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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주검 수습했는데 또 참혹한 광경... 고개 떨군 베테랑 소방관

입력
2024.12.30 14:30
수정
2024.12.30 15: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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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출동 소방관이 전한 '참혹한 현장'
"토박이 대원들, 이웃 잃은 슬픔 누르고 작업"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정말 괴롭습니다."

29일 밤 어둠이 깔린 전남 무안국제공항. 소방대원 A씨는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희생자 수습에 진땀을 뺀 뒤 고개를 떨궜다.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여객기 승객 179명 전원 사망 소식을 접한 뒤였다.

A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10년 전 비극을 떠올렸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고교생 등 304명이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사망한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돼 싸늘해진 주검을 수습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십수 년간 사고 현장에 뛰어든 베테랑 소방관도 10년 만에 다시 맞닥뜨린 참혹한 모습에 심적 고통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일보가 29, 30일 연이틀 만난 소방관들은 이번 여객기 추락 현장이 "너무 참혹하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특히 사고 여객기의 충돌과 화염으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했다. A씨는 "처참하다는 말 이외에는 전할 얘기가 없다. (시신) 얼굴이나 시신이 발견된 위치로는 식별이 불가능해 탑승객 명단을 일일이 보며 지문이 남은 분들은 대조하는 식으로 신원을 겨우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문 확보조차 어려운 희생자가 많아 유전자(DNA)를 채취해 대조하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 장치(랜딩기어)가 작동되지 않아 기체 몸통을 활주로에 대는 동체 착륙을 시도했고, 속도 제어를 못 한 채 활주로 끝에서 구조물에 충돌하며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에 기체는 꼬리 쪽을 제외하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파되고 전소됐다. 비행기 좌석도 모두 타버렸다.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도 30일 오전 3시 공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다. 물리적으로 소실된 부분(신체 조직)이 많아 맞추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소방관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대 소방서 직원 500여 명이 동원돼 사건 발생 직후인 오전 9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대부분 10시간 넘게 희생자를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A씨는 "제대로 쉬거나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현장을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소방관 B씨도 갈라진 목소리로 "비행기 잔해와 유류품까지 마구 뒤엉킨 채 불에 탄 현장은 참혹했다"고 말했다.

일부 소방관은 이웃을 잃은 아픔을 삼키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B씨는 "희생자 중 지역에서 단체 관광을 떠난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는데, 현장에 투입된 소방서 직원들 대부분이 (전남) 목포 등 지역 토박이라 지인이나 이웃을 잃은 사람도 있다"며 "대원들도 슬픔을 삭이고 최선을 다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안= 이유진 기자
무안=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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