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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 교리' 개정안 승인... 우크라 돕는 서방국 모두 핵 공격 위협

입력
2024.11.19 19:05
수정
2024.11.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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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에 응수
"우크라 지원하면 공동 공격자 간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가 임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대표 예브게니 발리츠키와 만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000일째인 19일 핵무기 운용 전략을 규정한 핵 교리 개정안을 승인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가 임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대표 예브게니 발리츠키와 만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000일째인 19일 핵무기 운용 전략을 규정한 핵 교리 개정안을 승인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보유국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까지 러시아가 핵으로 보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핵무기 사용 원칙'(핵 교리) 개정안을 승인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허용해 준 미국을 향해 사실상 핵 전쟁 가능성으로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정된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를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 개정된 교리의 골자다. 핵 억제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 위협 범위를 종전보다 넓힌 것으로, 사실상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개정된) 새 교리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또 △재래식 무기 공격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 발생 시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도 교리에 명시했다고 타스는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핵 위협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7일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된다고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러시아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는 이날 핵 교리 개정안 승인을 두고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크라이나에 허용해 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푸틴의 대답"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바람대로 결국 미국이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용하자 푸틴도 핵 교리 개정이란 행동으로 응수에 나선 셈이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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