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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사교육 강박만 없다면, 자녀 교육 등 만족도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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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지면상 5회는 한 주 뒤에 게재
_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차윤호 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조사단 단장 :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사고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나주에는 2017년 가족이 함께 이주했다.
김성훈 한국전력공사 결산부 부장 : 한전 본사가 나주로 이주한 2014년부터 나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남우진 3917마중 공동대표 : 전주에서 살던 저희 부부는 2015년 우연히 곰탕을 먹으러 나주에 왔다가 버려진 폐가 고택들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일을 2017년부터 시작했다. 전주에서는 기업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기애자 3917마중 공동대표 : 고등학교를 화순에서 나왔기 때문에 고향 근처로 온 것이지만, 처음엔 아주 낯설었다. 특히 자녀 교육 문제가 고민이 돼 혁신도시 학교 근처에 집을 정하고, 이곳 구도심은 출퇴근하고 있다.
_차 단장과 김 부장께서는 나주를 선택했다기보다, 기관이 이곳으로 옮겨와 따라온 것인데, 나주로 이주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 : 서울 생활을 한 15년 정도 했고 여기 내려와서 8년째 살고 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은 큰 변화가 없고, 생활비나 출퇴근 등의 측면에서 서울살이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 자녀가 셋인데 초등학교 중학교 때 나주로 이사해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청년세대인 자녀들이 장차 어떻게 살아갈지는 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비수도권에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내 경우는 짧은 출퇴근 시간 등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롭다. 그래서 서울살이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활동도 하고 있다. 또 주말여행과 여가를 위해 들여야 할 노력도 훨씬 적다. 처음 내려와서 몇 년간은 호남 지역의 다양한 축제를 찾아다니다 보니 4계절이 금방 지나가기도 했다.
김 : 저는 한국전력이 나주로 옮긴다는 계획을 알고 입사했으니, 반쯤 제 의지도 작용했다. 나주보다는 한전을 우선한 선택이었고, 큰 불만 없이 10년 이상 살고 있다. 저는 앞으로 쭉 나주에 살 생각도 있지만, 대학 진학을 선택할 때 자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_고택과 잘 보존된 나주읍성에 반해 나주로 이주한 남·기 부부께서는 생활이 어떠신지.
기 : 저희 부부는 전주에 오래 살면서 한옥마을이라는 콘텐츠가 지역의 경제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경험해 왔고, 나주읍성의 문화-관광 잠재력이 전주보다 더 풍부하다고 확신했다. 물론 이사를 결심하고 사춘기 자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주말마다 이곳에 함께 오면서 마음을 돌렸다. 나주혁신도시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큰딸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교육만큼은 꼭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 : 이곳 고택을 구입한 후 복원하면서 숙박, 카페, 전시, 공연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했다. 지역의 문화관광 앵커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자 계획했다. 나주 원도심에 사람이 많이 찾아오려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잘 보존돼 온 나주읍성 전체가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주배와 근대건축물의 이야기를 살려내고자 했다. KTX, SRT등 철도교통과 배후 도시 등을 갖추고 있어 활성화 가능성은 크다. 결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문화, 관광 콘텐츠를 갖춰야 하는데, 이는 민간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자체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단기적이고 하드웨어 중심적인 정책이 문제다. 행정 주도가 아닌 민간 생태계 조성을 통한 지속적인 상권 형성을 위해 아래로부터 의견 수렴과 지원이 필요하다.
_외지에서 와서 마을 재생 사업에 앞장서려면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텐데.
남 :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원도심들은 대부분 다양성이 부족하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에게 원도심에 대한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자원을 갖추고 있어도 원도심 주민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주 혁신도시에 살면서 이곳에 출퇴근하는 사람 입장에서 두 곳을 다 경험해 보니 그 차이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이는 나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지인을 받아들이려면 개방성과 다양성이 중요한데,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그렇게 변화할 가능성이 작다.
_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귀농·귀촌 사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남 : 귀농·귀촌을 위해 유치해야 할 계층은 청년보다 은퇴자들이다. 1958년생 이후 매년 100만 명씩 은퇴하는데, 평생 익혀온 기술과 기능을 가지고 지역에 내려와 살게 된다면 지역 소멸 문제는 빠르게 완화될 것이다. 실제로 지역 원도심에서는 목수 전기 도배 등 기능 인력을 굉장히 구하기 힘들다. 그런데 행정에서 만들어진 귀농·귀촌 정책은 대부분 농업에만 지원을 한정한다.
기 : 청년 대상 창업 지원도 대부분 지원 기간이 끝나면 떠나는 경우가 많다. 버티기가 쉽지 않기도 할 것이다. 은퇴 후 귀향을 꿈꾸는 60대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을 한다면 지속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_2005년부터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20년이 돼 간다. 이제 이 정책이 잘 정착됐는지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김 : 한전의 경우 2014년 본사 이전 초기부터 온 가족이 이주한 경우는 한 10% 정도였다. 한전은 전국에 지사가 있어 5년 내외로 순환 근무를 하다 보니,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았을 것이다. 그 후 지역인재 선발 제도를 통해 호남 지역 대졸자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본사 근무자 중 호남 출신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의 수도권 탈출과 지방 소멸을 막는데 공공기관 이전이 큰 역할을 해냈다고 본다.
남 : 과거 각 도에서 부모 역할을 해오던 중심 도시들이 광역시로 분리되면서, 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중소 지방 도시들은 오히려 퇴보하고있다. 광주의 문화관광 정책은 광역시에 국한되지 말고 전남 전반에 대한 협조가 절실하다.
차 : 나주시 인구가 12만이고 그중 신도시 인구가 4만이다. 나주시 면적이 서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단위면적당 인구가 서울에 비해 얼마나 적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나주 전체 면적의 100분의 1 정도인 나주혁신도시에 나주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 있다. 나주혁신도시는 나주나 전남의 서울인 셈이다. 혁신도시가 나주 원도심, 더 나아가 전남·광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나주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사회공헌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전을 기준으로 이제 이주한 지 막 10년이 지났는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이곳에서 이주해 낳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20년이 지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국토 균형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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