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EU, 일제히 대북 독자제재 발표…우크라전 파병 북한 장성 등

김영복·신금철 등 개인 11명·기관 15개 독자제재
북러 무기거래 관여 바그너 그룹 소속 개인도 포함

지난달 29일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뉴스1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일제히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한 북한 고위급 장성 등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17일 지정했다.

외교부는 이날 북러 간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 및 물자 조달에 관여한 개인 11명·기관 15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한미일 등 10개국과 EU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한 북러 군사협력 심화를 규탄한 공동성명의 후속 작업으로 이뤄진 공조의 일환이다. 이번 독자제재는 관보 게재를 통해 19일 0시부터 시행된다.

제재 명단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는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신금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북한군 소속 미사일 기술자 리성진 등이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폭풍군단(11군단)과 이를 이끄는 리봉춘 단장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북러 무기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개인과 기관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는 라파엘 아나톨리예비치 가자랸과 그가 대표로 있는 라포트, 트랜스 캐피털은 북러 무기거래 과정에서 물질적·금전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부드네프와 그가 대표로 있는 테크놀로지는 러시아군 지원을 위해 북한산 군용 통신장비를 운송했고, 바그너그룹 소속인 파벨 파블로비치 셰베린은 북러 간 무기 운송에 관여했다. 기관 베루스는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했다. 로만 아나톨리예비치 알라르와 그가 대표로 있는 파르세크는 미사일 관련 핵심물자와 기술을 북한에 공급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조선단군무역회사를 지원한 러시아 업체도 있었다. 이고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추린과 그가 관리하는 아르디스-베어링스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가예보이와 그가 관리하는 아폴론,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차소브니코프와 그가 대표로 있는 질-엠 및 알케이-브리즈는 북한의 방위산업을 지원하는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으로 우리 독자제재 대상인 박광훈의 대북 물자 조달 활동을 지원했다.

북러 간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한 금융기관도 무더기로 제재 대상에 지정됐다. MRB(엠에르베) 은행, TSMR 은행, RFC 은행, 스트로이트레이드, 티메르 은행 등이다.

한편,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북한에 금융·군사 지원을 한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했다.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제재 대상 3개를 추가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에는 김영복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이 포함됐다. 리창호는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EU가 발표한 북한 고위급 추가 제재 명단에는 김영복과 노광철 국방상 등이 포함됐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