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남북·북미 관계 급진전시 일본 정부, 한일 관계 복원 움직일 것”

입력
2021.10.04 19:00
수정
2021.10.04 19:36
2면
구독

소속 파벌 '고치카이'는 비둘기파... 아베와 달라
"한국에 공 있다" 일본 정부 입장은 그대로일 듯
남북-북미관계 큰 변화 있으면 달라질 가능성도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가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가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1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4일 출범한 ‘일본 기시다 내각’이 당분간은 아베 신조 및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외교 안보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역사 문제에 대해 “공은 한국에 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수장인 파벌 ‘고치카이(宏池?)’가 전통적으로 경제를 우선시하고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쓴 ‘비둘기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의 중·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기반을 닦은 후 독자적 색깔을 낼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남북·북미 관계 급진전 시 일본 측이 한일 관계 복원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내각 구성에 대해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모테기 외무장관이 유임됐고 (수출규제와 연관 있는) 경제산업장관은 ‘아베의 복심’인 하기우다가 된 걸 보면 아베의 영향이 크다”면서 “기시다 역시 아베 내각에서 오랫동안 외무장관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한일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도 “당 간부나 내각 구성을 보면 스가 내각보다도 ‘아베-아소’의 입김이 더 커졌다”면서 “당내 기반이 부족한 기시다가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두 사람의 지원을 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쪽 의향을 반영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기시다는 아베와 다른 사람’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한 적도 없고 우익적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란 것이다. 이 교수는 “기시다파(고치카이) 안에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고, 기시다 자신도 남에게 험한 말을 하지 않고 중용을 꾀하는 온건 합리적인 성격”이라며 “기반을 쌓은 후에는 이전과 다른 자신만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높다고 봤다. 이 교수는 “당장 중의원 선거와 내년 참의원 선거를 승리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고노 다로에 비해 국민적 인기가 높지 않고, 아베 정권의 3대 스캔들도 재조사하지 않는다고 해 불만이 있다”면서 “선거를 어떻게 돌파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본인 제공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본인 제공

기미야 교수는 “기시다는 야스쿠니 참배를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아베와 달리 총리 자신의 역사 인식 때문에 한일 관계에 직접적 문제를 일으키는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위안부 합의나 징용 문제에 대해 ‘공이 한국에 있다’는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징용 소송으로 일본 기업 자산 매각(현금화)이 발생할 경우 보복 조치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변수가 다른 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거나, 한반도 정세가 크게 바뀌는 진전이 이뤄질 경우, 일본도 한일 관계를 이대로 놔둘 수 없게돼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기미야 교수는 “한국의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역할을 평소 과소평가하다 막상 잘 안 되면 ‘일본의 방해’ 탓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북-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일본을 미리 설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