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리기 딱 좋은 창문 있는데…” 日기업 최악의 ‘갑질 폭언’ 7가지

입력
2021.03.10 0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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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분슌(週刊文春) '역대 최악의 폭언을 뽑아보니...'
日정부 작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했지만...

일본 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을 '파워하라'라고 한다. 폭언에 못 견뎌 세상을 등지는 사례도 다수다. 게티이미지 뱅크

일본 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을 '파워하라'라고 한다. 폭언에 못 견뎌 세상을 등지는 사례도 다수다. 게티이미지 뱅크


“너 같은 놈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창문에서 뛰어내려.”

기업 최고경영자가 이런 폭언을 한다면 직원은 어떤 충격을 받을까. 일본에선 실제로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2년과 2016년 실시한 ‘파워하라’(power harassment의 약칭·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최근 3년간 파워하라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25.3%(2012년)에서 32.5%(2016년)로 증가했다. 슈칸분슌(週刊文春)은 9일 “일본 정부가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파워하라방지법)을 작년 6월 시행했지만 직장 내 갑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 기업 최악의 갑질 폭언 사례 7가지를 제시했다.


① "365일 24시간 죽을 때까지 일하라"(와타미)

외식전문 ‘와타미(和民)'의 창업자 와타나베 미키 회장은 직원들에게 서슴없이 폭언을 퍼붓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저서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갑질을 무용담처럼 말해 왔다. 직원들이 전한 대표적인 폭언은 “(8~9층에서 회의할 때) ‘당장 여기서 뛰어내려!”, “영업 12시간 내 밥을 먹을 수 있는 점장은 2류”, “미안, 이번 달 월급은 제로다” 등이 있다. 2008년 여성 신입사원이 과로가 원인이 된 자살을 해 사회문제가 됐지만 회사가 공식 사과한 것은 7년 반이 지나서였다.


② "네가 뛰어내리기 딱 좋은 창문이 있는데 죽는 게 낫지 않아?"(미쓰비시전기)

미쓰비시전기는 2018~2019년 직원을 혹사시키는 '블랙기업 대상(大賞)'으로 지목됐다. 문제의 발언은 재작년 자살한 신입사원이 상사 교육주임으로부터 당한 폭언을 적어놓은 메모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으면 자살하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상사는 자살교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회사에선 2012년 이후 월 100시간 넘는 잔업이나 갑질 등으로 6명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고 5명의 자살자가 나왔다.

③ "너 같은 쓰레기는 지옥에 떨어뜨린다. 죽을 때까지 속죄하라"(Casa)

지난해 12월 슈칸분슌은 주식회사 Casa의 미야지 세이고 사장의 폭언 실태를 보도했다. 업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임원에게 “집문서를 가져와라”, “급여도둑”, “돈 갚아라" 등으로 다그쳤고, 사직서를 낸 이사에게 “견디기 힘들면 지하철에 뛰어들라”, “죽도록 괴로워해라” 같은 말을 퍼부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이런 발언을 인정하고도 “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시스템)상 문제없다”고 밝혔다.

④ "쓰러진 놈이 나빠, 자기 관리가 안 된 것"(MFS), "죽어라"(오사카 메트로)

이밖에 유명 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의 오카모토 이키히코 사장은 물의를 일으키고 사죄 회견을 희망하는 연예인들에게 “전원 연대책임으로 잘려”라면서 “나는 너희들 모두 자를 힘이 있어”라고 쏘아붙였다. 외식업체 MFS의 창업자 이도 미노루 사장이 직원에게 한 “쓰러진 놈이 나쁜 거야. 자기 관리가 안 된 것”이라는 말도 슈칸분슌은 순위에 올렸다. 지난해 3월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오사카 메트로’의 40대 남성 사원은 “죽어라”라는 폭언을 듣고 삭발하도록 강요당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말한 “연수입이 100만엔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2013년)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임금도 해외노동자와 같은 수준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최저임금을 밑도는 노동환경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노동자 권리를 무시한 폭력적 논리"라고 슈칸분슌은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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