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4일 된 아이 안고 키이우 탈출한 미국인 부부

입력
2022.03.03 14:56
수정
2022.03.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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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리모 통한 출산 위해 키이우 방문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러시아 공습 시작
대사관 폐쇄로 폴란드 국경 넘기로 결심

제이콥 보크먼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갓 태어난 딸을 안고 있다. CNN

제이콥 보크먼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갓 태어난 딸을 안고 있다. CNN


러시아군의 폭격이 쏟아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생후 4일된 아이를 데리고 걸어서 탈출한 미국인 부부가 화제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제시, 제이콥 보크먼 부부는 지난달 출산을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찾았다. 아이는 우크라이나인 대리모를 통해 낳았다.

딸 비비안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아이가 태어난 지 이틀 후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영화 같은 탈출이 시작됐다. 키이우를 출발한 부부는 임시 미국 대사관이 마련된 서부 도시 리비우로 향했다. 하지만 거대한 교통 체증으로 평소 6시간 걸리는 운전은 27시간이 걸렸다. 리비우에 향하는 도중, 미국 대사관이 폐쇄됐다는 소식도 접했다. 곧바로 목적지를 폴란드 국경으로 바꾸어야 했다.

폴란드 국경을 약 20㎞ 남긴 상황에서 교통은 다시 마비됐다. 몇 시간 동안 도로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차 안에 앉아 있던 보크먼 부부는 기다릴지 걸어서 이동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가장 큰 걱정은 태어난 지 4일밖에 되지 않은 딸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차에 앉아 있어도 걷는 것보다 느려 언제 국경을 넘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추위 때문에 걷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걷기로 결심했다. 제이콥은 2일 CNN에 “밤이 되기 전에 국경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를 버리고 걷는 것이었다”며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을 택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를 번갈아 가며 꼭 껴안고 국경을 향해 걸었다. 제이콥은 “국경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 나라를 떠나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양보하면서 이들 가족은 맨 앞으로 나와 폴란드로 넘어갔다.

CNN은 이들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안전하게 돌아왔다고 전했다. 제시는 “아이와 함께 8마일(약 13㎞) 넘게 걸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역의 많은 사람들은 국경을 넘기 위해 그보다 훨씬 더 걸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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