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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책 초고속 품절에 '오픈런'해도 못 산다.."재고 준비 미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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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품절, 품절···.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대형서점 교보문고. 책 검색대에서 '한강'을 검색하는 족족 '재고 없음'이 떴다. 18종이 입고됐다는 한강의 책 중 단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나도 없네. 매장에 오면 매대에 쫙 전시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도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날 오후 8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 매장 내 그의 책은 바로 동이 났다. '오픈런'을 해도 한강 책은 구경도 못 하는 상황. 교보문고 직원은 "어제 벌써 다 나갔다"며 "오늘 오후 '소년이 온다' 60부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것도 이미 40부는 예약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약 담당 직원은 "수상 예상을 못 해 준비된 재고가 없다"며 "지금 예약해도 다다음 주나 책이 올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강 특수'를 맞은 출판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이례적인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강 책 판매량이 서점마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까지 급증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11일 오후 2시 기준 한강의 책은 10만3,000부가량 팔려나갔다.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순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모두 신규 진입했다. 이 중 1~7위까지는 재고가 소진돼 모두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서점도 노벨상 특수를 톡톡이 누리고 있다. 알라딘에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판매량은 전일 대비 각각 901배, 521배 뛰어올랐다. '소년이 온다'는 10일 노벨상 발표 직후부터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당시 분당 7권씩 판매됐던 기록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소설 '흰'은 판매량이 2,072배, '작별하지 않는다'는 1,719배 늘었다.
예스24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 1~10위가 모두 한강의 작품이다. 특히 한강이 스웨덴 한림원과의 인터뷰에서 일독을 추천한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하루 만에 2만 3,000여 권이 팔렸다.
서점가 재고 물량은 거의 바닥났다. 노벨문학상 시즌이 되면 출판사들은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책을 인쇄업체에 미리 가발주를 넣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강의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데다 주문까지 전례 없이 몰리면서 재고를 찍는 대로 내보내야 할 판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책이 없어서 긴급하게 서울 광화문 매장 쪽으로 최대한 물량을 받았고, 진열되자마자 바로 도서 판매가 되고 있어 조만간 재고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을 펴낸 창비의 전성이 문학출판부장은 "보유 중인 책이 다 나가서 새로 제작 중"이라며 "정신없이 상황을 보면서 하는 중이라서 (특별한 마케팅 이벤트 등) 아직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백지연 창비 부주간은 "노벨문학상은 쇼트리스트(후보 명단)가 없어 준비가 어렵다"며 "한강은 최근 몇 년 새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을 받아와서 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번에는 저희도 놀랐다"고 했다.
한강의 수상으로 문학과 도서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민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는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순간까지 1시간 40분 가까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동시 접속자가 3,000여 명, 누적 조회수가 14만 회를 넘어섰다. 한림원의 한강 수상 발표 영상의 누적 조회수 9만 회를 크게 웃돈다. 민음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기침체로 가라앉았던 출판 시장에 활기가 돌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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