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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동생 죽음도 몰라... 가족과 살아도 쓸쓸히 죽는 '동거 고독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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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엔 뜯지 않은 택배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모를 위해 아들이 구입한 보행차였다. 그러나 노모는 사흘 전 고인이 됐고, 주인 잃은 택배가 며칠째 쓸쓸히 현관 앞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에서 90대 어머니와 60대 넷째 아들이 각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모자는 오랫동안 당뇨 등 지병을 앓았고, 노모는 최근 열흘간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미음으로 연명했다고 한다. 이 집엔 60대 둘째 아들 A씨도 함께 살고 있었다. 숨진 어머니와 동생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도 A씨다. 사망 직후 발견된 어머니와 달리 동생은 며칠 전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후강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처럼 거주 동거인이 있어도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사망하는 개념을 '동거 고독사'라고 한다. 노령화와 사회 구조 변화로 동거 고독사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돼 예방 및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12년 동안 어머니를 모셨다는 A씨는 사건 당일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늘 그렇듯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고 아침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섰다. 노모는 힘없는 목소리였지만 요즘 기력이 없어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해 그런 거라 여겼다. 오후 4시쯤 귀가해 마주한 어머니에게선 미약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을 짚어봤지만 이미 싸늘했다. A씨는 곧바로 동생 방문을 두드렸다. 며칠 만에 본 동생 역시 숨을 거둔 뒤였다.
경찰은 타살 의심 정황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넷째 아들의 경우 정확한 사망 시점 확인 등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A씨는 "동생은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다"며 "형제여도 서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가치관도 달라 다투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평소 방문을 닫고 생활하고, 대화도 거의 없어 동생 죽음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웃 주민들도 A씨 동생에 대해선 잘 몰랐다. 한 이웃은 "아파트 단지 의자에서 햇볕을 쬐는 할머니와 고양이 밥을 주러 자주 나오는 A씨와 달리 (동생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인은 "한 달 전쯤 (동생이) 술과 담배 등이 담긴 봉지를 든 채 단지 안에 쓰러져 있어 집까지 모셔다드린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구성원끼리 가구를 이루는 노노가정 △동거인 간 교류 단절 △동거인이 장애나 병을 앓는 경우 등에서 동거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거인이 한 집에 살고 있어도 관계가 단절됐다면 고독사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동거 고독사는 일반 고독사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함께 사는 사람이 있더라도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7.7%에 달했다. 고독사 예방법도 고독사를 정의할 때 동거인 기준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6월 개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거 고독사는 일반 고독사에 비하면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다. 동거 고독사 실태만 따로 집계하지 않는 데다 대부분 지자제가 1인 가구 위주로 고독사 예방책을 편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남양주시도 모든 가구원이 치매 환자거나 중증 장애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위험군 중장년층 및 노인 1인 가구를 주요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고독사 개념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거인이 있더라도 인지능력이 저하되거나 경제력이 떨어져 함께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위해 복지망을 확대해 예방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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