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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들고 수족 잘린 이란… 트럼프와 평화 거래냐, 핵 배수진이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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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란이 갈림길에 섰다. 오랫동안 제재를 견디다 골병이 들고 수족처럼 쓰던 대리 세력까지 크게 망가진 터라 일단 ‘평화 거래’를 우선 고려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벼랑 끝으로 몰릴 경우 핵 개발 가속화로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이란은 설상가상 처지다. 우선 경제난이 심해졌다. 핵 프로그램 대가로 서방 제재가 강화한 2012년 이후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였다. ①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여 년간 절반에 가까운 45% 줄었고 ②화폐 가치는 지난 한 해에만 40% 급락했다. ③전력이 모자라 공장들의 생산 중단이 잦으며 ④이로 인해 물가가 급등, 지난해 11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했다. ⑤국민 3분의 1이 넘는 약 3,2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태라는 게 상공회의소 분석이다.
경제 위기는 사회 동요를 불렀다. 여기저기 불만이다. 수도 테헤란 주요 상점가 상인은 고물가에, 퇴직 공무원은 연금 미지급에, 이란 최대 외화 수입원 석유 부문 종사자는 임금 체불에 각각 항의하는 시위를 세밑에 벌였다.
중동 패권을 노리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로서의 군사력마저 크게 약해졌다. 자국 호위 동맹 용도로 활용하던 ‘저항의 축’ 대리 세력들이 지난해 줄줄이 무너진 결과다. 팔레스타인 내 핵심 친(親)이란 무장 정파 하마스가 1년여간의 대(對)이스라엘 전쟁 여파로 와해 위기에 놓였고, 최강 이란 친위군인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도부 상당수를 잃었다. 헤즈볼라에 안보를 크게 의존하던 시리아의 친이란 알아사드 정권까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하필 이런 시기에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이란 경제 제재 강화는 물론 핵시설 공습 같은 군사 옵션까지 불사하며 집권 1기 당시의 전방위 압박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예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임기 중인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깨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 이어, 2020년 초 이란 공습을 지시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죽이기도 했다.
이란의 선택지는 일견 분명하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국장 사남 바킬은 WSJ에 “위기 탈출이 절실한 이란이 서방과의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중국 언론에 “서방이 새 협정을 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즉시 핵 프로그램에 관한 건설적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호응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그가 탐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텔레비전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중동 평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2020년 자신이 주선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 간 국교 정상화)에 이란도 끌어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반대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란은 트럼프 당선자에겐 증오의 대상이다.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믿는 탓이다. 이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화 손짓에 호응이 없으면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수석부회장 제임스 린지는 3일 CFR 사이트에 “이란이 핵 문턱을 넘겠다고 결정할 경우 몇 주 내에 소수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돕는다는 믿음도 저항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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