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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가는 길마다 '상생 경쟁'... 뜻밖의 역풍도

입력
2023.03.30 17:46
수정
2023.03.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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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 방문 때마다 은행들
"이자 감면" 등 사회환원 보따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에서 열린 개설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에서 열린 개설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의 '상생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자 장사' 비판의 선봉에 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문하면 은행들은 준비한 사회환원 보따리를 하나씩 선보이는 식이다.

30일 우리은행이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원장의 영등포 시니어 특화매장 개설식 방문에 맞춘 것이다. 개인 고객, 소상공인·중소기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총 20조 원을 투입하는데 고객이 연간 2,050억 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고객에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린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책엔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경우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춰 주는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출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앞서 하나, 부산, KB국민, 신한도 이 원장의 방문 때마다 상생안을 발표했는데 내용이 점점 다양해졌다. 이 원장의 첫 방문지 하나은행은 서민금융상품 '햇살론15' 고객에게 이자의 1%를 되돌려 주겠다고 밝혔고, 다음 타자 부산은행은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를 추가, 상생안의 기본값으로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이 원장 방문 이후 그간의 '주담대 금융지원 성과'를 추가 발표했고, 이날 우리은행은 고령층의 이체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불 붙은 은행권 ‘상생 경쟁’. 그래픽=송정근 기자

불 붙은 은행권 ‘상생 경쟁’. 그래픽=송정근 기자

상생 경쟁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불로소득'이었다는 취지로 "국민·자영업자·소상공인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특별 주문했다. 이후 전국은행연합회가 사회환원에 1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원장은 "3년 후 금송아지가 아닌 당장 마실 물 한 모금이 필요하다"며 즉각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은행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물 한 모금'은 대체로 "다른 은행도 본받길 바란다"거나 "매우 고무적"이라는 이 원장의 찬사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고, 해당 은행이 내놓을 상생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원장은 다음 달 DGB대구은행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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