같았다. 언론에 글을 싣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사로 나간다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힐 수 있다. 또 하나는 지금 쓰고 싶어도 필력과 에너지가 없어 못 쓰는 이야기들이 있어서다. 매일 한 명 이상이 죽는 한국의 산업재해는 내가 아니더라도 ‘월급사실주의 동인(뜻 맞는 작가들과 당대 현실 문제를 다루려 만든 모임)' 중 한 분이 쓰면 좋겠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월급사실주의 동인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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