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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의 지적과 '여야정 협의체' 본격 가동

입력
2025.01.16 00:00
27면



애써 출범한 뒤 공전하는 협의체
위기에 몰린 한국의 대외신인도
당리당략 버리고 조기 가동 필요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국정협의체 첫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국정협의체 첫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정 협의체가 지난해 말 출범했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여야가 힘을 합쳐 수습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협의체 구성과 의제 설정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발목이 잡혀 있다. 민생과 나라의 미래는 사라지고, 사욕과 당리당략 그리고 정치적 계산만 남은 현실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수 나훈아가 고별 공연에서 "너희가 지금 하는 꼬라지가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가?"라고 던진 질문은 정치권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의 지적처럼 국민들의 분노는 이제 비등점을 넘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불법계엄은 단시간 내 해제되었고 대외신인도 급락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탄핵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은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경제적 안정마저 흔들리게 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조차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면 신용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면 외화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며, 이는 시장금리 상승과 개인 대출 조건 악화로 이어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불과 50여 일 만에 국가신용도가 6단계나 하락하며, 기업 연쇄 도산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러한 경제적 악순환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 환경 또한 엄중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을 둘러싼 공급망 갈등은 한국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가 위상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병자호란과 을사늑약,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보라. 내부 분열과 무책임한 정치는 언제나 외세의 침략과 국치로 이어졌다. 나훈아가 공연에서 날린 일침처럼, 지금의 정치권이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역사는 또 하나의 치욕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혼란과 무책임이 지속된다면, 그 대가는 국민과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여야정 협의체는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협의체는 협력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이전투구만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대로 무책임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야는 지금 당장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국익과 국민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정 협의체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치적 안정 없이는 경제적 안정도 없다. 과거 외환위기의 교훈은 분명하다. 국가신용도는 단지 수치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은 정치권이 단순한 정쟁을 넘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이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협력을 통한 실질적 성과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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