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한국, 천혜의 조력발전 입지
다수 방조제에서 발전 가능
두 가지 제도 개선 우선 필요
조력(潮力)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다. 2011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253㎿)로 매년 경기 파주시 인구에 해당하는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
시화호 조력발전은 4가지 장점을 가진다. 첫째, 매년 31.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이는 30년생 잣나무 약 5,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둘째, 화석연료 발전과 달리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러한 대기오염 물질은 건축물의 부식을 빠르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만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셋째, 전기를 생산할 때 필요한 석탄, 천연가스, 석유, 우라늄 등의 연료는 대부분 수입되는 반면에, 조력발전은 순수한 국산 에너지다. 시화호 조력발전은 석유 86만2,000배럴을 대체할 수 있는데, 이는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무역수지 개선효과에 해당한다. 94.3%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가지는 우리나라에 조력발전은 효자인 셈이다.
넷째, 조력은 태양광 및 풍력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거나, 눈이 오면 태양광의 전기 생산량은 급감한다. 풍량이 작거나 풍향이 달라지면 풍력의 전기 생산량 또한 급감한다. 하지만 조력은 해수면 차이에 영향을 받을 뿐 기후 여건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물론 방조제를 새로 지어야 한다면 조력발전소는 많은 비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환경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시화조력발전소처럼 이미 있는 방조제에 조력발전을 추가하면 비용도 절약하면서 생태계 영향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조력발전의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방조제의 활용이 필요하다.
이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첫째, 이미 방조제가 건설돼 있는 새만금, 화성호, 석문호, 대호호, 부남호, 간월호, 부사호 등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수질이 악화돼 방조제 내측을 담수호로 활용하지 않고 해수를 유통시켜 해수호로 만들기로 결정한 경우에 한해, 조력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이미 조력발전이 설치돼 있는 시화호 방조제에 조력발전 설비를 추가해 발전력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개 설비의 통합 운영으로 최적 운전이 가능하다. 또한 한 설비에 문제 발생 시 다른 설비로 보완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방조제 내측에 대한 홍수기 재해방지 능력이나 갈수기 수질관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
조력발전의 확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첫째, 홍수조절 및 수질개선이라는 사회적 편익을 반영해 다목적댐 건설비의 30%를 국고로 지원하듯이, 동일한 기능을 가지는 조력발전의 수문 공사비 일부도 국고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조력발전이 최소한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조력발전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거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는 인증서를 발급한 후 시장에 팔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조력발전에 대해서는 인증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이 제한을 해제해야 재생에너지 필요 수출기업이 인증서를 구매해 활용할 수 있다.
조력발전은 많은 장점을 가지지만,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기에 아무나 할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조력발전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다수의 방조제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제도를 개선하면서 기존 방조제를 잘 활용한다면, 조력발전은 우리에게 꿩 먹고 알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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