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집안일 만능' AI로봇이 해킹당한다면?... 웃음으로 내다본 섬찟한 미래

입력
2025.01.11 11:00
15면
구독

넷플릭스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월레스는 집안일을 도와줄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낸다. 그는 기뻐하나 그로밋은 탐탁지 않다. 넷플릭스 제공

월레스는 집안일을 도와줄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낸다. 그는 기뻐하나 그로밋은 탐탁지 않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2세 이상

월레스는 발명가다. 엉뚱한 발명에 미쳐 있다. 기상부터 아침식사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집 안에 갖춰 놓고 살 정도다. 그가 만든 발명품들은 하자가 있어 뒤탈이 꼭 따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월레스의 허점을 메워 주는 건 똑똑한 반려견 그로밋이다. 그는 묵묵히 충실하게 월레스를 돕고 지킨다.

①AI로봇에 위기감 느끼는 반려견

그로밋은 AI로봇인 노봇에게 밀려 일을 나가지 못할 처지가 된다. 월레스는 그로밋의 서운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다. 넷플릭스 제공

그로밋은 AI로봇인 노봇에게 밀려 일을 나가지 못할 처지가 된다. 월레스는 그로밋의 서운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다. 넷플릭스 제공

월레스의 새 발명품은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정원 가꾸기 등 집안일을 척척 해낸다. 로봇은 정원 장식용 요정 석상 '놈(Gnome)'을 빼닮았다. 월레스는 로봇에 '노봇'이라는 애칭까지 붙여 주며 애정을 나타낸다. 월레스의 영원한 친구라 생각했던 그로밋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노봇은 금세 화제를 모은다. 집안일을 맡기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방송에 보도된 노봇과 월레스의 모습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이가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 때문에 잡혀 동물원에 갇힌 펭귄 악당 페더스다. 대범하고 냉정하며 두뇌가 비상한 페더스는 '탈옥'과 더불어 복수를 꾀한다.

②원격 조종으로 가능해진 악행

동물원에 갇힌 펭귄 악당 페더스는 AI로봇을 통해 복수를 도모한다. 넷플릭스 제공

동물원에 갇힌 펭귄 악당 페더스는 AI로봇을 통해 복수를 도모한다. 넷플릭스 제공

노봇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충전될 때 괴이한 소리를 내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로밋은 가뜩이나 못마땅한 노봇을 한밤중 지하 작업실로 옮겨 놓는다. 페더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원격 조종으로 노봇의 기능을 바꿔 놓는다. 페더스는 노봇 수십 대를 대량 생산하고 모두 자신을 따르도록 만든다.

노봇과 페더스의 결합은 AI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 AI에 대한 경고로 읽힐 만하다. 하지만 이 정도 메시지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메시지 전달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재치와 유머 어린 이야기로 AI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들춘다. 기발하면서도 웃기고 따스하다.

③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월레스와 그로밋이 늘 함께하던 소파에 AI로봇이 끼어든다. 어쩌면 인류의 가까운 미래 모습일지 모른다. 넷플릭스 제공

월레스와 그로밋이 늘 함께하던 소파에 AI로봇이 끼어든다. 어쩌면 인류의 가까운 미래 모습일지 모른다. 넷플릭스 제공

월레스와 그로밋은 단짝을 넘어 서로에게 한몸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듯 월레스는 그로밋에게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발명한 물건의 '위대함'에만 취해 발명품의 결점을 잘 보지 못하듯이.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그로밋의 소중함을 안다. 물론 월레스의 그런 취약점 때문에 그로밋의 존재 이유는 커진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늘 그렇듯 영화는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된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각자의 이니셜 'W'와 'G'가 크게 새겨진 머그잔으로 건배를 하는 장면은 여전히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모든 일을 깔끔히 처리해 준다 해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게 있다. 언제나 함께해 주는 누군가다.

뷰+포인트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은 특수 진흙(Clay)으로 캐릭터를 빚어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은 후 이 사진들을 연결시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정교한 수작업이 수반돼야 하기에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2005) 이후 9년 만에 장편 후속편이 선보이게 됐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1989년 단편으로 첫선을 보인 후 주로 단편과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를 창안한 닉 파크가 멀린 크로싱햄과 함께 연출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9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