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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하다 나만 두고 가"… 무더기 학폭 신고에 난장판 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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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며 또래 12명을 상대로 무더기 학교폭력 신고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학생 간 맞신고로 번졌는데 결국 모두 '조치 없음'(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받았다. 또래 간 경미한 갈등을 학폭으로 신고하고 이에 보복성으로 맞대응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학폭 신고 제도의 원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지난해 9월 "같은 반 B군 등이 4월부터 지속적으로 집단 따돌림을 했다"며 동급생 총 12명을 학폭으로 신고했다.
A군은 먼저 같은 반 학생 8명을 신고했다. "아이들이 공을 일부러 멀리 차 이를 가지러 간 사이 다들 떠나는 방식으로 따돌렸다"거나 "물건을 만지자 B군이 '바이러스가 묻어 더럽다'고 말했다"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른 반 학생이 A군에게 "너 왜 8명이나 학폭 신고한 거야?"라고 묻자 A군은 그 학생도 신고했다. 최종적으로 타 학급 4명까지 포함해 총 12명을 학폭 가해자로 지목했다.
A군의 다발성 신고는 맞신고로 번졌다. A군에게 신고당한 C군은 "의도적으로 따돌린 적은 없다"며 "오히려 A군이 내게 헤드록(머리를 팔로 감싸는 동작)을 하며 괴롭혔다"고 역으로 신고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으로부터 맞신고가 추가됐다. A군은 12명 중 2명에 대해선 모욕죄로 형사고소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학폭 신고서가 수북이 쌓였다. 교육지원청 측은 "해당 중학교에서 학폭 신고가 연이어 들어와 조사 기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결론이 빠르게 나오지 않자 학내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A군과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언제 또 학폭 신고가 추가될지 모른다"며 불안감이 고조됐다고 한다.
결국 학폭 접수 3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결과가 나왔다. 12명 전부 '조치 없음'이었다. 학폭으로 처분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학폭 신고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폭 신고센터(117)와 경찰청 112신고로 접수된 건수는 2023년 5만7,788건으로 3년 만에 72%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명확한 정황이 없어 '조치 없음' 결정이 나오는 비중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학폭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온 사례 중 '조치 없음'이 2,628건이나 됐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출석 정지(6호·345건)와 학급 교체(7호·77건), 전학(8호·77건), 퇴학(9호·2건) 조치를 다 합한 것보다 5배 더 많았다.
학폭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더 싸늘해지고 제도가 강화된 것도 신고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학폭 중징계 기록의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 이 때문에 학폭 가해자로 지목당하면 보복성 신고를 하고 보는 일들이 흔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폭 유형이 다양해지는 데다, 주요 학군지일수록 학생 수가 많고 학폭 사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늘어나면 처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지침상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일선 학교로부터 개최 요청을 받은 뒤 28일 안에 열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의 기한을 넘긴 사건은 전국 초중고에서 최근 3년간 모두 4,451건이나 됐다.
학폭 신고를 남발하는 경향을 개선하려면 교우 갈등을 원만히 해소할 만한 학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사가 중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왜 특정 학생의 편을 드느냐"는 등의 학부모 민원 우려 탓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다.
나현경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학생들이 분쟁을 매번 행정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보단 소통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며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갈등을 중재할 수 있게끔 교권 보호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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