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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대한민국 대통령, 사과 한마디 없이 궤변만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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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12·3 불법계엄'을 선포하며 국민들을 불안에 빠트린 그는 마지막까지도 한마디 사과 없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 시대를 끝내겠다(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법 위에 군림한 건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5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계엄 발생 43일 만이자, 지난달 31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지 15일 만이다. 체포영장에 적시된 윤 대통령 죄명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에서 한 차례, 공수처에서 세 차례 출석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다가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 오전 4시 10분쯤부터 한남동 관저를 에워싸기 시작한 공조본은 오전 7시 31분 첫 관저 진입에 성공한 뒤 경호처의 별다른 제지 없이 1시간 만에 관저 200m 근처 3차 저지선까지 갔다. 이후 오전 8시 7분 공수처 수사관들은 초소를 통해 관저 내부로 들어간 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변호인단, 경호처 직원들과 영장 집행을 협의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가 아닌 자진 출석을 고집하고 공조본은 거부하면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공조본이 '영장 집행' 방침을 고수하면서 1시간 30여 분 만인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은 체포돼 경기 과천 공수처로 이송됐다.
공수처 조사석에 앉은 윤 대통령은 그러나 입을 열지 않았다. 별도 티타임 없이 바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진행된 조사 내내 진술을 거부했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 퇴임 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없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진술 여부와 관계없이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그가 남긴 2분 48초 영상을 보며 또 한 번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체포 직전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600자짜리 글을 읽었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그는 '불법'이라는 단어를 5번 썼고 '법이 무너졌다'는 표현도 2번이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그는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 수취 거부부터 체포영장 대신 '구속영장' '불구속 기소' 요구까지,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수사를 지연시켰다. 적법 절차에 따라 발부된 영장을 '거짓 공문서'라고 칭했고, 자신을 향한 수사는 '불법'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모든 절차에 법적 하자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조사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체포적부심은 영장에 의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적법한지 심사해 석방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공수처 조사가 잠시 중단된 오후 2시 5분, 윤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또 글을 올렸다.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했다는 글에는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등 계엄을 정당화하는 내용과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동영상과 친필 편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개한 건 지지층 규합을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국민'이 아닌 '극우 세력'만 보고 가겠다는 선전포고로도 해석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윤 대통령이 지지층만을 의식해 법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왜곡된 법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60년 지기'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우세력 수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글을 마치며 "제가 26년 동안 경험한 법조계가 이런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 망국의 위기 상황이라는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씁쓸한 확신이 들게 한다"고 썼다. 26년간 공정·정의·법치를 앞세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윤 대통령. 그러나 자신이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형사사법 절차를 앞장서 거부한 모습은 부끄러운 현대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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