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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밤하늘에 울려 퍼진 한강 작품… '여성의 성취' 주목한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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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주간(5~12일)에 열리는 다양한 부대행사는 '여성의 성취'를 각별히 주목했다.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상은 남성에게 편중됐다. 과거 여성이 교육 및 사회 진출에서 소외됐던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역사적 업적을 거둔 여성들을 부각함으로써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노벨상의 여성 성취 부각 메시지다.
노벨상 시상식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스톡홀름시청 맞은편 부두. 노르스트룀강을 등지고 설치된 건축 '돔 아데톤' 주변엔 인파가 몰렸다. 나무로 만든 조그마한 구조물을 빙 둘러 새겨진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 18명의 초상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 초상 옆으로 한강 작가의 초상이 보였다.
노벨재단이 여성 수상자들을 특별히 부각한 것은 개별 작가의 성취를 기리는 의미를 넘어 역대 문학상 수상자(121명) 중 여성 비율이 고작 14.9%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돔 아데톤을 제작한 엘리스 서빈은 "성비 불균형을 부각함으로써 성차별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박물관 내 기념품 가게에서도 여성 작가 18명 얼굴이 새겨진 엽서와 에코백이 팔리고 있다.
돔 아데톤 앞에서는 이날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열렸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여성 작가인 이탈리아 그라치아 델레다, 프랑스 아니 에르노, 폴란드 올가 카르추크의 글과 함께 원어와 스웨덴어로 각각 낭독됐다.
한국어 낭독자로는 스톡홀름시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신미성씨가 나섰다. 신씨는 "젊은 여성 작가가 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도 많이 놀랐다"고 귀띔했다. 한강 작가의 올해 나이는 54세로 역대 수상자 중 5번째로 낮다. 신씨는 "한강 작가의 책은 서가에 놓일 틈 없이 바로 대출되며, 대기 인원만 1,000명 정도"라며 한강 작가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전하기도 했다.
돔 아데톤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레이저로 쏜 동영상(미디어 파사드)이 외벽을 가득 채운 스톡홀름시청이 보인다. 10일 시상식에 이어 곧바로 진행되는 연회가 열리는 장소다. 외벽에서 상영되는 9분짜리 동영상 '리딩 라이트'에는 여성 노벨상 수상자 65명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 역시 1901년부터 수여된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평화상과 1969년 추가된 경제학상을 수상한 976명의 수상자 중 여성이 65명으로, 전체 7%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부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노벨재단은 해당 작품에 대해 "여성 선구자들의 뛰어난 재능을 향한 빛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전체 영상 속에서 한강 작가의 얼굴은 두 번에 걸쳐 등장한다. 이와 함께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의 한 구절도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되고 있다. "하얀 것은 본래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White, by nature is nothing at all, but within that nothingness, everything exists)는 문장이다. 서빈은 "1년 전 내가 돔 아데톤을 구상했을 땐 리딩 라이트가 옆에 위치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여성의 성취에 주목하는 두 개의 작품이 나란히 배치된 건 엄청 멋진 우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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