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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면 탄핵" 목청 높였지만... 민주 '양곡법' '증감법' 거부권 딜레마

입력
2024.12.17 21:00
수정
2024.12.17 21: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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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번주 쟁점법안 거부권 가능성
'수권모드' 野 탄핵 추진 시 '역풍' 우려
집권하면 부메랑 될 법안이라 고심도
양곡법·증감법 등 與 재협상 가능성도
"김건희·내란특검 거부시 탄핵 불가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이 이번 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 개라도 거부하면 바로 탄핵"이라며 겉으로는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혼란 시기 국정컨트롤타워를 갈아 치우는 데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당장 탄핵 정국 이후 기껏 부각시켜놓은 수권정당 이미지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덕수마저 탄핵? "거부권 저지 압박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진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진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르면 1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야당이 단독 처리한 6개 쟁점법안(양곡관리법∙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농수산물 가격안정법∙농어업 재해보험법∙재해대책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론짓겠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양곡관리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권을 고리로 한덕수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이다. 애당초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동조자로 보고 탄핵을 추진해왔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정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이재명 대표)며 공식 보류했다. 그러나 한 대행이 거부권을 만지작거리자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스텝이 꼬인 모습이다.

일단 민주당에서 한 총리 탄핵 카드는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경고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17일 "한 총리 탄핵은 꺼내 들지 못하는 카드다. 민주당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 명씩 다 쳐내다 보면 국무위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을 느끼겠냐"고 우려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날 "한 권한대행은 잠시 대행일 뿐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생각은 접길 바란다"며 탄핵 언급 없이 톤 조절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탄핵 카드를 쓰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기류도 강하다. 김건희특검과 내란특검을 거부할 경우를 노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불법계엄 사태와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내란동조로 몰 수 있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본게임이라 할 수 있는 내란∙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탄핵 카드를 살려두며 한덕수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野 밀어붙인 법안들, 집권하면 부메랑 우려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민주당이 조기 탄핵 카드를 주저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양곡관리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이 민주당 집권 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위험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야당일 때는 대여 공세 차원에서 밀어붙이지만, 집권 여당이 되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집권 여당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예산 집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자료제출과 출석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한 증감법에 대해선 전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측에서 이 대표에게 직접 "기업 극비 정보가 새 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 대행이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민주당이 여당과 재협상에 나서 여야 합의 버전의 개정안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곡법의 경우 관련 재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 가능한 규모라 민주당이 여당이 돼도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부가 의견을 제시할 경우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향후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날 암참이 우려를 표한 증감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점검이 필요하다"(조승래 수석대변인)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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