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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시작된 GTX 시대, 지방엔 새로운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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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 경기도는 화성시 동탄에서 서울 강남까지 20분대에 주파할 수 있는 '대심도(大深度) 급행전철' 구상을 공개했다. 2007년 6월 2기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동탄2지구 광역교통 개선대책으로 중앙정부에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깊이 18m 이내에서 운행되는 기존 지하철과 달리 지표로부터 40~50m의 '깊은 지하'에 터널을 뚫는 건설 방식은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 토지 보상비가 덜 들어 건설비를 줄이고, 다른 시설들과의 간섭과 민원이 적어 고속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기도의 계산이었다. 한강 하저 터널로 다니는 서울지하철 5호선을 통해 기술력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현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었고, 대심도 급행전철은 이한준 정책특별보좌관(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기획했다.
경기도는 2009년 4월 14일 교통혁명을 일으키겠다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세 개 노선을 발표했다. 이때 제안한 세 노선이 현재 GTX-A(파주 운정~화성 동탄)·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C(양주 덕정~수원역)다. 고속철도 KTX와 유사한 명칭 GTX의 'G'는 'Great' 'Green' 'Global'의 의미로 붙였다. GTX를 앞세운 김 지사는 이듬해 제5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GTX는 국가 사업으로 위상이 수직 상승했다.
공식 발표 후 15년이 흐른 지난해 3월 30일 GTX-A 중 수서~동탄 구간이 처음 개통됐다. 12월 28일부터는 운정~서울역에도 급행전철 운행이 시작됐다. 경기도를 출입한 2009년 GTX 발표 현장에서 '저게 실현될까' 의문을 품었던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다.
아직 GTX-A조차 전 구간이 연결되지 않았지만 수도권에서는 호평이 우세하다. 특히 수서고속철도(SRT)와 노선이 겹치는 수서~동탄에 비해 운정~서울역 구간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32㎞를 21분대에 주파하니 그럴 만도 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보다 30~40분 단축된 출퇴근 시간을 경험한 파주·고양시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대중교통 혁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2028년 GTX-A 전 구간이 완성되고,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B와 C노선까지 뚫린다면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 부담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기존 노선 연장, GTX-D·E·F 신설 논의까지 더하면 GTX로 수도권이 촘촘히 연결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반해 업무상 만나는 비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들은 수도권 집중의 가속을 우려한다. "서울과 GTX가 닿는 지역에만 인구와 일자리가 몰릴 텐데 그 사람들은 결국 어디에서 가겠느냐"고 토로한다. 수도권 진입 장벽이 낮아질수록 지방 소멸 시계는 더 빨리 도는 악순환을 피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방시대'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는 불법계엄 사태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저출생 대응 컨트롤타워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은 지연되고, 지난해 연말까지 내놓겠다던 수도권 집중화 완화 방안은 유야무야되고 있다.
GTX가 노선을 늘릴수록 비수도권에 드리우는 인구 소멸의 그림자는 짙어질 것이다. 국정 리더십을 상실한 정권에서 이를 극복할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것은 지방에 또 다른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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