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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치 보나… 미국 맥도널드, 4년 만에 '다양성 정책' 폐기

입력
2025.01.07 20:30
수정
2025.01.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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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고용·승진 목표 등 일부 목표 폐기"
美대법원 '적극적 우대' 위헌 결정 이유 들어
'DEI 등 진보 의제 비난' 트럼프 취임 고려?

미국 워싱턴의 한 맥도널드 매장 모습. 맥도널드는 지난 4년간 추구해 온 '다양성 목표' 일부를 폐기한다고 6일 밝혔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한 맥도널드 매장 모습. 맥도널드는 지난 4년간 추구해 온 '다양성 목표' 일부를 폐기한다고 6일 밝혔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가 4년 전 도입했던 '다양성 정책' 일부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변화한 법적 환경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맥도널드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비롯한 진보 이데올로기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자·공급자 관련 다양성 정책 변경"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이날 "고용, 승진이나 공급업체 선정 등에 적용하던 일부 다양성 정책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우선 앞으로 고위 경영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공급 업체가 다양성 교육을 개발하도록 하거나, 소수 집단을 경영진으로 채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중단했다.

다양성 정책 변경과 관련, 맥도널드는 이날 전 세계의 가맹점주와 노동자, 원재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한도 공개했다. 서한에서 맥도널드는 이번 조치가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을 고려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의 (다양성 목표 관련) 프로그램 변화도 참고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월마트와 할리데이비슨 등의 다양성 목표 포기를 예시로 든 맥도널드는 '법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 조치 반대' 트럼프 입맛 고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맥도널드 조치에는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성 의제'에 반감을 표해 온 트럼프 당선자가 오는 20일 취임과 함께 집권 2기를 연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22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단체 집회에 참석해 공공기관과 기업의 DEI 프로그램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정치적 올바름(PC) 등 진보 세력이 추구하는 의제에 대한 반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기업의 DEI 활동에 대한 백래시(사회적 변화에 대한 반발)가 거세지고 있다"며 "트럼프는 다양성 정책에 공공연하게 반대해 왔다"고 짚었다. 맥도널드의 이번 조치에는 '트럼프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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