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에도 제재 철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때릴 미사일 공급”

이란항공 포함 미국 내 자산 동결
EU도 동참 수순… 동의 절차 착수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10일 런던 영국 외무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항전을 돕고 있는 미국이 이란에도 제재 철퇴를 가했다. 우크라이나를 때릴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했다면서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항공도 포함됐다.

미국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탄도미사일 공급 등 대러 군사 지원에 관여한 이란·러시아 개인 10명과 6개 회사, 이란산 무기 부품 및 무기 시스템의 대러 전달에 관여한 선박 4척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이란의 불법적 무기 확산 및 획득에 관여한 이란의 국적 항공사 이란항공, 이란·러시아 간 무기 거래 등에 관여한 러시아 기반 해운 회사 2곳 등 총 3개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란의 대러 무기 공급에 관여한 러시아 해운 회사 소속 선박 5척도 국무부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와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당장 영국·프랑스·독일이 미국의 제재에 호응했다. 3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넘겼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란과의 양자 항공 서비스 협정을 취소하기 위한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공급하는 미사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된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제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은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 지시에 따라 회원국들에게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안을 제시했다. 제재를 시행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피터 스타노 EEAS 대변인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러시아로 이전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발표는 이란과 EU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추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위해 더 이란과 북한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최근 이란으로부터 받은 탄도미사일을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과 래미 장관은 이번 주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이란과 단교 불사”

이날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란과의 관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단교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로 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날 주유엔 대표부 성명을 통해 이를 일축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글을 통해 “이란이 무기를 일부 국가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퍼뜨리는 것은 추악한 프로파간다(선전)”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도 탄도미사일 거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