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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 대왕고래 시추선, 이르면 16일 밤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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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는데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작업을 위해 투입된 첫 번째 시추선이 이르면 16일 밤쯤 바다로 떠난다. 시추 결과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갈릴 예정인데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사업인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2025년도 예산이 대부분 삭감된 터라 불안감이 크다. 관계 부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다는 각오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에 투입되는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르면 16일 밤~18일에 출항을 계획 중이다. 시추에 필요한 자재 선적, 출항 허가 등 사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시추선은 대왕고래 유망구조 내 지정 해역으로 이동한다. 구멍 뚫기 작업은 19, 20일쯤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들어가야 해 시료를 채취하는 데 두 달가량 걸릴 전망이다. 그러면 시료 분석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는 중간 결과를 내놓는다는 게 산업부 구상이다.
배는 예정대로 떠나지만 어려운 숙제들이 많다. 우선 당장 예산이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505억5,700만 원에서 497억 원으로 약 98%가 깎인 채 확정되면서 석유공사가 1,00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회사채 발행을 대안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존 예산, 내년도 다른 사업 예산 등을 조정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1차 시추 결과마저 부정적이면 추가 사업 추진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시작부터 대국민 발표에 나서며 강조한 탓에 정권 대표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야당의 시선도 탐탁지 않아서다. 또 투자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당초 정부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5년 동안 다섯 번의 시추가 필요하다고 설명해왔다.
탄핵 여파를 걱정하는 것은 원전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며 원전 산업 부흥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신규 원전 3기, 소형모듈형원자로(SMR) 1기 증설 등 총 원전 4개를 짓겠다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국회 보고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또 2025년 3월 본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 수주 사업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 절차,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식재산권 분쟁 등 해결할 문제들이 있어서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계약 협상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정치적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중요성이 큰 사업들인 만큼 정세에 흔들리지 않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다. 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존 사업을 해나가야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예산을 두고 국회와 유의미한 협의를 못 해 아쉽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부 관계자도 "에너지나 국내 산업계 지원 등은 나라의 기틀에 해당해 허술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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