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트럼프에 무더기 기소
일부 유죄여도 수감 가능성 낮아
공화-민주 갈등, 양극화만 심화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3월 말부터 총 91가지 혐의에 대해 3곳의 연방 및 주 검찰로부터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했다.
이 중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소가 이번 조지아주 검찰의 기소 건이다. 우리말로 ‘범죄조직 수괴 처벌법’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리코(RICO)법 때문이다. 공범들에게 직접적인 범죄의 증거가 있다면, 그 우두머리를 자동으로 같이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박빙이었던 2020년 조지아주의 개표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것이 범죄행위이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19명의 보좌진이 공범이며, 그 우두머리는 트럼프이다. 이외에도 선거관리를 맡은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4건, 사기 및 문서위조 등의 혐의 8건도 같이 포함됐다.
물론, 연방 특별검찰이 2021년 1월 연방의회 난입과 관련해서 한 차례,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 또 한 차례 기소한 것도 있다. 또 3월 말에는 성인영화 배우에게 입막음용 돈을 주고 회사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도 뉴욕주 검찰이 기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 기소가 정작 트럼프의 대선 출마와 당선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의 대통령 후보 자격은 오직 연방 헌법에서만 다루고 있는데, 전과와 기소 여부는 전혀 상관없다. 심지어 옥중출마한 과거의 사례도 있다. 더군다나 이 모든 재판의 결과가 내년 선거 전에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트럼프 측이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항소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설령 징역형에 처해지더라도 최종심 때까지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고려사항은 ‘만약 내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그 이후에 유죄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먼저 연방 특별검찰이 두 번에 걸쳐 기소한 44건의 혐의는 비교적 쉽다. 검찰총장을 겸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에게 기소를 다 철회하도록 요구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자신에 대해 ‘셀프 사면’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뉴욕과 조지아의 재판은 사면 권한이 대통령에게 없어서 조금 복잡하다. 특히, 지난주 조지아주의 기소는 형량까지도 고려하면 트럼프 입장에서 가장 골칫거리일 수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각 주 법원이 복역을 임기 이후로 연기하거나 복역하기도 전에 미리 가석방을 판결할 수 있다. 또 사회봉사 등의 대체 복역을 주문하는 옵션도 있다. 국격을 고려할 수도 있고, 대통령에 대한 경호 업무가 다른 재소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트럼프가 연방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헌법상의 의무와 충돌한다고 할 가능성이 높은데, 형량을 없애거나 최소한 임기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할 수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당선되자마자 바로 각 법원에 모든 재판의 진행 자체를 대통령 임기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미국의 법학자들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트럼프가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은 받지만 그래도 실제 감옥에 가는 일은 면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일종의 타협책 또는 중간선쯤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럼프에 대한 완전 무죄 또는 감옥행이라는 양극단과 비교해서 이것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어차피 이 모든 기소가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난리를 치르고 결국 감옥도 안 갔다!”며 민주당을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만도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범죄자를 결국 처벌하지 못했다”며 말이다. 극심한 정당 양극화, 더 나아가 두 정당 지지자들 사이의 감정적 양극화가 미국 정치를 잡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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