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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란?" "포르노는!"... '성'을 배우고 '우리'를 배우는 독일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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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알아두면 도움이 될, 알수록 재미있는 유럽의 이야기를 신은별 유럽 특파원이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독일에서 성교육은 열 살도 되기 전, 꽤 일찍 시작됩니다. 피임 기구가 잔뜩 들어있는 피임 키트도 일찍 접하고요. 그런데 독일인이 처음으로 섹스를 하는 시기는 열일곱 살쯤입니다. 일찍 배우지만 경험은 나중인 이 간극, 누군가에게는 조금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인도 출신 기자인 샤브남 수리타는 '독일의 성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을 너무 어릴 때 가르치거나 너무 자세히 가르치면 너무 이르거나 과도한 성적 행위로 이어질 것'이라는 식의 사고가 편견이라는 지적이었다.
독일의 성교육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독일 성교육 담당 기관 연방보건교육센터(BZgA)의 안내, 성교육을 제공하는 건강증진의학협회(ÄGGF)에서 활동하는 의사 루나 스피어 인터뷰를 통해 독일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살펴봤다.
독일 초·중·고교는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1970년 연방 헌법재판소가 성교육이 '국가적 이익'이며 '교육적 의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1977년 교육·문화부 산하 협의회가 독일 전체에 적용되는 성교육 기준을 확립했고,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느냐'는 16개 주(州) 재량이다. 가령 베를린의 경우 초등학교 1, 2학년 때 신체 부위, 성적 특징, 역할 행동 및 기대 역할, 성폭력 예방 등을 배우고, 3학년 때 임신 및 출산, 사춘기에 따른 신체적·정서적 변화, 미디어에서의 성 역할 등을 배운다.
성교육을 의무로 진행하고, 연령대별 맞춤 교육의 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상 차이는 상당하다. 성과 관련된 정보를 숨김없이, 솔직하게 전달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학적으로 흐르거나 주요 내용을 뭉뚱그려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성교육과는 달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습이 이뤄지는지 살펴보고자 BZgA, ÄGGF 등의 추천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 및 온라인 자료를 살펴봤다. 그중 하나가 '독일교육서버정보'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게 나야!'(This is me!)다. 해당 교재는 4~6세용, 7~9세용, 10~12세용으로 나뉘어 있다. 독일에서는 보통 6세에 1학년을 시작하며, 발달 정도에 따라 입학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4~6세용 교재에서 남녀의 몸을 다룬 부분을 보면 '남아와 여아의 몸은 나체일 때 차이점이 드러난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여아의 다리 사이 부드러운 둔덕(치구) 아래에는 두 개의 작은 구멍이 있는데 하나는 소변을 보는 요도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가 나오는 질이다. 반면 남아의 다리 사이에는 음경이 있고, 음경 아래에는 작은 주머니인 음낭이 걸려 있다." 이러한 설명 옆에는 신체를 자세히 묘사한 그림도 있다.
연령이 오르면 내용도 심화된다. 7~9세용 교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여성의 경우, 치구는 지방이 많은 조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아래 혈관과 신경으로 가득 찬 음핵(클리토리스) 끝부분이 보인다. 남성의 경우 절반은 내부에, 절반은 외부에 있는 음경에는 많은 정맥이 흘러 흥분하면 단단해진다."
성관계 및 임신·출산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다. 4~6세용 교재에는 "대부분의 아기는 다음과 같이 만들어진다"며 섹스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매우 사랑할 때, 그들은 키스하고, 함께 껴안는다. 때로 나체로. 가장 가까이 껴안을 수 있을 때 질이 음경을 받아들인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겪을 법한 소재 및 상황을 다루는 것도 독일 성교육의 중요한 특징이다. 가령 10~12세용 교재는 '섹스팅'을 다룬다. 이런 식이다. "섹스팅은 누군가 나체 사진 또는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행위다. 아동·청소년에게 이를 보내는 건 불법이고, 아동·청소년 또한 누군가의 요청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숨기거나 피하는 대신 정확히 알림으로써 옳고 그름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포르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포르노는 성관계를 묘사하는 영화로서 많은 이들은 자극적인 영상을 통해 '섹스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는 연출된 장면이므로 실제 섹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본에 적힌 대로 연기하는 것이다. 포르노를 실생활에서 적용하면 상대에게 상처, 위협, 모욕감을 줄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실질적 호기심'도 거르지 않고 다룬다. BZgA가 남성을 위해 발간한 '잘 지내? 어때?'라는 책은 음경의 구조, 사정의 원리, 정액의 구성, 콘돔의 사용 등을 다루면서 "작은 음경이 큰 음경보다 나은가?" "흥분했음에도 발기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질문을 두루 다룬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아이들의 질문도 생생하다. 성교육 프로그램을 구비한 상담센터 프로패밀리의 교육자 말테 지킹, 룰라 나니-키르마니디스는 DW 채널에 출연해 수업 중 아이들로부터 받는 질문을 이렇게 나열했다. "성관계를 처음 하면 아픈가요? 자위는 해로운가요? 건강한 자위를 위한 주기가 있나요? 섹스 인형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남자들이 섹스 할 때 신음 소리를 내도 되나요?"
이렇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을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피어의 설명을 들어봤다. "신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만 신체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고 소중히 여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성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이 잘못된 행위인지 등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가 사춘기의 신체 변화, 피임 및 성병 예방 및 성 교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기준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학교는 사회·종교·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다가갈 수 있으므로 (성교육 측면에서) 중요한 기관입니다."
독일의 성교육을 단순히 '개방적'이라고만 묘사해서는 안 된다. '포괄적 성교육'이 이러한 성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의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교육 및 학습을 위한 커리큘럼"(유네스코)으로 정의된다. 신체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아동·청소년이 다른 사람과 안전하고 평등하며 존중하는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학습 목표로 둔다. 유네스코는 2018년 개정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통해 포괄적 성교육을 권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에 포함되는 대표적 주제가 '성적 정체성'이다. '이게 나야!'의 10~12세용 교재는 '퀴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퀴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느끼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애자 등이 포함된다. 또한 외모 또는 행동이 일반적 역할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퀴어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과거의 예술가 프리다 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우리 이웃에도 퀴어가 있다." 이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아동·청소년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거나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커밍아웃'에 대한 부분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어떤 사람은 동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나고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면 그것을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전형적인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족·친구에게 이를 따로 알리는데 이를 커밍아웃이라 한다." '전형적인 사랑'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스피어는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성이란 '성'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성은 항상 어떠한 맥락으로서 모든 사람의 '삶'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동성애자가 될 수 있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성교육은 가르쳐야 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내가 되는 것'은 인권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서로 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러한 철학은 궁극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자유로운 사회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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