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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은 다시 안갯속… 의협 회장선거로 강경파 득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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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3주 만에 좌초하면서 의정 갈등은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의사계에서 협상파가 뒤로 물러나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보궐선거가 본격 시작되면서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도 의대 입시와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2, 3일 이틀간 회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받는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회장,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 강희경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이다.
이동욱·주수호 후보는 사태 초기부터 전면적 투쟁을 부르짖은 대표적 강경파로 꼽힌다. 김택우·최안나 후보는 투쟁에 무게를 두면서 한편으로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상대적 중도파다. 강 후보는 출마자 중 유일한 현직 의대 교수로 대통령실과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지지하는 등 숙론과 협상을 중요시한다.
각자 성향은 다르지만 다음 달 초 투표까지 한 달여 선거운동 기간 강성론이 득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의협 비대위가 줄곧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는 데다 전날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탈퇴하면서 협상론이 가라앉은 영향이 크다. 의사계가 의협 회장선거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 수장을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성론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협 정관상 산하 단체장이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박단 위원장이 그동안 의협 회장 입후보 가능성이 있는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소위 ‘간을 보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파다했다. 박단 위원장은 특히 주수호·김택우 후보와 호의적인 관계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박단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를 공개 지지해 당선시키기도 했다. 의협 비대위가 내세운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 요구안도 비대위 출범 전부터 박단 위원장이 페이스북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주장이다. 주요 의사단체의 한 관계자는 “박단 위원장이 그간 보여준 정치적 행보에 비춰 비공식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의협 선거가 일부 강성 전공의에게 휘둘릴까 봐 우려된다”고 짚었다.
다만 신임 의협 회장이 전공의가 요구하는 ‘내년 의대 모집 중지’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증원 백지화를 넘어 기존 정원까지 아예 한 명도 뽑지 말라는 주장을 의사계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수련병원 원장은 “의대 신입생 0명 선발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내년 의대 증원은 확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2026년 정원 재논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예정된 일정대로 내년 대학 입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6일 수능시험 성적이 나오면 대학들은 13일까지 수시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달 31일에는 정시모집도 시작된다. 의사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이미 불가능하다.
5일에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도 나간다. 사직 전공의가 돌아오려면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 지원 불가 규정을 풀어주는 특례가 필요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의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어 정부가 먼저 특례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지원자 규모가 전체 모집 정원 20~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지금은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내년 1, 2월 의대 입시와 전공의 선발이 다 끝나야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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