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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 가능한 남방 한계선, 액시세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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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충남 서산은 수도권 거주자가 ‘5도 2촌’(일주일에 5일은 도시, 2일은 농어촌에서 살기) 할 수 있는 남방 한계선입니다.” 서울서 살다 서산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고 있는 한 은퇴자의 서산 소개다.
서북부에 위치한 가야산과 너른 평야, 바다까지 다 갖춘 서산의 매력은 이미 귀농 귀촌을 계획하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 사이에서 꽤 알려진 편이다.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인구 소멸 지역이 수두룩하지만, 서산 인구는 지난 14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를 보면 2011년 이후 계속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보다 많다. 한마디로 서산은 이미 은퇴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이다. 그 이유는 서산을 정착지로 결정한 사람들의 말들로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땅값이 경기 지역이나 강원의 경기 인접 지역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충남 내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강원 경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겨울 기온이 온화하다. 게다가 수도권을 오가는 데 2시간 정도 걸리고 버스도 자주 있어, 매일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면 5도 2촌 같은 ‘두 집 살이’도 가능하다. 수도권 집을 팔고 전원생활에 올인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면, 서산은 최적의 적응 훈련 공간이 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은 ‘50~75세로 경력과 경제력 및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정의하면서 ‘어제의 노인과 다른 오늘의 노인’이라고 범주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된다. 대체로 1964~74년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을 ‘2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55~63년생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하면,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덕에 고학력과 노후 준비가 잘된 이들의 비중이 높다. 액티브 시니어의 표준화된 한국어 번역이 아직 없어, 기획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쓰되, ‘액시세대’로 줄여 부른다.
여수 울산과 함께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입주한 기업 등에 다니는 젊은 세대 유입도 활발해 서산 도시 지역도 활력이 유지된다. 다양한 연령층이 유입되면서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진 서산 원도심에서는 각종 강연과 독서토론 소규모 연주회 등이 열리며 문화적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물론 지자체의 지원 없이도 지속가능해지려면 더 많은 지원과 자생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다. 서산 원도심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도시재생사업 기간 지원금을 노리고 점포를 열었던 젊은 자영업자들은 지원금 지급 기간이 지나면 바로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며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귀농·귀촌 지원 사업에도 적용되는데, 귀농한 은퇴자는 “귀농·귀촌 지원 사업도 20·30대 위주로 짜여 있어, 규모 면에서 더 크고, 장기 거주할 가능성도 훨씬 높은 은퇴자들은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개발한 ‘액티브 시니어 지표’를 통해 서산이 액시세대가 정주하기 위한 여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액시세대의 사회활동 여건을 평가하는 문화·여가 분야의 경우 서산에서 진행 중인 각종 교육과 문화 활동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평가 요소 모두를 잘 갖추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특히 서산시립도서관의 독서 지원 활동 중 액시세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눈에 띄었다. 다만 이런 관 주도 지원사업이 민간 주도로 확대되는 방안을 찾아야 예산 지원 없이도 지속가능성과 자생력을 갖춘 문화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시설들을 타지역과 비교하는 인프라 요소에서는 전국 평균에 비해 약간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액시세대 대상 교육이나 취업 지원 관련 시설 점수가 낮았다. 반면 여가 복지 시설은 노령인구 대비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각종 지원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시설은 충분하지만, 활동력을 갖춘 액시세대가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전국 평균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액시세대를 위한 의료분야 인프라 요소는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이다. 우선 3차 의료기관이 없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공용버스터미널 근처에 밀집되어 있어 접근성에서도 어려움이 커 보인다. 하지만 서산시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한 재활프로그램이나 치매 관리 사업 등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주거 및 모빌리티(생활 편의성) 요소에서 서산시는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선 주거 환경 개선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눈에 띈다. 모빌리티 측면에서는 75세 이상에게 지원되는 충남형 교통카드와 함께 서산시는 100원의 요금으로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는 행복택시를 운영해 대중교통망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잠재적 귀농인의 정착을 돕기 위한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서산시는 수도권 접근성을 기반으로 드물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도시이다. 새로운 인구의 이주와 안정적 정착 증가가 계속되려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유입을 위한 유인에 그치지 말고, 지속가능한 자생성의 확보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기존 주민들의 지지와 호응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료 정리: 신정윤(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석사과정), 천지향(포스텍 IT융합공학과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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