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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코앞인데... 바이든 정부만 상대하는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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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미국을 향한 한국의 외교가 '탄핵의 늪'에 빠졌다. 외교부는 모든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고,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설파하고 있지만 곧 임기를 마무리하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소통에 그치고 있다. 정작 중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는 교감이 약하다. 갈수록 '한국 패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차관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특별히 트럼프 당선자 측 인사를 만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이전부터 우리가 트럼프 측과 계속 소통해왔고 이번의 국내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 이후 외교부 고위급 인사가 방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양국은 내달 장관급 대화를 가질 방침이다. 김 차관도 이번 방미 일정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과 만났고,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과 한 대행도 각각 카운터파트들과 통화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한 달 뒤면 권한을 차기에 이양하는 현 행정부를 상대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부는 주미대사를 중심으로 트럼프 측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인해 실질적인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바이든 정부와의 소통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탄핵 국면에도 한국의 국정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신뢰 있는 외교 파트너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워싱턴에 국내 상황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앞으로 만남의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외교가 수렁에 빠진 사이, 이미 주요 국가들이 트럼프 측과 속속 정상급 만남을 성사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지점이다. 트럼프가 앞서 1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원한다면 취임식 전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정부는 트럼프 측과 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면담을 시작으로 이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다. 트럼프는 앙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했다.
차기 미국 행정부의 '한국 패싱'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외교부는 트럼프와의 소통 채널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 지역 10개 공관장들이 참석한 '미국 지역 공관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새로운 행정부 출범 대책을 보완해 각 공관의 아웃리치 노력을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웃리치란 공식 채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접촉면을 넓히며 외교 활동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와 전격 만남을 가진 것처럼, 민간을 포함하여 트럼프 측과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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