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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은 인기가 없다고? 기막힌 비법으로 탄생한 둥싯둥싯 동그란 찐빵은 달라

입력
2025.01.11 10: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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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그림책 '나는 찐빵'

찐빵은 만두보다 인기가 없지만 자신감은 빵빵하다. 책고래 제공

찐빵은 만두보다 인기가 없지만 자신감은 빵빵하다. 책고래 제공

"나여, 찐빵!"

찐빵이 말을 건다. 전라도 사투리로 다정하게 그간의 얘길 들려준다. 과거엔 찐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육즙 가득한 고기만두, 매콤한 김치만두에 밀려 찾는 이 없이 가게에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지만 찐빵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주인아저씨는 한 번도 나보다 만두를 먼저 챙긴 적이 없다, 이 말이여.” 그래서 바로 옆집에 중국식 만두인 샤오룽바오와 딤섬 가게가 새로 생겨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주인아저씨가 기막힌 비법으로 맛난 찐빵을 만들 것이므로.

찐빵을 만드는 주인 아저씨. 책고래 제공

찐빵을 만드는 주인 아저씨. 책고래 제공

그림책 '나는 찐빵'에는 흥미진진한 찐빵의 탄생 과정이 담겨있다. 찐빵의 핵심인 팥부터 예사롭지 않다. 뜨거운 햇빛과 거센 비바람을 견뎌내고 모진 훈련까지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3시간 동안 계속되는 뜨거운 물 수련까지 버텨야 비로소 찐빵의 팥이 될 자격을 얻는다. 찐빵은 말한다. "수백 년 전통에 따라 단련한 팥만이 내 안에 쏘옥 들어올 수 있당게."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팥만이 찐빵의 팥이 될 수 있다. 책고래 제공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팥만이 찐빵의 팥이 될 수 있다. 책고래 제공

밀가루에 물을 넣고 오물딱조물딱 섞어 만든 반죽에는 오미자, 쑥, 옥수숫가루를 넣어 알록달록 색을 더한다. 드디어 반죽과 팥이 만나지만 찐빵은 "내가 가만히 숨을 쉬며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마침내 "공기 방울 퐁퐁 채운 둥싯둥싯 동그란 찐빵"이 완성됐다. 자신감 넘치는 이 작고 다부진 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동그랗게 부풀린다.

발랄하고 귀여운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몇 배로 키운다. 사투리는 이야기에 리듬을 불어넣으며 찐빵의 따스한 온기까지 독자들에게 전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황혜진 작가가 글을 썼고 '엉뚱잼잼 마녀' '토끼의 후예' 등을 그린 이윤정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나는 찐빵·황혜진 글·이윤정 그림·책고래 발행·40쪽·1만5,000원

나는 찐빵·황혜진 글·이윤정 그림·책고래 발행·40쪽·1만5,000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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