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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패싱'이 자초한 日 사도광산 외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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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국 외교의 핵심인 '차관'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관 패싱'으로 인해 외교 참사를 자초한 셈이다.
2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도식 준비를 총괄해야 할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주일한국대사관은 주최기관인 일본 측 '실행위원회'와의 상시적인 소통채널을 구축하지 않은 채 공식적 '카운터파트'인 외무성과 △날짜 △일본정부 대표 참석자 급 △추도사 내용 등을 협의하는 데 집중했다. 비공식 고위급 접촉도 거의 없었다. 박철희 주일대사가 9월 실행위원회 구성 당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시장을 만나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당부했지만, 수시 소통체계를 구축하지도 않았다. 니가타 총영사관도 외교부 본부에서 지시가 내려올 때만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말 정병원 차관보가 방일해 △11월 말 추도식 개최 △일본 정부 고위급(차관보급 이상) 파견이라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정작 실행위원회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축하 추도식' 준비에 주력하는 불협화음이 생겼다. 민관 차원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고위급에서는 일본 외무성 채널과의 소통에만 주력한 것이다. 이를 총괄해야 할 강 차관은 실행위원회와의 소통현황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강인선 2차관과 김홍균 1차관의 소통이 긴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일 역사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공공문화외교국의 상급자인 외교2차관이 총괄하면서도 외교1차관에게 부탁해 일본 현지와의 소통 문제를 챙겼어야 한다"며 "추도문 또한, 추도식을 확정한 다음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틀을 정한 뒤 날짜를 정한 구조로 갔어야 하는데 협의 곳곳에서 구멍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외교1차관을 지낸 전직 외교당국자 또한 "추도식 주최기관이 지자체였다고 해도 과거 사례를 보면 비공개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정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 '나오지 말아야 할 발언'을 정리했다"면서 "주최기관이 민간이었기 때문에 추도식 성격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도광산 추도식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의 발언 등 실행위원회와의 협의가 부족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제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 질의를 통해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파헤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지난 2015년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과정에 일본은 전면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당시 우리 정부의 외교2차관은 "'강제적 노동(forced labor)'과 '노동을 강요받다(forced to work)'의 의미에는 차이가 없다"며 'forced labor' 표기를 고수했다. 이에 일본 측은 윤병세 외교장관과 김홍균 차관보, 주일미국대사까지 만나 한일관계를 위한 양보를 촉구했다. 당시 외교2차관은 조태열 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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