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급하다는 법안들 살펴보니…

입력
2014.08.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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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상정 법안 중 민생 관련 손꼽을 정도

법사위 계류 법안 대부분은 여야 조율 필요

새누리당과 정부가 민생ㆍ경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 있는 법안이 93개이며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도 43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연일 언급하며 장외 투쟁 중인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앞서 정부도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 30개를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당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법안 상당수는 민생 현안과 큰 관련이 없거나, 세월호 법 논란과 별개로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로 상당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어서 여당의 공세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90여개 법안 대다수는 ‘일부 문구 수정’ 정도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다. 민생 관련 법안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친권행사 시 친권 일부를 제한토록 하는 ‘민법 개정안’ 등 손에 꼽힐 정도다.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현행 실시간 자금이체 방식을 지연이체로 바꾸도록 하는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의 경우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입법이 시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40여개 법안의 경우 ‘속도전’ 식으로 처리할 성격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민생ㆍ경제 관련 법안이 더러 있지만 여야는 물론 이해당사자간의 입장 차이도 조율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일부 법안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상당하다. 택배기사ㆍ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까지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재보상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30개의 경우 ‘민생’만 앞세워 일괄 처리할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야권과 의료계 일각에서 의료 영리화 시도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의 경우 전세가 인상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이들 경제활성화 법안 상당수가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규제 완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올해 1월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특혜라는 반발이 거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조 3,000억원의 투자 효과와 1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것이라며 국회를 설득했다. 하지만 법 개정 후 시장 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관련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어 당초 기대했던 투자 성과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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