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보다 우울·불안장애 줄었다…성인 4명 중 1명 정신건강 문제 경험

입력
2021.12.26 14:55
수정
2021.12.26 15: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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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실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01년 이후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조사로, 전국 만 18~79세 성인 5,511명을 대상으로 지난 6~8월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 우울장애 진단 늘진 않아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중 정신장애 유형별 1년 유병률.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중 정신장애 유형별 1년 유병률. 보건복지부 제공

이번 조사에서 1년 이내에 우울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1년 유병률)은 1.7%로 나타났다. 만 18~64세만 보면 1년 유병률은 직전 조사인 2016년 1.8%보다 0.2%포인트 감소한 1.6%로 나타났다. 우울장애는 2주 이상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흥미 상실, 식욕이나 수면 변화, 피로, 자살 생각 등으로 일상생활이 곤란해지는 경우를 뜻한다.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우울 증상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많지만, 우울장애가 증가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으나, 실제 병원에서 우울장애로 진단을 받은 사람이 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불안장애 1년 유병률도 3.1%로, 코로나19 이전인 2016년 5.7%보다 2.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불안장애 유형 중 동물, 곤충, 고도, 자연환경, 혈액, 주사 등 특정 대상이나 상황을 두려워하는 '특정공포증' 감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특정공포증 유병률은 2.3%로, 2016년 4.5%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복지부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자 공포의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노출 자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치료·상담은 코로나 이후 줄어

정신장애 1년 유병률은 8.5%다. 지난 1년 동안 약 355만 명이 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중 어느 하나라도 경험했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남자 8.9%, 여자 8.0%로 조사됐다. 평생 동안 이런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27.8%였다. 성인 4명 중 1명꼴이다.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남용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1년 유병률은 남자 3.4%, 여자 1.8%로 남자가 여자보다 1.9배 높았다. 금단 증상을 포함한 니코틴 사용장애 1년 유병률도 남자(4.9%)가 여자(0.5%)보다 9.8배 높았다.

그런데도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에게 치료나 상담을 받은 비율(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줄었다. 만 18~64세 이상 중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11.5%에 그쳤다. 조사 때마다 증가해 2016년 16.5%까지 올라갔던 이 수치가 코로나19 이후 꺾인 것이다.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정신건강 관련 시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폐쇄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 1년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43.1%(2015년), 캐나다는 46.5%(2014년), 호주는 34.9%(2009년)이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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