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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르면 안 떨어지는 '서비스물가', 21년 만에 최고 인플레

입력
2022.10.09 15:09
수정
2022.10.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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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13.5%, 갈비탕 12.9%
외식비 대폭 상승
추경호 "정점 지나도 높은 수준 지속"

5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메뉴에 가격이 오른 음식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5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메뉴에 가격이 오른 음식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외식비나 여행비 같은 서비스 물가가 2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번 오르면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특성상 당분간 고(高)물가 기관차 노릇을 할 전망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 물가 지수가 1년 전보다 4.2% 오른 106.53(2020년 지수가 100)을 기록했다. 2001년 10월(4.3%)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거의 오르지 않던 서비스 물가는 올 7월 약 14년 만에 4%대로 진입했다.

두드러지는 품목은 외식비다. 전년 대비 9.0% 올랐는데,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햄버거(13.5%), 갈비탕(12.9%), 김밥(12.9%), 자장면(12.2%), 해장국(12.1%) 등이 대폭 올랐다. 여행 관련 품목의 오름세도 급하다. 국내 단체여행비는 24.7%나 뛰었고, 국제 항공료(18.0%), 여객선료(15.6%), 국내 항공료(11.5%) 등도 많이 비싸졌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전반적 현상이다. 품목 148개 중 124개(83.8%)의 가격이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의 대표적 품목이다. 농산물이나 석유류와 달리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단 올라가면 잘 떨어지지 않아 물가 상승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이나 외식비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다”며 “물가가 정점을 지나도 높은 수준의 물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하락하더라도 굉장히 서서히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감에서 “5%대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 탓에 유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을 공산이 커진 데다, 수입 물가를 올리는 환율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체감도가 큰 대내 부문 물가에까지 상승 압력이 미친 셈이라 정부로서는 골치가 더 아파졌다. 국감에서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 총재도 “이런 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외식 물가뿐만이 아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다소비 가공식품 품목 32개 중 22개의 전월 대비 가격이 올랐다. 고추장 가격 상승률이 11.7%로 가장 높았고 콜라(9.6%)와 참치캔(5.9%), 마요네즈(5.1%), 라면(4.8%), 수프(4.6%), 어묵ㆍ즉석밥(3.1%) 등이 뒤따랐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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