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기국회마저 공전시켜선 안 된다

입력
2014.08.29 20:00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국회 마비로 8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났다. ‘방탄국회’라는 비난 속에 새정치민주연합 요구로 지난 22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소집된 8월 국회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했다. 이달 말이 법정 시한인 2013년 회계연도 결산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립해온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도 청문회조차 열지 못한 채 종료됐다.

7월에 이어 8월까지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불능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고도 답답하다. 후반기 국회를 책임진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취임 114일 동안 입법활동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달 1일 오후2시 개회식 공고를 냈지만 정기국회마저 파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새정치연합도 국회를 정상화시킬 때가 됐다. 세월호 문제는 여당과 유가족, 야당과 유가족 협의가 각각 진행돼, 야당이 요구했던 3자 협의 모양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종 합의는 여당ㆍ유족의 의견접근을 바탕으로 여야가 하게 될 것이다. 유가족 설득 실패와 두 차례의 합의 파기로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장외에서 세월호 문제만 압박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장내에서 각종 민생법안의 협의, 처리와 병행해야 한다. 국정의 책임 있는 주체로 설 때 야당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영환 의원을 비롯한 온건파 의원 다수가 투 트랙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이다. 더욱이 기초생활보장법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법안과 안전 관련 법안 모두 세월호법 못지 않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세월호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은 내달 1일 예정된 유가족과의 3차 협의에서 결론을 내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어제 김재원 원내수석 부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 확대 문제는 물론 특검 추천권 문제에서도 2차 합의안 이상의 타협안은 없다는 식의 완고한 자세를 보였다. 유가족과의 협의를 앞두고 전술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진정 이런 자세라면 사태해결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한 책임은 물론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어 사태 장기화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가족 대표들도 정치ㆍ사회적으로 논란이 적지 않은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 부여 문제에서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주기를 당부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여야와 유가족이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되지 않고서는 정기국회도 불능에 빠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안전 한국, 국가 혁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도 정기국회가 공전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정치가 갈등의 조정 역할을 해야지 갈등의 증폭 장치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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