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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기지' 亞, 델타 변이에 발목… "세계 경제 약한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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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 강한 ‘델타 변이’ 탓에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해외 언론의 진단이 나왔다. 주요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생산 거점 역할을 해 왔지만, 서구에 비해 더딘 백신 접종과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감염 확산세로 아시아 지역 공장 상당수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빚어진 생산 차질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다. 최근 ‘수출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65년 무역 역사를 새로 쓴 한국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아시아가 델타 변이로 감염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신뢰를 해치고 제조 강국으로서의 이점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아시아 지역은 저렴한 인건비 등을 앞세워 글로벌 제조업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각국은 속속 봉쇄 조치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대표적 사례는 동남아시아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가 지난 6월 “비필수 업종 공장 문을 닫으라”고 명령하면서 의류업을 비롯한 주요 제조업 회사들이 두 달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도 세계 나이키 운동화 물량 절반을 생산하는 회사 공장을 폐쇄하는 등 방역 강화에 나섰다. 아직은 공장을 계속 가동 중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역시 사정이 나쁜 건 마찬가지다. 인근 국가들의 봉쇄 조치 탓에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동남아 7개국의 지난달 제조업 활동은 작년 5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규제가 느슨한 유로존엔 전례 없을 만큼 주문량이 늘면서 기업들이 기록적 속도로 신규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WSJ는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과 중국도 델타 변이 여파에서 자유롭진 않다고 봤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9.6% 늘었다. 무역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월간 최대치였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 기존 주력 수출 품목과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신성장 품목이 고루 호조세를 이어간 결과다. 이처럼 양호한 성적표에도 불구, 향후 몇 달간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수출 엔진 속도도 느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진단이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몇 달 안에 진정되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계화 흐름 속에서 아시아의 봉쇄 조치와 성장 둔화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가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가상승 압력은 필연적이다. 판징이 IHS마킷 싱가포르 경제부소장은 아시아발(發) 공급 문제 악화를 두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징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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