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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괜한 반발

입력
2024.12.03 04:30
24면

흑 변상일 9단 vs 백 이지현 9단
패자조 결승
[50]

2보

2보


3도

3도


4도

4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각종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전 세계가 격랑에 빠졌다. 이런 시기에 열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국제 정세의 대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마치 바둑판의 형세가 한 수로 인해 크게 뒤바뀌는 것처럼, 국제 질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대국에 대입해 방법을 찾는 것도 안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둑에서 가장 이상적인 흐름은 평소엔 가볍고 경쾌한 행마를 펼치다가 중요한 장면에서 손을 멈추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가볍고 경쾌하다’의 의미는 주로 상황 변화 혹은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반대로 상황이 엄중한 장면에선 손이 무거워져야 한다. 수읽기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신중한 관망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장면에서 수읽기 하는 것은 너무 느리며, 항상 가볍게 움직이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정확한 형세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흑1은 일명 ‘쌍립 자리의 급소’로 백2의 빈삼각을 강제하는 좋은 맥점. 이 자리를 당하자 이지현 9단은 생각을 바꿔 백4로 찔러간다. 하지만 백4는 실수. 여전히 3도 백1로 튼튼하게 연결한 뒤 백5에 돌파하는 것이 주효한 장면이었다. 실전 흑5, 7로 중앙이 끊기자 백이 크게 엷어졌다. 흑15, 17은 변상일 9단의 정확한 수순. 흑21 역시 상변 형태의 백을 공격할 때 자주 쓰이는 맥점이다. 흑이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 반전을 위해 이지현 9단은 흑29의 끊음에 백30으로 반발한다. 하지만 이 수 역시 괜한 반발. 4도 백1, 3으로 받아주어도 백11이 좋은 응수타진으로 백 대마의 생환엔 문제가 없었던 장면이었다. 실전 흑31의 빵따냄을 허용해선 흑의 우세.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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