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측근을 관방에서 빼?” 아베, ‘아마리 인사’에 불만

입력
2021.10.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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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첫 글자를 따 '3A'로 불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름의 첫 글자를 따 '3A'로 불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AP 연합뉴스 자료사진


4일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자민당 간부 및 내각 인사에 대해 “아베 신조의 영향이 짙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아베 전 총리는 당 간사장으로 발탁된 아마리 아키라 측이 인사를 주도한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와 아마리 신임 간사장은 아소 다로 부총재와 함께 ‘3A’로 불릴 만큼 가까웠지만 이른바 '논공행상' 과정에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측근 하기우다 관방장관 탈락에 아베 "불쾌하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최근 내각 진용이 확정되자 주변에 “불쾌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사실상 대표하는 입장인데 이쪽에서 4명이 포함돼 전보다 줄었고, 무엇보다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장관을 관방장관으로 밀었지만 좌절됐기 때문이다. 정권의 대외적인 '입'이자 내각의 실세인 관방장관은 당초 하기우다가 유력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같은 호소다파의 7선 마쓰노 히로카즈로 바뀌었다. 당정 핵심인 ‘간사장 또는 관방장관’을 요구했던 호소다파 측에서 5선의 하기우다 대신 마쓰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노는 총재선거 1차투표에서 아베가 지원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이 아닌 기시다 후보를 지지했으며, 기시다파 내부에서도 아베 최측근을 총리를 보좌하는 관저 2인자로 앉히는 것은 지나치게 ‘아베 색이 강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의 구상이 벽에 부딪치면서 이번 인사는 아마리 간사장과 그가 속한 아소파의 색깔이 뚜렷하게 각인됐다. 기시다 후보의 총재선거를 총괄한 아마리는 자신이 추천한 2명이 입각했다. 역대 두 번째, 전후 최장(8년 9개월) 재무장관 재임을 마치고 당 부총재가 된 아소 다로 역시 자신의 처남 스즈키 슌이치를 후임 재무장관에 앉히고 유력 총재 후보였던 고노 다로 전 행정개혁장관이 한직으로 밀려나도록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3A’ 중 아마리와 아소의 영향력이 전보다 커진 셈이다.


기시다파 "호소다파에 빚진 것 없는데 너무해" 불만

아베 전 총리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인사였지만 기시다파 내에선 오히려 “호소다파에 빚진 게 별로 없는데 너무 양보한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아베는 1차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을 밀었고, 이에 호소다파에선 다카이치 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기시다파는 자파 수장이 총리가 됐는데도 당 간부 인사에서 한 자리도 얻지 못했고, 내각에도 외교안보 등 핵심에서 벗어난 세 자리를 얻는 데 그쳤다.

총리와 손발을 맞춰 일해야 할 관방장관까지 호소다파에 내준 것도 이례적이다. 관방장관은 "아베가 장기집권한 것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뒀기 때문이고, 스가가 단명한 것은 스가 관방장관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자리다.

한편 자민당의 실세로 아마리 간사장과 아소 다로 부총재가 등장한 반면 내각은 65%가 첫 입각일 만큼 경험이 없다. 기시다 정권에서 총리관저 주도의 정치 대신 집권당으로 실권이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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