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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저작권 둘러싼 '짬짜미' 유착... 보상금으로 온천 여행에 국악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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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에게 20년 이상 저작권 침해를 보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저협이 신탁 회원 단체들에 수천만 원대의 사업을 몰아주고, 이들은 대신 협회에 고액의 신탁 중개 수수료를 내는 '짬짜미' 방식으로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을 사용하면서다.
사례를 살펴보니,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고 예산을 타놓고는 단체로 온천 여행을 가거나 국악 공연을 여는 등 방만하게 예산을 집행했다. 그럼에도 감사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저협과 회원 단체들의 양심도, 정부의 감독 권한도 유명무실한 셈이다.
30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문저협은 신탁 사업을 이용하는 정회원 단체(10곳)에 수천만 원대의 공모사업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2017~2022년. 2019년은 사업 미집행) 문저협이 진행한 공모사업 37건 가운데 정회원 단체 사업이 25건(67.6%)에 달했다. 투입된 보상금만 18억7,000여만 원 규모다. 이외에 문저협의 각종 사업에서 평가·자문·선정 명목으로 회원 단체 소속 임원들을 고용해 회의 때마다 20만~40만 원의 수당을 제공해온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신 회원 단체는 문저협에 최대 30%까지 신탁 중개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통상적인 수준(10% 내외)과 비교해 과도한 몰아주기로 비친다.
문저협은 교과서 등 교육 또는 공공 목적으로 무단 사용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상금'을 작가들에게 지급하도록 정부가 지정한 단체다. 작품이 작가 허락 없이 교과서에 실릴 경우 출판사로부터 보상금을 징수하고, 이후 저작권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이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현행법상 저작권자가 5년 이상 보상금을 찾지 않을 경우 '공익 목적'에 한해 협회가 사용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문저협이 보상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문저협은 앞서 한강 작가에게도 "연락처를 모른다"는 이유로 보상을 하지 않고, 수십 년간 "작품을 사용한 적 없다"고 거짓 안내를 해온 것으로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사업 세부내역을 들여다봤더니 황당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A협회는 DB를 구축하겠다고 공모 사업 예산을 따내 5년 전 임원진들끼리 온양온천호텔로 세미나를 떠났는데, 단체 사진에 현수막을 엉성하게 합성해 사업보고서에 제출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에선 'A등급(매우 우수)'을 받았다. B협회는 DB를 활성화하겠다며 순천국가정원으로 워크숍을 갔는데, 이때 워크숍 식전공연으로 퓨전 실내악 3중주에 국악 공연까지 진행했지만 감사에서 'B등급(우수)'을 받았다. 아울러 문저협은 한강 작가에게 보상금 안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2년 전 노벨문학상 수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회원단체 행사엔 4,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짬짜미가 가능한 건 문저협과 공모사업 선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유착'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저협은 전문가들에게 출장 강의 수당을 지원하거나 각종 평가, 자문 역할을 맡겨놓고 회의 1회에 50만 원 상당의 보수를 제공한다. 일례로 문저협은 3년 전 자신들의 사업을 심사하는 평가위원장 교수가 대표로 있는 학회에 3,000만 원 규모의 연구 용역을 맡긴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렇게 엉터리로 보상금을 집행하는데도 문저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점검이나 외부 회계 감사를 매년 무사히 통과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협회 사업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며 "다음 달 예정된 업무점검에서 지적해주신 사항을 확인해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문저협이 매년 문체부 업무점검과 회계 감사에서 합격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문체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적발하지 않고 인용해줬다는 것은 관리자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문제 제기 이후에도 문저협의 운영 방식에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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